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과학치료연구소, ‘항체의존 감염촉진’ 가능성 주장 … ‘포비돈요오드’의 예방효과 임상 확인 안돼
14일 0시 기준 국내 신종코로나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4명으로 100명을 넘은 전일에 비해 줄었으나 여전히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찬바람과 함께 유럽, 인도, 남미 등에서 확진자 수가 연일 급증 중이다. 이런 가운데 처음으로 재감염 환자가 사망해 항체의 지속력과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서는 항체가 도리어 재감염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코로나19에 대한 한주동안의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와 주장을 살펴본다.
코로나19 항체가 도리어 재감염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X)
코로나19 재감염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재감염으로 목숨을 잃은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코로나19 항체의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항체가 재감염 시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3일 코로나19에 재감염됐다가 목숨을 잃은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골수암으로 면역조절제를 맞은 85세 네덜란드 여성으로 올해 초 확진 후 상태가 나아 퇴원했다가 진단받은 지 59일 만에 다시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 입원했다. 입원 4일과 6일에 항체 존재 여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8일째 증세가 악화됐고, 2주 후 환자는 목숨을 잃었다.
지금까지는 알려진 바로는 재감염시 증상의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망 사례처럼 재감염일 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 7월에 재감염된 이탈리아 베로나 지역의 84세 여성과 6월에 재감염된 미국 네바다주 25세 남성은 첫 번째 감염은 경증으로 끝났으나 두 번째 감염에서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는 보고가 있다.
이탈리아 과학치료연구소(IRCCS) 연구팀은 지난 7월 첫번째 감염 때 생성된 항체가 오히려 바이러스 증식을 돕는 ‘항체의존감염촉진(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ADE)’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의학 학술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에 발표했다. 미국 네바다대 연구진도 지난 12일 의학 학술지 ‘랜싯감염병(Lancet Infectious Diseases)’에서 관련 가능성을 언급했다.
ADE는 바이러스가 항체를 이용해 숙주 세포에 급속히 퍼져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아직 코로나19에서 정식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뎅기열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처음 감염에서 항체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거나, 항체의 지속시간이 짧아서 재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항체가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에는 아직 동의하지 않고 있다.
마크 반 란스트(Marc Van Rans) 벨기에 루벤가톨릭대(Katholieke Universiteit Leuven) 의대 교수는 “첫번째 감염 후 항체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게 재감염의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라 코비(Sarah Cobey) 미국 시카고대(University of Chicago) 역학과 교수도 “첫번째 감염 때 증상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경우 항체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로쉘 위렌스키(Rochelle Walensky)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 감염내과 교수팀도 지난 10일 코로나19로 형성되는 면역글로불린의 지속기간이 2.5~4개월로 기대보다 짧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바이러스, 종이와 유리에서 2일간 생존한다? (X)
기존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폐나 유리 표면에서 2∼3일,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강철) 표면에서 최대 6일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종이로 만든 지폐 표면, 가죽으로 만든 지갑, 휴대폰 액정 등에서 최장 28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호주연방과학산업기구(The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sation, CSIRO)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바이러스학 저널'(Virology Journal)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빛을 차단하고 20도가 유지되는 조건에서 지폐, 휴대전화 액정화면 같은 유리소재, 스테인리스 스틸, 플라스틱 등의 표면에서 최장 28일까지 생존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공성 소재인 천보다는 플라스틱이나 지폐처럼 매끄러운 표면에서 높은 생존력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40도로 온도를 올리면 24시간 이내에 바이러스의 감염이 멈췄다. 같은 조건에서 독감 바이러스는 17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코로나19는 낮은 온도에서 생존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연구결과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가 9시간 정도까지는 피부에서 생존하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2시간에 못 미치게 생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손씻기와 표면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같은 연구결과가 바이러스의 생존력을 과대평가해 대중의 공포심만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론 에클레스(Ron Eccles) 영국 웨일즈 카디프대학(Cardiff University) 교수는 BBC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구에서 사람의 점액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정상적인 점액은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효소를 생성하는 백혈구와 항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표면 위에 묻은 점액에서 바이러스의 생존력은 몇시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도 “실험 디자인에 따라 바이러스 생존 기간에 차이가 있다”며 “피부에서 9시간 생존한다는 연구도 실제 사람의 피부로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짜 현실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확히 예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실생활에서 28일 생존할 확률은 낮으나 기온이 낮아질수록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개인위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오드 가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 있다? (X)
지난 7일 박만성 고려대 의대 바이러스병연구소 교수팀은 살균 및 소독제인 포비돈요오드를 0.45% 함유한 의약품을 SARS-CoV-2 배양 시험관에 적용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평가한 결과 바이러스를 99.99% 감소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포비돈요오드를 활용한 구강, 비강, 인후부의 적극적 위생 관리는 코로나19 감염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대한미생물학회지’(Journal of Bacteriology and Virology) 9월호에 게재됐다.
포비돈요오드는 흔히 ‘빨간약’이라고 불리는 상처 소독약이다. 수용액 상태에서 방출된 요오드가 미생물의 세포벽을 통과해 세포막, 단백질, 효소, DNA 등을 파괴해 살균효과를 나타낸다.
포비돈요오드가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듀크-NUS 의대와 말레이시아 열대감염병연구교육센터(TIDREC)가 진행한 시험관 실험 연구에서 포비돈요오드 소독액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였다.
사만다 프랭크 미국 코네티컷대학 교수팀도 지난달 17일 “코에 뿌리는 포비돈 요오드 스프레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활동을 빠르게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본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도 지난 8월 “포비돈요오드 성분이 포함된 가글액으로 하루 4차례 가글하면 타액 PCR검사 양성률이 9%에 그쳤다”고 주장해 일본 내에서 관련 제품이 품귀현상을 빚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연구만으로는 포비돈요오드의 코로나19 예방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우며, 이로 인한 약물 오남용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에서 발표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억제 효과는 실험실적으로 시험한 인비트로(In-Vitro) 세포실험 결과이며, 사람에 대한 임상 효과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며 “포비돈요오드가 함유된 의약품은 과량 또는 장기간 사용할 경우 요오드로 인한 갑상선기능 이상(항진증)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갑상선, 신부전, 요오드과민증 환자나 신생아 및 6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포비돈요오드가 든 의약품을 사용할 때는 피부, 인후, 구강(입안) 등 각 제품에 표시된 적용 부위와 사용 방법을 지키고, 눈에 넣거나 마셔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다량을 복용한 경우엔 상복부 통증, 위장염, 구토, 설사, 빈맥, 두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캐나다 등에서 포비돈요오드 스프레이의 코로나19 예방 여부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임상적 효과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아연이 결핍되면 코로나19 사망률 높아진다? (X)
체내에 아연이 부족하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호스피탈 델 마르 연구팀이 지난 9월 ‘유럽 임상미생물학 및 감염질환 학회(EUROPEAN SOCIETY OF 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US DISEASES)’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 249명을 대상으로 공복 시 혈액 내 아연 수치를 측정했다. 이들의 평균 아연 수치는 61mcg/dl였다. 이 중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21명의 평균 아연 수치는 43mcg/dl로 이보다 낮았다.
연구팀은 아연이 바이러스를 제어하고 면역기능을 돕는다고 설명하며, 아연이 부족하면 염증 수치가 높아지는 등 증상이 악화돼 사망 등에 더 잘 이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도 입원 중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 스테로이드 일종인 덱사메타손, 리제네론 등의 항체치료제를 투여하는 동시에 아연, 비타민D, 멜라토닌 등을 보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연‧비타민D 등의 영양소 보충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WHO는 홈페이지에 “비타민D‧C, 아연 등 미량영양소 보충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미량영양소는 면역체계가 원활히 기능하고, 건강과 영양 웰빙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며 부가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만 인정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타민과 아연 등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되거나 사망률에 관여한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됐다는 보고서나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없다”며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비타민D 아연 등을 처방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김의석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의학적 근거는 없다고 본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