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2개월 이상 추적관찰 기간 요구해 연내 승인 난망 … J&J, 3상 착수 … 미국서 화이자·모더나·AZ 이어 4번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은 FDA가 3상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 두 차례 접종 후 최소 두 달간 (중앙값)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승인(EUA) 지침을 마련해 지난주 백악관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공수표가 될 공산이 커졌다. 연내 백신 공급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백악관과 보건복지부가 현재 FDA가 제출한 초안을 검토하고 있고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새 지침이 발표될 전망이다.
FDA 초안에는 위약 투여 시험군에는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5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기준도 포함됐다. 긴급승인 조건이 강화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11월 대선 이전 백신 개발과 공급을 압박해왔다. 이 때문에 부작용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백신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따라 여러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50~60%가 긴급승인된 백신을 당분간 맞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지난 6월 30일 FDA는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백신 접종자 가운데 최소 50%에서 질병 중증도(disease severity)를 예방하거나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야 승인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다른 일반 백신의 경우 유효율이 70% 이상은 돼야 하는데 코로나19백신은 문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독감백신의 경우 유효성이 30~70%인 것에 비하면 코로나19 백신의 시급성을 감안할 때 기준이 높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통상 백신 임상에서 위약의 효과도 15~30%는 되기 때문에 50% 유효성 기준은 결코 낮지도 높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견해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존슨앤드존슨은 23일(현지시각)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콜롬비아·멕시코·페루·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의 215개 장소에서 최대 6만명의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앞서 화이자(바이오엔텍)은 지난 7월 22일, 모더나는 7월 27일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는 8월 31일에 각각 미국에서 3상 임상을 시작했다. FDA 가 설정하려는 강화된 지침에 따르면 2회 접종 후 추적관찰이 2개월이 넘어야 하므로 시간상 메리트는 화이자와 모더나에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첫 접종 후 최소 2주간의 간격을 둬야 하므로 최소 첫 주사 후 10주(두달 반)은 지나야 평가대상이 되는 셈이다.
FDA의 이번 지침 강화에 대해 WP는 “대중의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FDA 백신 자문위원회 소속인 폴 오핏(Paul Offit) 필라델피아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장은 “12월 이전에 백신 승인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