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지표 및 환자 모집단 선정이 실패 요인 … 유전성·운동장애 헌팅턴병 대비 인지장애만 있는 치매약 개발은 쉽다 판단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Rocheste)의 퇴행성신경질환 치료제 및 면역항암제인 백시넥스(Vaccinex)는 초기 발현 및 점진적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HD) 환자를 대상으로 한 ‘페피네맙’(Pepinemab, 코드명 VX15/2503) 2상 SIGNAL 임상시험 결과 두 개의 주요지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했다고 2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임상시험은 초기 헌팅턴병 환자 179명을 대상으로 페피네맙과 위약의 효과를 헌팅턴병 인지평가 검사(Huntington’s Disease Cognitive Assessment Battery)와 임상적 치료 효과에 대한 믿음(Clinical Global Impression of Change, CGIC) 등 두 가지 지표로 평가했다.
임상시험은 사전에 지정된 두 주요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결과치만 보면 유익한 변화를 이끄는 강한 추세를 보여줬다.
질병 진행과 관련된 계획 능력과 기억력의 감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게 관찰됐고, CGIC 관련 치료상 편익은 추세로는 보였지만 페피네맙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백시넥스 회장 겸 CEO 모리스 자우데러(Maurice Zauderer)는 “HD는 뇌의 여러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진행되면 인지 및 작업 능력에 중대한 타격을 입힌다”며 “오늘 보고된 결과는 페피네맙 치료의 인지능력 향상 효과를 강력히 증명하며, 페피네맙이란 항체를 사용한 치료는 인지를 관장하는 피질중추를 표적으로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페피네맙은 SEMA4D(Semaphoring 4D)와 결합, 이에 의해 활성화되는 신호활동을 차단하는 인간화 단일클론 IgG4 항체다. SEMA4D는 세포외 신호 분자로 암 혹은 부상 발생 현장에서 면역 및 염증세포의 이동과 활성화를 조절한다.
헌팅턴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만성 뇌질환에서 SEMA4D가 정상적인 뇌기능의 상실과 함께 신경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질병 진행을 가속화한다는 게 발견됐다. 페피네맙의 작용 기전은 SEMA4D 신호를 차단해 정상적인 기능을 보존하고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방지하는 것이다. 이로써 종양에 면역세포가 침투하는 것을 촉진하고 신경염증 및 신경퇴행성 질환 모델에서 신경학적 손상을 방지한다는 것이 전임상 연구 결과 드러났다.
SEMA4D는 정상적인 사람에서는 낮은 레벨로 발현하지만 헌팅턴병을 가진 사람의 뇌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발현한다. 따라서 백시넥스는 SEMA4D를 차단함으로써 헌팅턴병, 알츠하이머병을을 포함한 뇌내 신경퇴행성 과정에서 염증을 줄이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도 면역체계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높은 농도의 SEMA4D 발현을 활용한다.
백시넥스는 이 점을 이용해 헌팅턴병, 알츠하이머병으로 개발 중인 페피네맙을 독일 머크와 미국 화이자의 PD-L1 억제제 ‘바벤시오주’(Bavencio, 성분명 아벨루맙 avelumab)와 병용해 비소세포폐암 (NSCLC) 치료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페피네맙을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 (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병용해 두경부암을 대상으로 2021년 초에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헌팅턴병은 뇌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다. 환자의 기능적 능력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일반적으로 운동, 인지, 정신 질환을 초래한다. 증상은 보통 30~40대에 발생하지만 어느 시기에나 발생할 수 있다. 20세 이전에 발병하면 ‘유년성 헌팅턴병’이라고 지칭한다.
자우데러는 “HD의 첫 징후는 무도병 (몸의 일부가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이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이며, 인지장애는 일반적으로 질병이 진행되면서 나중에 나타난다. 우리는 연구 데이터를 믿는다. 그래서 악화된 단계에 있는 환자들이 페피네맙으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 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는 페피네맙이 알츠하이머병과 주로 전두엽 피질과 인지력에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중요한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백시넥스는 알츠하이머치료제발굴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으로부터 이미 300만달러를 기부받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도정에 올랐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선별검사를 시작했고, 이달 중 미국의 15개 의료기관에서 페피네맙에 대한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에 환자등록이 시작되길 희망하고 있다. 자우데러는 “선별검사를 위해 최적으로 예산과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백시넥스는 헌팅턴병은 희귀유전병이고 근육과 운동장애를 동반해 단지 인지기능만 나빠진 알츠하이머병에 비해 훨씬 치료가 어렵다며 상대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쉬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헌팅턴병 환자에겐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을 투입해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이다. 이에 페피네맙은 진행성 뇌장애를 완화할 수 있는 최초의 약으로 주목받았던 것이다.
백시넥스는 헌팅턴병 초기 환자 179명이 참여한 임상이 실패한 것은 부적절한 평가지표 설정과 잘못된 환자 모집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자우데러는 “FDA는 우리에게 종합 검사를 구성하는 6가지 항목 중 어떤 것이 우리와 연구 및 치료와 관련 가장 영향이 큰지를 알아내라고 지시했고 그래서 우리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던 두 가지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백시넥스는 헌팅턴병 환자들이 전형적으로 이른 나이에 기능을 잃는다는 점을 간과하고 부적합한 평가기술을 선택했다. 자우데러는 “더 어려서 기능을 상실할수록 더 심각한 기능장애를 보인다”며 “쉬운 작업을 환자들이 할 수 없게 되기까지 많은 신경퇴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돌이켜보면 초기 환자보다 조금 더 증상이 진행돼 이미 인지장애 징후를 보이는 환자를 선별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시넥스는 인지력 저하를 보이기 시작하는 환자를 모집하는 후속 연구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그 프로젝트를 진전시킬 파트너 제약사를 물색하면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