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는 중화항체 후보물질 ‘LY-CoV555’가 452명의 경증~중등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BLAZE-1’임상연구에서 환자 입원율 및 응급실 방문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고 16일(현지시각) 밝혔다.
릴리는 이 자료를 근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데이터를 꼼꼼이 살펴보면 유효성 입증에 미흡한 구석이 많아 승인이 나올지 의문이다.
이 회사는 이날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한 BLAZE-1 임상 중간분석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자료를 공개했다. 이번 임상은 코로나19의 중화항체인 LY-CoV555가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코로나19 외래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주안점을 뒀다.
피험자들은 LY-CoV555를 각각 700mg, 2800mg, 7000mg 등 3가지 용량 또는 위약을 투여받았다. 사전에 규정된 착수시점과 11일차 시점의 바이러스 수치 변화도를 보는 1차 평가지표는 LY-CoV555 2800mg을 투여한 그룹만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약 투여군을 포함한 대부분의 환자들도 11일차 시점에서 평가했을 때 거의 완전하게(near complete) 바이러스가 제거된 것으로 입증됐다.
추가로 분석된 바이러스 자료를 보면 LY-CoV555가 3일차의 이른 시점부터 개선된 바이러스 제거효과를 보였지만 임상 기간 후반에는 지속적으로 높은 바이러스 수치를 보였다. 이같은 데이터의 미흡성은 이 신약의 잠재적 이점을 평가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릴리는 이에 2차 지표인 입원 또는 응급실 내원 환자 수 감소의 긍정적 결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사전에 규정된 시험목표들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입원환자 대부분 원래 고위험군 … 모집단 중등도 이하 환자라 심각한 증상 개선 능력도 의문
LY-CoV555 투여군은 입원 및 응급실 방문 비율이 1.7%(302명 중 5명)에 그쳐 위약 투여군의 6%(150명 중 9명)와 비교해 72% 감소했음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임상시험 모집단이 적어서 의미가 있는지는 명쾌하지 않다.
게다가 입원한 환자들은 대부분 연령대 또는 체질량지수(BMI)가 높고 기저질환을 동반한 환자들로 유의미하게 LY-CoV555가 증상 개선 효과가 있는지도 증명하기 어렵다. 또 모든 피험자 그룹에서 기계적 인공호흡을 필요로 하거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증상이 진행된 경우도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릴리는 입원율 감소는 ‘명백한 치료효과’(more pronounced treatment effect)라며 자화자찬했다. 심층 분석 결과 LY-CoV555가 위약보다 빠르게 증상을 개선해 입원율 감소에 기여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지만 릴리의 이같은 주장은 더 많은 입증과 연구가 필요하다.
LY-CoV555는 양호한 내약성을 나타내 약물치료로 인한 중증 부작용을 보이진 않았다. 치료와 관련해 발생한 부작용은 LY-CoV555 투여군에서 용량과 상관없이 대동소이했으며, 위약 대조군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었다.
바이러스 RNA 배열을 보면 대조군을 포함한 모든 피험자에서 LY-CoV555에 내성을 보이는 변종이 나타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변종 출현 비율은 LY-CoV555 투여군에서 8%로 집계돼 대조군의 6%에 비해 다소 높았다.
릴리의 다니엘 스코브론스키(Daniel Skovronsky) 부회장 겸 최고과학책임자(CSO)는 “BLAZE-1 시험에서 확보된 중간분석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를 억제하는 항체의 일종으로 개발이 진행 중인 LY-CoV555가 항바이러스 효과를 유도하고, 코로나19 관련한 입원율을 감소시킴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릴리는 이번에 공개한 중간분석 자료를 전문가 그룹 평가를 거친 다음 가급적 이른 시일에 의학 학술지에 게재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들과 차후 이행할 다음 단계의 조치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는 복안이다.
약제 내성 보이는 변종 출현율 8% … LY-CoV016 추가한 이중항체로 해결 모색
릴리는 BLAZE-1 시험을 계속하면서 LY-CoV555와 파트너인 중국 상하이 준시바이오사이언시스(Junshi Biosciences)가 개발한 두 번째 중화항체인 ‘LY-CoV016’를 겹합시킨 이중항체 칵테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LY-CoV555 역시 캐나다 밴쿠버 소재 앱셀레라(AbCellera)가 도출한 중화항체다. 두 항체는 SARS-CoV-2 돌기 단백질의 서로 다른 부위와 결합해 코로나19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생존자들로부터 얻은 항체들로 항체 역가와 생산 효율을 극대화해 개발했다.
LY-CoV555에 저항하는 코로나19 변이가 출현함에 따라 두 항체를 칵테일하면 바이러스의 약제에 대한 내성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릴리의 첫 중화항체 임상결과 발표는 시작에 불과하다.기대를 가져볼 수도 있지만 논란거리도 많은 임상결과였다. 따라서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리제네론 등 중화항체를 개발 중인 다른 경쟁자들과 개발전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