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계열 라이벌 신약후보 임상성적 나쁜 게 원인 … 작년 여름 ‘개념증명 ’ 성공했다더니 꼬리 내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한때 어려움을 겪었던 호흡기질환 사업을 되살리기 위한 최고 유망주로 꼽혔던 천식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공개된 GSK의 올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2상 시험 중인 IL33r 길항제 GSK3772847를 포트폴리오 우선순위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발 취소 결정은 동일 기전 경쟁 약물들이 같은 표적에 대해 보여준 임상 데이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따른 수순으로 보인다.
GSK는 2016년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최대 1억7500만파운드(2억2700만달러) 규모로 예상되던 GSK3772847의 권리를 확보했다. 당시 GSK는 이 신물질이 염증세포 신호전달경로인 IL-33 수용체와 ST2 수용체의 결합을 막아 많은 중증 천식환자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리제네론 및 사노피 연합은 작년에 개념증명(proof-of-concept) 천식 환자 대상 임상에서 항 IL-33 항체 REGN3500이 2018년 천식 치료제로 승인받은 ‘듀피젠트프리필드주’(Dupixent, 성분명 듀필루맙 Dupilumab)보다 수치적으로 더 나쁜 성능을 보였다는 결과를 발표해 이 계열 약물 전반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낮췄다. 두 회사는 또 작년 말 REGN3500의 아토피성피부염 2b상 연구에 실패함으로서 IL-33 표적 치료제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깊게 했다.
하지만 GSK는 GSK3772847이 개념증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2019년 여름 슬그머니 전했다. 이후 GSK는 4주에 한 번씩 GSK3772847을 정맥주사 받은 환자의 67%가 천식조절 능력을 잃은 반면 위약 투여군은 81%에 달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GSK는 당시 천식 임상자료를 업데이트하면서 차후 추진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알레르기성 진균 기도감염질환(Allergic Fungal Airway Disease, AFAD)을 가진 중등도~중증 천식 환자에 대한 2상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GSK는 이 임상에 당초 책정한 46명의 참가자 중 17명만이 참여하자 지난 5월 중단했다.
GSK는 이와 관련, “검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던데다가 시기적절하게 연구를 완료할 수 있어 참여 모집이 목표 수 달성 전에 종료되었다”라고 시험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2상 시험 중단과 다른 경쟁사의 항IL-33 약물 개발에서 겪은 임상 철회는 GSK가 GSK3772847의 개발을 취소할 만한 이유로 충분하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GSK의 CEO 엠마 웜슬리(Emma Walmsley) 회장이 최상위 호흡기질환 유망주라고 꼽았던 것을 반추하면 너무나 급격한 추락이다.
한때 GSK의 핵심 사업영역이었던 호흡기질환 파이프라인은 이미 승인된 약물인 ‘누칼라’(Nucala, 성분명 메폴리주맙 Mepolizumab)와 ‘트렐레지’(Trelegy, 성분명 플루티카손푸로에이트·유메클리디늄·빌란테롤, Fluticasone Furoate·Umeclidinium·Vilanterol) 정도 뿐이다. 3제 복합제 흡입제 중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모두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트렐리지가 유일하다. 트렐리지는 COPD 환자에서 모든 요인 사망률(all-cause mortality) 감소라는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해 ‘Impact’로 명명된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파이프라인으로는 IL-5 길항제 GSK3511294가 천식치료제를 목표로 1상을 진행 중이다. 또 바이러스성 만성폐쇄성폐질환 악화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 중인 PI4kβ 억제제 GSK3923868는 최신 업데이트에서 1상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GSK3772847은 이번 3분기 리뷰에서 유일하게 개발이 취소된 약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