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리제네론 3중 에볼라 항체, 앨커미스 비만감소 효과 조현병약, BMS ‘리소셀’, 먹는 신성 빈혈약 ‘록사두스타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에 우왕좌왕하다가 올해도 어느덧 겨우 석 달 남았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쉼없이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코로나19를 종식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예방백신 승인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긴장하고 있다.
올 4분기 중 주요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중 적어도 둘이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FDA는 백신을 승인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과 마주하게 될 것이지만 개발사들의 엄청난 진행 속도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적은 정보량으로 결단을 내려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만약 FDA가 긴급사용승인 또는 정식 허가를 통해 실험적 백신을 허가한다면 고위험군으로 접종 대상을 한정해도 수천만명이 접종하게 된다.
FDA 업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내달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대선 이전에 백신이 나오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전선이 백신이기 때문에 유권자 사이에서 최우선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FDA 실무자와 상충되는 타임라인을 제시하면서 여전히 FDA의 조기 백신 승인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FDA는 이런 와중에도 통상적인 업무까지 수행해야 한다. 림프종 암세포치료제, 조현병 복합제, 빈혈 신약, 에볼라 항체치료제 등 총 5가지 핫 이슈 신약에 대한 승인 여부를 4분기 중 결정해야 한다. 이를 간추려 이슈별 쟁점을 소개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백신 … 화이자와 모더나가 연내 유력
미국에서 4개 제약사가 대규모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그 중 화이자와 모더나는 각각 10월 말과 11월 말까지 사전 임상연구 자료를 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떤 초기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각사가 공개한 상세 연구 계획들은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언제 성공 혹은 실패를 선언할지 대충 짐작케 한다.
각 시험은 수만 명의 건강한 성인들을 참여시켜 위약 혹은 연구 중인 시험용 주사제를 무작위로 투여했다. 예방접종이 효과가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는 코로나19백신의 경우 다른 종류의 백신보다 비교적 적은 수의 예방효과만 입증하면 될 듯하다. 지난 9월말 현재 화이자는 164건, 모더나에서는 151건이다.
그러나 이들 제약사는 시험 중간에 데이터 점검을 하고 있다. 독립된 모니터링 위원회가 각각 32건과 53건의 접종 사례를 검수하게 했다. 하지만 백신이 매우 효과적이거나, 명백히 효과가 없어야 위원회가 조기에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DA는 올 여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승인에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최소 50% 효과가 있는 백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성과 관련, FDA는 백신 접종 후 최소 6개월 동안 수천 명의 피험자 자료를 보고 판단을 내리려 했다.
FDA는 일반적임 허가 검토보다 더 적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긴급사용허가(EUA)를 먼저 허가할 수 있다. 그러나 허가된 백신의 광범위 사용 가능성을 고려할 때, FDA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백신 긴급승인은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EUA 플러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EUA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이 문서는 11월 3일 선거 전 백신 사용 허가가 떨어질 가능성에 미칠 영향 때문에 정치적으로 비화돼 아직은 전면 공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참여자들에게 두 차례 접종 후 최소 두 달간(중앙값)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는 FDA의 원칙은 어느 정도 지켜질 전망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데이터를 보유한 첫 번째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도 이론상으로는 연내에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살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미국 연구는 안전 문제로 현재 멈춰진 상황이며, 존슨앤드존슨은 지난 23일 6만명을 대상으로 한번만 접종하는 백신을 투여하는 3상 테스트에 들어갔으나 지난 12일 ‘설명할 수 없는’ 부작용으로 임상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리제네론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3중 항체 칵테일 ‘REGN-EB3’
리제네론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용 항체 기반 약품 개발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빠른 진전은 리제네론이 개발해 다음 달에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성 위협인 에볼라 관련 로드맵의 산물이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발병에 대응해 리제네론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비해 암과 안구질환에 치료제로 승인된 의약품 개발에 활용해온 자사의 항체 약물 기술을 도입했다.
몇 달 만에 리제네론은 세 개의 항체를 혼합한 칵테일인 REGN-EB3을 고안했다. 이 신약은 REGN3470, REGN3471, REGN3479 등 3개의 항체로 구성된 칵테일요법제(cocktail therapy)다. 그러나 2014년 유행은 지나갔고, 리제네론은 이 치료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바이러스성 유행병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지난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에볼라가 새롭게 창궐해 REGN-EB3가 다중 약물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록하면서 성공을 이루었다. 해당 항체가 Zmapp(Mapp Biopharmaceutical이 지재권 보유)이라는 약물보다 환자를 28일 이후에 살아있게 하는 데 더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이후 시험은 조기 종료됐다. 참고로 이 다중 약물 임상시험에서 최하위 성적을 올린 게 길리어드의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로 아예 신약허가의 ‘예심’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겪었다.
리제네론의 약은 이달 25일에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며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몇 안 되는 치료법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과학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리제네론의 에볼라 약물은 이 회사의 더 수익성이 높은 항암제와 최근 떠오르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월 스트리트 분석가들의 레이더에는 중요하게 포착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리제네론은 현재 코로나19 항체로 3상 시험 중인 2가지 조합의 코로나19 항체 칵테일이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에서 참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SVB리링크(Leerink)의 애널리스트들은 에볼라 ‘환원제(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제네론의 주가는 지난 3월 코로나19 항체 연구 시작 발표 이후 30% 가까이 상승해 지난 7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앨커미스(Alkermes)의 정신분열증 및 조울증 I형 장애 치료제 ‘ALKs-3831’
아일랜드 제약사 앨커미스는 의약품 유통 전문회사에서 개발·제조사로 탈바꿈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전략의 핵심은 아직까지 결실을 맺지 못한 실험적 신경계질환 및 암 치료제 파이프라인이었다.
앨커미스가 지금까지 이룬 것 중 가장 허가에 가까웠던 것은 ALKS-5461라는 우울증 치료제로 FDA 자문위원회에서 비판을 받고 2018년 신약 승인이 거절됐다. 앨커미스는 1년 후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현재 주가는 주당 20달러 미만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제 앨커미스는 투자자 신뢰를 되찾을 ALKS-3831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신약은 조현병(정신분열증) 및 양극성장애(조울증) 1형 치료제인 릴리의 ‘자이프렉사정’(Zyprexa, 성분명 올란자핀 olanzapine)과 이와 관련된 체중 증가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여겨지는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길항제인 ‘사미도르판’(Samidorphan)의 복합제다.
그러나 앨커미스는 그 이론을 확실히 증명하지 못했다. 4주간의 한 연구에서 자이프렉사와 ALKS-3831 복용 환자는 비슷한 비율로 체중이 늘었다. 또다른 훨씬 긴 시험에서 앨커미스 신약은 체중 증가량에서 오히려 자이프렉사를 능가했다. 레사를 능가했다. 앨커미스는 그 결과를 토대로 조현병과 조울증 I 질환 모두에 대한 승인을 신청했다.
앨커미스는 실패했던 우울증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이달 9일 FDA 자문위원회에 여러 자료를 제출했고 위원들은 사미도르판이 올란자핀에 의한 체중 증가를 유의할 만하게 완화시켜 주었는지에 대해 찬성 16대, 반대 1로 압도적 찬성표를 던졌다. 자문위의 승인 권고는 구속력을 띠지는 않지만 FDA는 대체로 권고를 따르는 게 관행이다. FDA는 처방약생산자수수료법(PDUFA)에 의거 ‘ALKS 3831’의 승인 여부를 오는 11월 15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BMS의 비호지킨림프종 치료제 ‘리소셀(Liso-Cel)’
3년 전 주노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 임원들은 실험용 암세포 치료신약후보물질인 JCAR017이 이르면 2018년 말 승인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2018년 1월 세엘진이 주노를 9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결정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이 신약후보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1년 뒤인 2019년 1월 740억달러에 세엘진을 인수하면서 리소셀(Liso-cel, 성분명 리소캅타진 마라류셀, lisocabtagene maraleucel)로 이름을 바꿨다.
일련의 거래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출시 일정은 더욱 늦어졌다. BMS는 2019년 12월 FDA에 신청서를 제출해 모두가 원하는 우선심사 대상 지위를 지켜 올 6월까지 승인 결정이 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FDA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승인 결정을 8월 17일로 미루더니, BMS의 신청서류 보완으로 인해 오는 11월 16일로 또 석 달이 지연됐다.
세엘진의 이전 주주들은 적잖은 돈이 FDA의 결정에 달려 있다. BMS는 인수의 일환으로 특정 날짜까지 3대 자산(파이프라인)이 미국에서 승인을 얻을 경우 세엘진 주식 당 9달러를 추가로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첫 번째인 제포시아(Zeposia)라고 불리는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는 지난 3월에 허가를 받았다. 다음은 리소셀이다. 세 번째인 B세포성숙화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 유도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T세포 면역치료제 이데셀(ide-cel, 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클류셀, idecabtagene vicleucel, 코드명 bb2121, 적응증 다발성골수종)은 내년 3월 31일까지 허가받아야 하는데 FDA는 PDUFA에 따라 내년 3월 27일까지 시판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리소셀이 FDA 승인을 받게 되면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 길리어드의 예스카타(Yescarta)와 테카터스(Tecartus)에 이어 네 번째 키메라항원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 CAR)-T 치료제가 된다. 킴리아와 예스카르타는 비호지킨 림프종, 테카터스는 성인 불응성 또는 재발성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의 치료제로 승인됐다.
피브로겐(Fibrogen)의 만성 신장질환 치료제 ‘록사두스타트(Roxadustat)’
수 십년 동안 암과 만성 신장병으로 손상된 신장을 가진 사람들은 암젠의 ‘에포겐’(Epogen 성분명 에리스로포이에틴 erythropoietin, EPO)이나 쿄와기린의 ‘아라네스프프리필드시린지주’ (Aranesp 성분명 다베포에틴알파 Darbepoetin alfa) 같은 주사 제형의 생물학적제제로 치료받아왔다.
하지만 새로운 암성·신성 빈혈 치료제가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피브로겐이 공동 개발 중인 록사두스타트(Roxadustat)가 오는 12월 20일 경구약이자 저산소유도인자 프롤린수산화효소(Hypoxia-Inducible Factor Prolyl Hydroxylase, HIF-PH) 저해제 계열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승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에서는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록사두스타트는 인체를 저산소 상태인 것처럼 속여 적혈구 생성에 관여하는 HIF를 증식시켜 적혈구 생산과 혈색소(헤모글로빈) 농도를 늘리고 이에 따른 산소운반작용을 개선한다.
이 약은 만성 신장병 환자에게 혈액 투석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생물학적제제와 필적할 약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중국(2019년 8월 21일)과 일본(동년 9월 20일)에서 승인을 받았다.
비록 피브로겐의 록사두스타트는 신성 빈혈 생물학적제제의 핵심 우려인 심혈관계 위험과 관련 대규모 임상에서 안전성 문제로 걸려들지는 않았지만, 경쟁사인 미국 아케비아테라퓨틱스(Akebia Therapeutics)가 개발하고 오츠카제약이 도입한 경쟁 약물인 ‘바다두스타트(vadadustat)’는 그 덧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9월 4일 오츠카는 PRO2TECT 3상 임상에서 바다두스타트가 암젠의 EPO 또는 쿄와기린의 아라네스프 표준치료제 대비 심장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발표해 충격을 안겨줬다. 이에 록사두스타트가 경구약 빈혈 시장을 조기에 장악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RBC캐피탈마켓(RBC Capital Markets)의 분석가들은 아케비아의 실패가 FDA의 피브로겐의 신약심사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SVB리링크는 핵심 경쟁자를 밀어내면서도 동일 계열 약 전반의 위상을 훼손하지 않는 ‘골디락스 시나리오’라며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