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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블루’ 넘어 ‘코로나레드’로 … 빨개진 코로나 시대의 정신건강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10-08 16:36:58
  • 수정 2020-10-12 11: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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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장기화로 스트레스가 외부로 투사, 작은 비난거리에도 폭발적인 분노 … 비대면서비스 이용 등이 도움
우울증을 중심으로 하는 ‘코로나 블루’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코로나 레드’를 거쳐 ‘체념과 절망’에 갇혀 버리는 ‘코로나 블랙’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요즘 팽배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국내서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났다. 미증유의 팬데믹 사태로 일상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개인 심리방역에도 위기가 닥쳤다. 사태 초기 전염병에 걸릴까 불안하고 일상생활 박탈에 대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가 화두였다면, 최근에는 작은 일에도 분노하는 ‘코로나 레드’ 반응이 증가했다.
 
지난달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50대 초반 J씨는 10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에 무려 3건의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난 것을 목격했다. 출근이 평소보다 30분 가량 지체되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었나 싶은 생각을 갖게 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레드가 계층적 갈등, 청소년 비행, 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레드 역시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반응 중 하나라며 객관적인 접근과 분석으로 현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코로나블루’ … ‘분노’ 느끼는 ‘코로나레드’ 증가 중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심리적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고려대 ‘KU마음건강연구소’가 지난 5월(1167명), 7월(936명), 9월(842명) 등 세 차례 온라인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국민 정신건강 추적 연구’에 따르면 경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경험한 비율이 5월 33.9%, 7월 32.3% 9월 38.4%로 점점 늘고 있다. 통계대로라면 국민의 10명 중 4명은 경도 이상의 코로나블루를 겪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 상담이 권장되는 중증도 이상의 우을 증상을 호소한 이들도 24.3%(5월), 22.3%(7월)에서 29.5%(9월)로 증가 중이다.

코로나19에서 ‘불안’과 ‘우울’이 아닌 ‘분노’를 느끼는 이들도 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 8월 25∼28일 전국 성인 남여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코로나19 뉴스에서 어떤 감정을 가장 크게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7.5%는 ‘불안’이라고 답했고 25.3%는 ‘분노’, 15.2%는 ‘공포’를 꼽았다.

8월 초 동일한 질문을 했을 때 답변 비율은 ‘불안’이 62.7%, ‘분노’가 11.5%였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분노를 느낀다는 이들이 약 2.2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국감에 소환된 코로나블루‧코로나레드 … 국가 대책 마련 요구

이번 국감에서도 코로나블루와 코로나레드는 뜨거운 주제였다. 지난 2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정)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강보험 정실질환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7% 증가하는 등 최근 5년간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도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올해 6월까지 항불안제 처방을 받은 사람은 모두 534만5000명으로 월평균 89만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853만6000명, 월평균으로 따지면 71만1000명이 처방받았다. 올해 들어 25.2% 급증한 것이다. 이 의원은 “‘코로나블루’를 넘어 ‘코로나레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올해 마약류인 항불안제를 복용하는 환자들도 눈에 띄게 증가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분노조절장애 진료실 인원 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지난해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2249명으로 2015년에 비해 30.7%나 늘었으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지난해 전체 환자의 61.7%인 1389명이나 됐다”며 “‘코로나레드’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본질적으로는 같은 ‘스트레스 리액션’ … 계층보다는 개인적 성향에 영향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우울증인 ‘코로나블루’가 울화병인 ‘코로나레드’로 변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이대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체념과 절망을 호소하는 ‘코로나블랙’이 사회에 만연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레드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실업청년층‧청소년층 등에서 쉽게 나타날 수 있으며,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코로나블루보다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블루와 코로나레드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모두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방향성의 차이일 뿐 본질적은 같다는 것이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기 감염병 유행 당시에는 스트레스의 발산 대상이 본인이 돼 우울감과 불안감을 동반한 ‘코로나블루’ 반응을 보였다”며 “장기화되면서 스트레스를 외부로 발산하면서 분노와 짜증으로 나타내는 것을 ‘코로나레드’라고 부르고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준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코로나 블루나 레드 등의 표현은 학문적으로 정의되지 않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스트레스 상황에 나타나는 다양한 방어 기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업자‧청소년 등 특정 계층이 코로나레드나 코로나블루에 더 취약하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은 구석이 많다. 한덕현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성인보다 충동을 조절하지 못해 분노에 취약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코로나 스트레스를 소아‧청소년이 성인보다 강하게 느낀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김준형 교수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되는 것은 맞지만 그런 이들이 모두 우울한 것도, 분노하는 것도 아니다”며 “계층보다는 개인의 성향이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취미‧비대면서비스 활용 등 도움 … 가장 중요한 건 일상의 리듬 유지

한덕현 교수는 “코로나레드는 화를 어디에 내야 할지 몰라서 사방에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힘들고 불편하고 괴로운데, 언론‧정부 등은 ‘K-방역’ 등을 언급하며 우리 공동체가 잘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한다. 그 사이에서 개인은 혼란을 느끼고 내적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분노하고 싶은데 대상이 마땅치 않아 길을 잃고 있던 감정은 작게라도 비난할 대상이 생기면 폭탄처럼 거대한 화를 터트린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노 감정이 쌓이고 장기화되면 필연적으로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여성‧청소년 등 약자가 되기 쉽다.

장예림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내 불화가 심화하고, 이로 인한 의도적 사고 빈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층의 비행사고도 평소보다 7~10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기간 청소년이 가정폭력이나 자해로부터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준형 교수는 “분노는 전염성이 강하다”며 “분노가 확대되면 사회 속 스트레스는 더욱 강해지고 소외계층 등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만큼 개인의 스트레스 역치를 높이며 스트레스에 적응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취미 등을 통한 주의 분산이다. 홈트레이닝‧게임‧독서‧원예 등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들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것이다.

스마트폰‧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한 비대면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교수는 “아무래도 사람들끼리 부딪히면 감정을 스크리닝 하지 못하고 터트려버리기 쉽다”며 “영상 통화‧비대면 서비스 등을 일상생활에 많이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여러 믿을만한 의료기관에서 만든 마음챙김‧힐링 애플리케이션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일상 리듬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김준형 교수는 “규칙성을 잃으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해지기 쉽다”며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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