노바티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기반을 둔 베데레바이오(Vedere Bio)를 2억8000만달러를 들여 인수한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노바티스는 선불 계약금 1억5000만달러와 특정 목표 달성 시 마일스톤으로 1억3000만달러를 추가 지급한다.
이로써 유명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인 아틀라스벤처(Atlas Venture)의 영향력 하에 있는 베데레는 판을 더 키워보지도 못하고 노바티스에 팔리게 됐고, 노바티스는 베데레 인수로 안과질환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을 확보하게 됐다.
2018년 4월 노바티스는 미국 유전자치료제 업체인 아벡시스(AveXis)를 87억 달러에 인수하며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 AVXS-101과 관련 플랫폼을 획득했다. 이 약물이 2019년 5월에 승인받은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SMA) 환자를 위한 ‘졸겐스마’(Zolgensma 성분명 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 Onasemnogene abeparvovec)이다. 졸겐스마는 지난해 4분기에 1억8600만달러를, 올 1분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소 줄어든 1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베데레바이오의 사이러스 모자이니(Cyrus Mozayeni)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후 스텔스 모드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기성(inbound) 제약사들이 아틀라스 네트워크와 내가 아는 네트워크를 통해 베데레를 인수하려고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며 너무나 일찍 ‘임자’를 만난 것에 ‘시원섭섭함’을 표명했다.
모자이니 CEO는 “우리의 독점기술인 안구 내 캡시드는 베데레바이오의 광유전학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안구 유전자치료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노바티스에 매각한 것은 베데레바이오의 가장 발전된 프로그램을 전세계 환자에게 제공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인수 희망 제약사들과 깊의 논의했지만 노바티스는 재정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관심의 정도, 정교한 수준의 대화가 통하는 개발 역량 등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런 배경에서 노바티스에 인수되기 직전 베데레바이오는 임상 초기단계의 일부 신약후보물질 자산이 새로운 법인인 ‘베데레바이오II’로 분사됐다. 베데레바이오II는 노바티스, 베데레바이오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창립자와 경영진, 직원들은 베데레바이오와 동일하다. 새로운 시력 회복 및 시력 보존 약물 파이프라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자이니 CEO는 베데레바이오II에 대한 세부사항을 감추면서 “새롭고 차별화된 기술로 연구할 것”이라며 며 “혁신적인 초기 단계 자산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바티스 또는 그 외의) 숙련된 팀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UC버클리대 및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공동 창립 … 작년 6월 2100만달러 시리즈A 조달 평탄한 창업
베데레바이오는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의 생물신경학과 교수이자 생체막 단백질에 정통한 에후드 이사코프(Ehud Isacoff)와 분자세포생물학 신경생물학 교수인 존 G 플래너(John G. Flanner)의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이들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수의과대학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2019년 6월 아틀라스벤처의 인큐베이팅을 통해 회사를 결성했고 이들 대학으로부터 21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 A 파이낸싱을 순조롭게 해결해 조용히 출범했다. 이후 미국 내 대표적인 바이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랩센트럴(LabCentral)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베데레 ‘光감지 단백질 유전자코드’ AAV에 실어 유리체에 주사 … IRDs, dAMD 등에 다양한 응용 가능
노바티스에 따르면 유전자치료법에는 아데노관련바이러스( Adeno-associated virus, AAV), 키메릭 항원 수용체 T 세포(CAR-Ts),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등 3가지가 있다.
베데레가 보유한 전임상 단계 프로그램은 뇌 또는 시신경 손상으로 인한 실명보다는 광수용체 또는 망막의 광감지 세포의 죽음으로 인한 시력손실을 치료하는 게 목표다.
노바티스가 인수하는 베데레바이오 플랫폼은 AAV로 아직 살아남은 망막세포에 직접 영향을 줘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즉 광유전학(Optogenetics) 이론에 따라 망막세포에서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을 표현하는 유전자 코드를 안내주사요법(intravitreal, IVT, 유리체내 투여)으로 주입하기 위한 AAV 벡터가 포함된다.
노바티스는 이 기술이 광범위한 유전성망막이영양증(Inherited Retinal Degenerations, IRDs) 장애를 포함한 광(光)수용체 장애로 인한 시력상실을 치료하는 데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지도형 위축(geographic atrophy, GA)으로 알려진 건성 노인성황반변성(dry form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dAMD)을 포함해 광수용체 손실과 관련된 질환에도 유망하다고 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지도형 위축증 환자는 500만명이 넘는다.
대표적 IRDs 질환인 LCA 시장 놓고 로슈 ‘럭스터나’, 에디타스 ‘EDIT-101’ 경쟁 예상
IRDs는 광수용체 세포 손실과 진행성 시력 상실로 나뉘며 전세계적으로 200만명이 넘는 환자가 있으며 종종 완전 실명에 이른다. 기존 치료법은 IRD와 관련된 250개 이상 유전자 중 하나만 표적으로 한다. 예컨대 로슈의 선천성 유소아 실명 질환인 ‘레버선천성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 LCA)’ 유전자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 성분명 Voretigene neparvovec-rzyl)나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에디타스메디신(Editas Medicine)와 엘러간이 공동으로 임상 1/2상을 진행 중인 EDIT-101(AGN-151587)는 특정 돌연변이만을 해결한다.
레버선천성흑암시는 RPE65(retinal pigment epithelial 65)나 CEP290이라는 유전자의 35가지 변이(전체 LCA 발병요인의 15~22% 차지)로 발생한다. RPE65 유전자가 손상되면 망막의 광수용체에 필요한 비타민A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망막이 받아들인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지 못한다. 제 10형 LCA는 IVS26 변이로 인해 CEP290 유전자가 제 기능을 못해 일어난다.
로슈는 2019년 2월 25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시 소재 스파크테라퓨틱스(Spark Therapeutics)를 43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럭스터나’(미국 시장만 판권 보유, 미국외 시장 판권은 노바티스)를 확보했다. 럭스터나는 2018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특별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안구 하나 당 치료비는 42만5000달러로 책정돼 있다. LCA는 5만~10만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인데다 환자 수가 많지 않아 진단과 치료가 매우 까다롭다.
EDIT-101은 CEP290 유전자를 부분적으로 교정하는데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로 편집한 다음 IVS26 변이 위치를 확인하는 두 개의 RNA를 붙여서 AAV5 벡터로 안구 내에 침투시킨다. 럭스터나도 AAV 벡터를 이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효과적인 유전자 복사본을 안구에 주입한다는 점에서 EDIT-101와 다르다.
노바티스의 안과질환 시장 야심 … 알콘 작년 4월 분사 … 다이노·사렙타·상가모와 잇단 제휴 같은 스위스 제약사 로슈와 대결 구도 … 스파크테라퓨틱스 인수로 럭스터나 미국 판권은 로슈, 그 외 지역은 노바티스
노바티스 바이오메디컬 연구소의 제이 브래드너(Jay Bradner) 소장은 “안과에서 다음 개척지는 잠재적으로 변형 가능한 유전자치료법을 더 많은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베데레바이오 인수는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우리의 노력을 의미하며, 치료할 수 없는 시력상실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티스는 작년 4월 9일에 안과용품 사업부문인 알콘(Alcon)을 8년간의 관리 끝에 분사했다. 이후 안과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3가지 자산을 추가했다. 첫 번째는 습성 노인성황반변성 치료제인 브로루시주맙(brolucizumab)이고, 두 번째는 우연히 2018년 미국 외 시장에서 1억7000만달러(선불 계약금 6500만달러, 최대 마일스톤 1억500만달러)를 들여 라이선스를 획득한 럭스터나이다. 세 번째는 안과 치료 분야의 디지털 솔루션을 모색하는 것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5월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의 인공지능(AI) 적용 유전자 치료제 전문 생명공학기업 다이노테라퓨틱스(Dyno Therapeutics)와 사렙타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와 각각 안구질환과 근육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강화하는 3각 파트너십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노바티스는 다이노테라퓨틱스 측이 보유한 ‘캡시드맵’(CapsidMap) 플랫폼의 차세대 아데노관련바이러스(Dyno Therapeutics, AAV) 전달체(벡터)를 안구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용키로 했다. 다이노테라퓨틱스는 노바티스와의 계약으로 선불 계약금 포함 최대 20억달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다이노는 사렙타에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활용한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AAV 디자인 기법을 전수하고 4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더 상세한 추가 거래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노바티스는 지난 7월 30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리즈번(Brisbane)에 소재한 유전체 의학(genomic medicine) 전문기업 상가모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가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와 기타 신경계 발달장애를 포함해 3개 신경계 발달질환들을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치료제를 공동 개발‧시판하기 위해 글로벌 라이센스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최대 7억9500만달러를 베팅했다. 7500만달러의 선불 계약금과 최대 4억2000만 달러의 연구‧개발 성과금, 최대 3억달러의 시판 성과금으로 구성돼 있다.
다이노테라퓨틱스 머신 러닝 유전자치료제 디자인 기술 놓고 로슈와 노바티스가 구애전(求愛戰)
한편 다이노테라퓨틱스는 하버드대 출신 조지 처치(George Church)와 알란 크레인(Alan Crane)이 2018년 봄에 만나 제약회사 설립에 의기 투합한 다음 그 해 6월 벤처 투자사인 폴라리스파트너스(Polaris Partners)를 통해 회사를 결성했으며 그해 11월 룬드대(Lund University) 출신 에릭 켈식(Eric Kelsic) CEO와 합세해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폴라리스와 투자사인 CRV로부터 900만달러를 초기에 지원받았다.
지난 10월 14일 다이노테라퓨틱스는 로슈와 제휴해 중추신경계질환 및 간질환 유전자치료제를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발키로 하고 비공개 선불 계약금과 함께 연구·임상‧영업 성과에 따른 마일스톤과 별도 판매 로열티를 포함해 최대 18억달러를 챙길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