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엘러간 제품 관련 620건 차지 … 보형물 표면의 염증 및 파편에 의한 과도한 면역반응 원인 추정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엘러간(Allergan)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보형물 ‘내트렐(Natrelle)’의 리콜을 조치했다. 다른 제조사 보형물에 비해 희귀암인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Breast implant associated-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발병 확률이 6배가량 높아서였다.
FDA는 지난 20일(현지시각) 보형물 안전 감시 노력의 일환으로 BIA-ALCL뿐만 아니라 피로, 기억상실, 혼미, 발진, 관절통증 등을 포괄하는 인공유방 가슴수술의 부작용 데이터를 내놨다.
미국 및 전세계 733곳에서 2019년 하반기(2020년 1월 5일 접수마감) 의료기기 보고서(medical device reports, MDRs)를 분석한 결과 저번 조사(2019년 7월 6일 접수마감) 대비 인공유방과 관련해 BIA-ALCL 환자는 160명, 사망자는 3명 늘어 각각 총 36명과 733명이 됐다. 이 중 엘러간이 제조한 인공유방으로 인한 환자는 620명을 차지한다.
인공유방 이식 및 흉터조직 제거수술로 인해 보고된 BIA-ALCL은 면역시스템 문제로 생기는 암이다. 이식한 ‘거친 표면(textured shells) 유방보형물’이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발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반적으로 발병률은 낮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거친 표면의 인공유방은 매끄러운 타입(smooth type)보다 구형구축(보형물 주위조직이 딱딱해짐) 발생률이 낮고 안정감 있게 고정된다는 이점 때문에 개발됐다.
그러나 표면이 거친 탓에 마찰에 의해서 나타나는 염증 및 보형물에서 나온 파편의 영향, 세균 오염 등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이런 부작용이 크게 알려지면서 국내서는 현재 ‘매끄러운 타입’만 허용되고 있다.
FDA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2개월 동안 인공유방 관련 부작용 보고는 총 2500건이었다. 이는 2008년 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0년 이상 보고받은 1080건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인공유방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부작용은 피로(49%), 브레인포그(brain fog, 25%: 의식 및 기억이 혼미), 관절통(25%), 불안(24%), 탈모증(21%), 우울증(21%), 자가면역질환(18%), 염증(18%), 체중 문제(18%) 등이다.
ALCL은 1997년 유방보형물을 삽입한 환자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꾸준히 보형물과 ALCL 발생 간 연관성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유방보형물에 의한 ALCL(BIA-ALCL)을 림프종의 일종으로 규정했다. 주요 의심 증상으로는 장액종으로 인한 유방 크기 변화, 피막에 발생한 덩어리나 피부 발진 등이 꼽힌다.
FDA는 2011년 연말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프랑스 PIP사 발암성 실리콘 유방보형물 사건을 전후로 보형물의 안전성을 예의주시해왔다. 당시 처음으로 가슴보형물과 림프종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위험성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