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Janssen)과 유한양행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 등 EGFR 변이 폐암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를 위한 병용요법으로 타그리소를 능가할 포인트를 보여줬다.
두 회사는 20일(현지시각)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0)에서 유한의 레이저티닙(Lazertinib)과 얀센의 EGFR 및 MET 경로를 타격하는 이중항체 아미반타맙(Amivantamab)으로 조합된 병용요법의 첫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개최 이전부터 이번 ESMO에서 가장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첫 자료 공표로는 신뢰감을 심어줄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한은 2018년 11월 얀센에 레이저티닙(코드명 YH-25448)을 1조4000억원에 기술수출해 국내는 유한이, 그밖의 전세계에서는 얀센이 판권을 갖고 공동 임상 중이다. 현재 국내선 3상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얀센은 EGFR의 엑손(exon)19 결손이나 엑손21(L858R) 치환 변이 또는 MET 확장변이를 동반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1b상 임상을 진행했다. 이들 변이는 비소세포폐암을 일으키는 전체 EGFR 돌연변이에서 85~90%를 차지한다.
선행 치료 경험이 없는, 신규 진단된 환자 그룹(20명)과 3세대 TKI 타그리소 복용 후 재발 소견을 보인 환자 그룹(45명)에서 뛰어난 반응률을 나타냈다. 타그리소는 높은 치료효과로 각광을 받아왔지만 이 역시 내성을 보이는 환자가 생기면 다른 대체약이 없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선 새로 진단된, 치료 경험이 없는 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치료 시작 후 7개월(중앙값) 시점에서 분석한 결과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verall response rate, ORR)이 100%로 나타났다. 20명 모두 종양이 축소됐다.
100%의 ORR에 얀센은 고무됐지만 자못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 회사 연구개발(R&D) 부문 마크 와일드구스트(Mark Wildgust) 글로벌 의학담당 부사장은 “오시머티닙은 자체적으로 88%의 ORR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시머티닙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수치로써 100%보다 나은 결과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시머티닙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약 18개월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7개월 동안 누구의 병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고 덧붙였다.
타그리소를 복용함에도 NSCLC가 악화된 45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임상시험에서는 새 콤보가 60%(27명)의 환자에서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36%(16명)의 종양을 축소시켰다. 한 환자는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 CR)을 보였다. 악성종양의 모든 징후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15명은 부분반응(partial response, PR)을 보였다.
새 콤보요법에서 보고된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미한 1~2등급으로 기존 TKI보다 낮았다. 흔한 이상반응은 발진(4%), 저알부민혈증(2%),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gamma(γ)-glutamyl transferase, GGT) 수치 증가(1%), 저나트륨혈증(1%), 조갑주위염(1%), 간질성폐질환(1%) 등이다. 이상반응으로 인해 약물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6%였다. 다만 레이저티닙 자체적으로 다른 TKI보다 안전함을 입증하는 게 과제다.
26명을 대상으로 한 약용량 결정 임상에서는 각 약물이 단독으로 진행한 2상 임상에서 쓴 최대 용량을 쓰더라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약물의 최대 용량 조합은 곧 시작될 새 콤보요법 2상에서 타그리소나 다른 항암화학요법제를 써도 증상이 악화된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또 타그리소로 치료되지 않은 NSCLC 환자에게 새 콤보와 타그리소를 투여해 1대1 직접 비교하는 향후 3상 임상에서도 적용될 전망이다.
얀센은 내달부터 새 콤보요법으로 3상 ‘MARIPOSA’ 연구에 들어간다. 와일드구스트는 “환자 60%가 임상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길조”라며 “EGFR 변이 폐암의 1차 표준치료제인 타그리소를 복용하다가 재발한 환자에 대한 승인된 치료법이 없어 시장성이 밝다”고 말했다.
물론 유한양행과 얀센의 새 콤보요법 외에도 지난 5월 29일 릴리의 VEGFR 표적항암제인 ‘사이람자주’(CYRAMZA 성분명 라무시루맙 Ramucirumab)’는 한국로슈 ‘타쎄바정’(Tarceva 성분명 엘로티닙 erlotinib)과의 병용요법으로 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 유의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져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적응증을 획득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이람자·타쎄바 병용군(19.4개월)은 타쎄바 단독 투여군(12.4개월)에 비해 무진행생존기간(PFS)이 7개월 정도 연장됐다.
전임상시험에서 레이저티닙은 중추신경계 침투효과가 타그리소보다 우월했다. 이는 폐암의 뇌 변이를 막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더욱이 레이저티닙은 암세포내 수용체를 틀어막고, 아미반타맙은 항체로서 세포 밖에서 암세포를 공격한다. 따라서 암세포가 약물 저항성을 일으키는 변이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해 새 콤보요법은 EGFR 경로 외에도 MET 경로까지 차단한다. 와일드구스트는 “EGFR이 MET를 통해 폐암을 진행시킨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은 이중작용 메커니즘은 하나의 변이 유발점을 차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물저항성을 유발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로 2015년 전임상 단계에서 유한양행에 기술을 넘겼다. 유한양행은 이를 다시 얀센에 수출했다. 오스코텍은 유한양행이 얀센으로부터 받는 기술수출료의 40%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