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HER2- 초기암 대상 침습성 무질환 생존기간 연장에 실패 … 릴리 ‘버제니오’ 암 재발 위험 25.3% 감소 입증 … 전이암과 초기암은 시장 달라 애써 ‘태연’
화이자의 CDK4/6 억제제 계열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캡슐’(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이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을 받은 후 잔존질환(residual disease)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침습성질환(invasive disease) 없이 수명을 연장하는 데 실패했다고 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Penelope-B’로 명명된 3상 임상에서 화이자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R+)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 음성(HER2-)이 있는 초기 유방암(eBC) 환자 1250명을 대상으로 입랜스 1년+최소 5년 선행 내분비 표준요법을 위약 1년+최소 5년 선행 내분비 표준요법과 비교한 결과 1차 평가변수인 침습성 무질환 생존율(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iDFS) 개선에 실패했다.
화이자는 앞서 지난 5월 30일에도 HR+/HR- 초기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과 여기에 입랜스를 추가하는 병용요법을 비교한 Pallas 3상 결과 1차 평가지표인 침습적질환 재발까지의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Penelope-B 임상 실패와 관련, SVB리링크(Leerink)의 애널리스트인 저프리 포지스(Geoffrey Porges)는 “입랜스에 더 추가할 적응증은 없는 것 같다. 초기 유방암 치료제로서만 존재할 뿐 더 이상의 관심은 침대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며 놀라울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열린 유럽임상종양학회(ESMO 2020)에서도 상세한 Pallas 임상결과를 통해 하위그룹에서 별다른 임상효과가 나올까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기대했지만 입랜스는 이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고위험군에서도 차별화된 효과가 드러나지 않자 ‘절망적’이라는 탄식과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나왔다.
이번 Penelope-B 임상 실패는 현재 전이성 유방암에 관한 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입랜스의 입지를 좁힐 것인가로 관심을 끈다. 포지스는 “릴리의 ‘버제니오정’(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이 지난달 ESMO에서 치료법을 바꿀 청신호가 될 임상 데이터를 보여줬기 때문에 입랜스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버제니오는 호르몬수용체양성(HR+) 및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음성(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수술 후 표준화된 내분비치료에 버제니오를 추가할 경우 이 적응증 환자의 암 재발 위험이 2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포지스는 “게다가 같은 CDK 억제제로서 CDK 억제 효과에서 입랜스가 버제니오보다 못하다는 가설이 임상을 통해 실증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RBC캐피털마켓( RBC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랜달 스태니키(Randall Stanicky)는 “화이자의 입랜스가 CDK4/6 억제제 계열 항암제의 최대 79%를 장악하면서 전이성 유방암 관련 입지를 쌓은 것에 이번 임상 실패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투자자 노트에 적었다.
그러나 Evercore ISI의 애널리스트인 우머 라파트(Umer Raffat)를 포함한 다른 투자기관은 이같은 결론에 유보적이었다. 릴리의 성공적인 보조 임상에 대한 판독결과가 공개된 후에도 입랜스가 아직 지금의 위상을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날 시장의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이자 글로벌 연구개발부 종양학 부문 수석 개발 책임자인 크리스 보쇼프(Chris Boshoff) 박사는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해 실망스럽다”면서 “이 데이터를 계속 조사하면 임상에 참여한 특정 하위그룹에서 긍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초기 유방암에 대한 보조요법의 일환으로 CDK4/6 억제제의 iDFS 결과를 확립한 최초의 무작위 임상 3상”이라며 “이번 데이터가 초기 유방암 환자의 차세대 CDK 억제제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임상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조만간 의학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실제로 화이자는 두 번의 연속된 임상 실패에서 잃은 교훈을 바탕으로 실추된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새 파이프라인 개발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을 후원한 독일 유방암 그룹(German Breast Group, GBG) 시빌레 로이블(Sibylle Loibl) 프랑크푸르트대 교수는 “선행화학요법 이후 잔류질환이 있는 환자의 질병 재발 위험을 줄이는 것은 복잡한 임상적 도전”이라며 “이번한 임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종양조직의 바이오마커가 많이 수집돼 향후 유방암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입랜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과 관련, 화이자의 앤디 슈멜츠(Andy Schmeltz) 글로벌 회장 겸 항암제 사업부문 관리총책은 지난달 ESMO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입랜스가 가진 전이성 유방암에 아무런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시장 조사 결과 유방암 전문의들은 초기 유방암과 전이암을 별개로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보쇼프 박사는 “입랜스가 초기 유방암과는 매우 다른 치료 환경인 HR +, 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커뮤니티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CDK 4/6 억제제에 대한 광범위한 실제 임상 데이터를 포함해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생성하는 모습처럼 강력하다”고 밝혔다.
입랜스는 암세포의 분화와 증식을 촉진하는 효소인 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효소(Cyclin-dependent kinases, CDK) 4와 6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경구용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처음 승인받았다.
이 약물은 폐경기 여성의 초기 내분비요법 치료제인 아로마타제(aromatase) 억제제와 병용해 HR +, 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후 내분비요법 후 질병이 진행되는 환자에게 여성호르몬억제제인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와 병용요법으로 승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