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한(Stephen Hahn) 미국 식품의약국 국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회복기 환자의 혈장치료법을 긴급사용승인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트위터에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승인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해 논란을 키워나고 있다.
더욱이 화이자의 경영진은 백신 후보에 대한 3상 시험을 완료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이같은 승인 일정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화이자 백신 R&D 그룹의 수석 상무인 니콜라스 키친(Nicholas Kitchin)은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파트너인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공동 진행 중인 COVID-19 백신인 BNT162b2의 임상시험에 지원자가 50% 이상 등록됐다고 보고했다.
이 소식은 화이자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CEO가 오는 10월에 백신의 FDA 승인을 모색한다는 계획을 공개한다고 밝힘에 따라 여러 논평이 가운데 전해진 것이서 주목받고 있다.
한 국장은 “FDA의 검토자들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임상 험에서 환자등록률이 빠르게 올라간 데 고무돼 있다”이라고 26일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FDA 백신 자문위원회가 오는 10월 22일에 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FDA의 웹 사이트에 바이오의약품평가연구센터(Center for Biologics Evaluation and Research, CBER) 일정에는 백신 자문위가 22일과 10월 2일 두 차례 걸쳐 열린다. 통상 백신 관련 자문위는 일정이 공개되지 않는 관행에 비춰 이례적이다.
미즈호증권(Mizuho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인 바밀 다이반(Vamil Divan)은 “백신 타임 라인이 화이자에게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반은 27일 투자자에게 보랜 레터에서 “3만명의 지원자를 모집하는 화이자의 mRNA 백신 임상에 이미 목표의 절반을 넘는 환자가 등록했다면 다음달 말까지 전체 등록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즉 첫 번째 임상 데이터 세트는 9월 중순에, 잠재적으로 미즈호증권이 예약한 투자자 고객 대상 이벤트에서 릴리스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이반은 이어 임상시험의 모든 데이터는 FDA 자문위 회의 일정에 맞춰 10월 중순까지 준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승인 검토 및 긴급사용승인을 내리는 단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레터에 썼다. 화이자는 관련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이반은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이 올 연말 출시돼 2021년에 약 17억달러의 최고 매출에 도달 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년 예방 접종하는 독감과 유사한 시나리오라고 낙관했다.
화이자와 모더나(Moderna)와 똑같이 mRNA 백신을 개발하며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기관인 SVB리링크(SVB Leerink)의 분석가들은 이번 주 초 화이자가 몇 가지 주요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화이자 백신은 인간 대상 임상에서 신은 CD4 양성 및 CD8 양성 T 세포에서 확실한 면역반응을 보인 유일한 후보라는 것이다. 이는 강력한 면역 보호의 시그널이다. 아울러 화이자는 업력이 일천한 모더나에게 부족한 강력한 인프라와 상업적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SVB리링크의 분석가들은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주 초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 전에 백신의 잠재적 승인에 무게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는 25일 미국 관리들과 긴급사용승인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백신은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2/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까지 유효성 평가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이 회사 대변인은 밝혔다.
모더나는 지난 7월말에 mRNA-1273에 대한 3상 임상에 들어가 내년 후반기에 임상을 완료하고 2022년초에 정식 허가를 얻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회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올 연말까지 예비 임상데이터를 내놓고 긴급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보건 및 주식 전문가들의 은근한 압력이다.
때마침 모더나는 26일 56~70세 성인 10명과 71세 이상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 물질을 28일 간격으로 100㎍씩 두 차례 투여한 결과, 자원자 모두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와 면역계에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특히 백신후보물질을 맞은 자원자들에서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보다 많은 수준의 항체가 형성됐다고 모더나는 강조했다. 일부 시험 참가자는 피로, 오한, 두통 등을 호소했지만, 대부분 이틀 안에 증상이 사라져 안전성도 확인했다고 했다.
모더나는 지난 7월 14일에도 임상 1상에서 18~55세 지원자 45명 중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한 42명 전부에서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은 8명에 불과했다. 당시 발표는 55세 이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노년층은 빠져 있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백신을 맞아도 항체형성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년층에서도 충분한 중화항체와 T세포 형성이 가능하다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건강한 성인은 항체 생성률이 70% 정도에 달하지만 노년층은 40~50% 정도로 낮다”고 덧붙였다.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은 최대 규모인 6만명을 대상으로 COVID-19 백신 임상을 준비 중이다. 최신 기술인 mRNA 백신과 달리 에볼라백신 개발에 활용해 이미 입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Ad26.COV2.S라는 후보를 만들었다. 존슨앤드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복제 불가능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삽입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SVB리링크는 전통의 백신 방식인 단백질 서브 유닛 백신이 mRNA 백신후보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 3명의 견해를 들어 예측했다. 3상을 준비 중인 노바백스(Novavax)와 사노피•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연합이 개발 중인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코로나 환자의 회복기 혈장이 COVID-19 환자의 생존율을 35% 향상시킬 수 있다고 잘못 언급해 전문가들을 일부 열받게 한 FDA의 한 국장은 오는 10월 22일 백신 후보에 대한 검토가 ‘좋은 과학적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트윗했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미국 대선 며칠 전에 우연찮게 FDA 자문위 회의가 열린다는 점에 석연찮다고 지적하고 있다.
화이자는 미국 정부의 초고속실행계획(Warp Speed initiative)의 최고 수혜자로 지난 7월 말, 미국 정부로부터 1억도스를 19억5000만 달러에 공급하기로 확정 계약을 맺었다. 이어 영국 (3000만도스 ) 및 일본 정부(1억2000만도스)와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