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반응률 24% vs 기존 ‘키트루다’ 14% … 생존기간 중앙값 12.1개월,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8.3개월 … FDA에 우선심사 신청
선택지가 많지 않은 자궁경부암을 위한 또하나의 희망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2018년 6월에에 겨우 14% 치료반응률만으로도 자궁경부암 2차 치료제가 허가받았는데 이를 뛰어넘는 약이 나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checkpoint inhibitor)는 종양이 PD-L1을 발현하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 이에 시애틀제네틱스(Seattle Genetics)와 젠맙(Genmab)이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복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티소투맙베도틴’(Tisotumab Vedotin)은 말기 자궁경부암 환자 4분의 1에서 종양 크기를 줄였고 반에서 종양 성장을 막았다는 희소식을 내놨다.
이달 19~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의 연례 가상회의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을 위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이로써 다른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이 악화되었거나 다른 치료 옵션이 없는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도움을 줄 부족한 환자들에게 청신호가 켜졌다.
21일(현지시각) 발표된 이 ADC의 2상 데이터는 1차 치료 이후 암이 재발했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된 10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환자의 94%는 골반 외부에 전이가 있고, 절반 이상이 백금화학항암제 시스플라틴(Cisplatin)과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또 다른 63%는 이중(doublet) 화학요법과 로슈의 블록버스터 신생혈관 억제 항체치료제 ‘아바스틴주’(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로 치료를 받았다.
티소투맙 베도틴은 환자의 79%에서 종양을 상당 부분 축소시키고 환자의 24%가 치료반응을 보일 만큼 종양 크기를 줄였다. 환자의 생존기간 중앙값 12.1개월로 늘렸고,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을 4.2개월로 선방했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8.3개월이었다.
클레이 시걸(Clay Siegall) 시애틀제네틱스 CEO는 “일부 환자들은 치료 중이어서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에도 도달하지 못했고,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InnovaTV 204’로 명명된 이번 임상은 대조군 없이 진행돼 비교할 상대가 없다. 하지만 과거 임상들이 보여준 생존기간은 시애틀제네틱스의 제제가 보여준 것에 비해 ‘상당히 짧다’는 것은 자명하다.
시걸은 “이전 임상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12.1개월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젠맙과 함께 가속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시걸은 “말기 자궁경부암 환자에 좋은 치료법은 많지 않고 항암화학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치료반응률은 10, 12, 14% 정도로 매우 낮다”며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2년생존율이 낮고 대안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애틀제네틱스의 처음 승인된 혈액암 ADC인 ‘애드세트리스’(Adcetris 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 Brentuximab vedotin)를 언급하면서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혈액암의 일종인 호지킨성림프종 치료제인 애드세트리스는 그나마 다양한 치료 대안이 있지만 자궁경부암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애트세트리스는 다케다제약과 공동 개발해 2011년 8월 FDA 승인을 받았다.
시애틀제네틱스와 젠맙은 티소투맙 베도틴이 말기 자궁경부암이란 ‘치료곤란’ 환자군에 일말의 기회라도 줄 수 있나 알아보기 위해 단일 제제로 시험했지만 추후 다른 암 치료제와 조합해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결국 다른 제제와의 병용요법은 안전성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티소투맙 베도틴의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했다. 환자의 38%에서 탈모, 30%에서 코피를 보였고 27%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임상 연구자들이 치료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패혈성 쇼크로 환자 1명이 사망했다.
눈 관련 부작용으로 결막염이 환자의 26%, 안구건조증이 23%, 각막염이나 염증이 11%에서 나타났다. 임상 의사들은 1상 연구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고 시애틀제네틱스는 이번 2상에서 대비를 착실히 했다.
시걸은 “2상 진행 과정에서 안과의사, 종양내과 의사들이 치료에 앞서 예방적 (Prophylactic) 스테로이드 안약과 차가운 눈 찜질을 이용하는 간단한 대처 계획을 고안했다”며 “눈 관련 독성이 크게 개선돼 더 이상 승인에 제한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외에도 두 회사는 난소암과 공개되지 않은 ‘기타 고형암’에 티소투맙 베도틴을 시험하고 있다. 티소투맙 베도틴이나 애드세트리스, 시애틀제네틱스가 지난해 12월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해 두 번째로 승인받은 방광암 신약 ‘패드세브(Padcev 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enfortumab vedotin)나 항체만 다를 뿐 치료성분인 베도틴은 똑같다.
베도틴은 ‘세포의 철도’로 불리며 세포기관을 이동하며 세포를 지지하고 형체를 유지해주는 ‘미세소관(Microtubule)’이란 기반 시설을 교란한다. 항체 조각인 티소투맙은 자궁경부암과 다른 고형암에 풍부한 단백질인 조직 인자(Tissue Factor)를 대상으로 결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