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나가는 점안제, 국산 개량신약, 만성질환 약 상당수 포함 … 제품 경쟁력과 영업력 덕분 ‘행복한 불이익’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아토젯정’ ‘아모잘탄정’ ‘텔미누보정’ 등 181개 품목에 대한 사용량-약가 연동(유형다) 협상을 마치면서 연간 350억 이상의 약가가 절감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유형 다’ 협상은 협상에 의하지 않고 등재된 약제 중 2019년도 의약품의 청구금액이 2018년도 청구금액 대비 60% 이상 증가한 경우 또는 10% 이상 증가하고 그 증가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 건강보험 재정 위험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제약사와 공단이 협상을 통해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로서 건강보험 재정절감에 기여하고 있다.
공단은 보건복지부장관의 협상명령(유형 다)에 따라 각 약제마다 제약사와 60일 동안 협상을 진행했다. 합의된 약제의 약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상한금액을 결정·고시함으로써 10월 1일자로 일괄 인하됐다.
이번 협상으로 약가가 인하된 품목은 아토젯정을 비롯해 ‘플라빅스정’, ‘크레스토정’, ‘아모잘탄정’, ‘아빌리파이정’, ‘베네픽스주’, ‘텔미누보정’, ‘제미메트서방정’, ‘쎄레브렉스캡슐’, ‘리바로정’, ‘크레스토정’, ‘이모튼캡슐’, ‘하모닐란액’, ‘엔테론정’, ‘노디트로핀노디플렉스주’ 등이다.
약가가 인하된 약제를 보면 잘나가는 품목으로 이뤄졌다.
우선 일회용 점안제다. 태준제약 ‘뉴히알유니점안액’, DHP코리아 ‘티어린프리점안액’, 삼천당제약 ‘하메론점안액’, 대우제약 ‘히알산점안액’, 종근당 ‘제노벨라점안액’, 휴온스메디케어 ‘리블리스점안액’ 등 이 포함됐다.
이번 점안제 약가 인하는 2018년 4월 일회용 점안액 기준 규격을 0.3~0.5ml로 정하고 일회용 점안제 307개 품목에 대해 약가를 최대 55% 인하하는 보건복지부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와는 무관하다.
점안제 생산에 주력하는 모 제약사 관계자는 “콘텍트렌즈, 라식·라섹수술, 스마트폰 과다 이용, 컴퓨터, 냉난방 기구 사용량 증가로 안질환이 많이 늘어남에 따라 점안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몇 해 전부터 제약사들이 점안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자체 점안제 생산시설도 구축하고 연구개발도 주력하면서 품목도 늘리고 코프로모션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요즘 잘나가는 종근당 ‘텔비누보’와 LG화학의 ‘제미메트’도 포함됐다. 종근당의 고혈압 복합제 ‘텔미누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0.8% 증가한 229억원의 처방실적을 나타냈다. 텔미누보는 텔미사르탄에 S암로디핀을 추가한 종근당으로서는 처음 개발한 복합제 개량신약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대표 의약품은 ‘제미글로정’ ‘제미메트정’ 등 제미글로 시리즈 국산 신약이다. 제미글로는 LG화학이 개발한 국내 최초 당뇨병 신약으로 지난해 매출 1000억원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웅제약과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다시 체결해 2030년까지 제미글로 제품군의 성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동국생명과학의 조영제 ‘파미레이’도 포함됐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조영제 개발을 일찍부터 시작해 개원가 등 선생님들에게 익숙해져 많이 찾으시는 것 같다”고 잘나가는 비결을 추측했다.
이 회사는 약가 인상을 위해 공급을 중단했던 게르베코리아의 조영제 ‘리피오돌울트라액’(방사성 요오드 의약품)을 대체하는 첫 국산 제네릭인 ‘패티오돌주사’를 지난 2월 11일 시판하는 등 조영제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에이치케이이노엔의 바이오의약품 전문 자매회사인 에이치케이바이오이노베이션의 만성 신부전 빈혈치료제인 ‘아로포틴프리필드주2000IU’는 옛 대한제당 바이오사업부로부터 인수한 품목으로 에이치케이이노엔(옛 씨제이헬스케어)의 ‘에포카인프리필드’와 제품이 겹치면서 영업력이 아로포틴에 집중돼 매출이 상승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추정했다.
종근당 백금착제 항암제인 ‘벨록사액상주’는 100mg 함량의 경우 인하 전 급여가가 34만6461원으로 대조약(국산)인 광동제약의 ‘옥사플린주’의 26만8356원보다 비싸지만 정부의 개량신약 우대 정책과 강한 영업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개량신약은 정부와 협의해 약가가 결정되고 복제약은 보건복지부 급여기준에 의해 상한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개량신약이 가격 유동성이 훨씬 높다”고 관계자가 설명했다.
벨록사액상주와 한미약품의 ‘리프라틴주’는 흰색 동결건조 분말인 다른 국내 제품과 달리 항암제가 미리 주사용수에 녹아져 있는 액상주사로 더 높은 급여가가 책정돼 있다. 오리지널 대조약인 사노피아벤티스의 ‘엘록사틴주’ 100mg도 급여가가 34만3643원으로 오히려 2818원 더 낮다.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 상임이사는 “2020년도 ‘유형 다’ 협상에서 181개 품목 약제의 약가인하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절감액은 연간 약 352억 원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공단은 제약사와의 유기적인 소통과 협력,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약가사후관리 기능을 더욱 강화해 선제적인 약품비 지출 관리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