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uropean Society for Medical Oncology, ESMO) 연례 가상회의에서는 유방암 치료제 분야에서 각축이 벌어졌다.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릴리의 CDK 4/6 억제제 ‘버제니오’ vs 노바티스의 PIK3CA 억제제 ‘피크레이’
릴리의 호르몬수용체양성(HR+) 및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음성(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정’(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은 수술 후 표준화된 내분비치료에 버제니오를 추가할 경우 이 적응증 환자의 암 재발 위험이 2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monarchE 임상시험의 중간분석 결과 기존 내분비치료를 받은 환자(대조군)의 11.3%가 재발한 반면 버제니오 투여군은 7.8%에 그쳤다. 릴리온콜로지 글로벌 플랫폼 리더인 크리스티안 응우옌(Christian Nguyen)은 인터뷰에서 “3.5% 포인트의 차이가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일 수 있지만 25.3% 위험도 감소는 암 진행 지연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혜택으로 미국암종양학회(ASCO) 지침을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CDK4/6 억제제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입증됐지만 고위험 조기 HR+/HER2-유방암에서 실증한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이 계열 선두주자인 화이자의 ‘입랜스캡슐’(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은 3상 팔라스(Pallas) 연구에서 입랜스 및 내분비요법 병용요법의 3년간 비침습성 질병생존율(invasive disease-free survival)이 88.2%로, 내분비치료만 했을 경우의 88.5%과 비슷했다.
두 임상연구에는 버제니오와 입랜스는 임상 환자 모집에서 차이를 보였다. 입랜스는 넓은 환자군을, 버제니오는 림프절까지 전이되거나 암세포 증식이 높은 위험 집단에 초점을 맞췄다. monarchE 임상에서는 버제니오 콤보가 전이성 유방암으로 넘어갈 위험을 28.3%나 줄여 조기 유방암이 재발하는 싹을 잘랐다고 릴리 측은 설명했다.
물론 버제니오로 어떤 조기 유방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지, 나중에 전이될 경우 그때에도 다시 CDK4/6 억제제로 치료해야 하는지는 확실치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아울러 버제니오는 입랜스가 갖지 않은 높은 위장관 부작용 발생률을 해결해야 한다. 대부분은 설사 부작용이어서 무난히 해결됐지만 서 4.8%의 환자가 이 때문에 임상을 중단했다.
노바티스의 ‘피크레이’(Piqray 성분명 알펠리십 Alpelisib)도 HR+/HER2- 유방암 및 삼중음성유방암(TNBC)에서 기대주다.
단 피크레이는 PIK3CA 변이를 동반한 유방암 환자에게 초점을 맞췄다. PIK3CA 돌연변이는 모든 HR+/HER2 유방암의 40%를 차지하며, 좋지 않은 질병 예후와 관련이 있다.
SOLAR-1 임상은 1차 아로마타제 억제제 치료 이후 재발 또는 진행한 폐경 후 여성 HR+/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 결과 피크레이 및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슬로덱스주’(Faslodex, 성분명 풀베스트란 Fulvestran) 콤보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39.3개월로, 대조군(파슬로덱스 단독)은 31.4개월보다 약 8개월이나 생존기간을 늘렸다. 폐 또는 간 전이가 있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전체 생존율이 14개월 이상 향상돼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37.2개월로 나타났다.
피크레이-파슬로덱스 병용군은 환자들은 첫 화학항암요법을 시작하기까지 23.3개월까지 지연시킬 수 있었다. 이는 파슬로덱스를 단독으로 복용군의 14.8개월과 비교된다.
파슬로덱스는 세계 최초로 허가된 선택적 에스트로겐수용체분해제(Selective Estrogen Receptor Degrader, SERD)이다.
MSD의 ‘키트루다’와 에자이의 ‘렌비마’ vs 이뮤노메딕스 ‘트로델비’
삼중음성유방암(TNBC)에서의 경쟁도 거세졌다. 면역항암제의 리더인 MSD의 ‘키트루다’와 유망주로 주목받는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와 일본 에자이의 수용체 티로신키나제 (Receptor tyrosine kinases RTK) 억제제 ‘렌비마캡슐’(성분명 렌바티닙, lenvatinib) 병용요법은 치료 경험이 있는 TNBC에 29%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였다.
지난 13일 길리어드사이언스가 210억달러에 인수키로 한 이뮤노메딕스(Immunomedics)의 ‘트로델비’(Trodelvy, 성분명 Sacituzumab Govitecan-hziy)는 이전에 적어도 두 가지 화학요법에 실패한 환자군에서 항암화학요법군보다 질병 진행의 위험을 59%나 줄였다. Ascent 임상에서 사망 위험은 52%가 줄었고, 환자의 평균수명은 12.1개월로 나타났다. 화학요법군은 6.7개월에 불과했다.
트로델비는 TNBC에서 표준화학요법에 대비 유의미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보인 최초의 항체약물복합체(ADC)가 됐다.
TNBC에 가장 먼저 진출한 로슈의 ‘티쎈트릭’ 선두 유지할까?
로슈의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은 2019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2019년 8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면역항암제로는 처음으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키트루다를 비롯해 TNBC 시장 경쟁자가 늘면서 로슈는 더 탄탄하게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술을 앞둔 초기 TNBC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IMPassion 031 임상 결과 종양의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티쎈트릭과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했더니 병리학적 완전관해(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 pCR)가 위약+항암화학요법 대비 16.5% 더 높게 나타났다.
또 티쎈트릭은 PD-L1 발현 전이성 TNBC 환자를 대상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했다.
IMPassion 130 임상에서 국소적으로 치료되지 않았거나 전이된 TNBC를 가진 모든 환자의 사망 위험이 1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D-L1 양성 그룹에서 사망 위험은 33%까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