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6월 출시된 '솔리리스' ‘업리즈나’ 대항마 부각 … 상대적으로 약가 저렴, IL-6 억제 고유 기전 … 피하주사제로 자가치료 가능 장점
로슈 및 제넨테크가 개발한 ‘엔스프링’(Enspryng 성분명 사트랄리주맙-mwge, satralizumab-mwge) 피하주사제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항 아쿠아포린-4(anti-aquaporin-4, AQP4) 항체 양성인 성인 시신경척수염스펙트럼장애(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엔스프링은 지난해 6월 허가받은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New Haven) 소재 알렉시온(Alexion)의 ‘솔리리스주’(Soliris 성분명 에쿨리주맙, eculizumab), 올해 6월 승인이 난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 소재 비엘라바이오(Viela Bio)가 개발한 정맥주사제 신약 ‘업리즈나’(Uplizna 성분명 이네빌리주맙-cdon, inebilizumab-cdon)에 이어 세 번째로 FDA의 허가를 받은 NMOSD 치료제가 됐다.
엔스프링은 로슈 그룹에 인수된 일본 주가이제약이 로슈의 류마티스관절염 약인 ‘악템라주’(Actemra, 성분명 토실리주맙, tocilizumab)를 변형한 약물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됐다. 인간화 단일클론 항체로 NMOSD와 관련된 염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인터루킨-6(IL-6) 수용체를 표적화하고 억제하는 기전으로는 최초다.
엔스프링은 새로운 재활용 항체 기술을 적용해 기존 약물보다 지속시간이 연장됐으며 4주마다 피하주사하도록 돼 있다. 이번 공식 승인에 앞서 패스트트랙, 희귀의약품, 혁신치료제(2018년 12월)으로 지정받아 신속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얻어냈다. 캐나다. 일본, 스위스에서는 이미 허가가 나왔고 현재 유럽연합과 중국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NMOSD는 중추신경계 희귀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면역계가 시신경과 그와 관련된 척수를 과도하게 공격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시신경염이 나타나고 안구통증과 시력상실 등이 동반된다. 이와 함께 횡단성 척수염이 생기면서 감각마비, 쇠약, 손발마비, 방광 및 대장 조절기능 상실 등이 수반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수 일에서 수 개월 또는 수 년의 차이를 두고 군발성으로 나타나고, 뒤이어 증상이 완화되면서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경향을 보인다. 환자의 50% 정도에서 영구적인 시력손상과 마비가 동반된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률이 높고, 흑인이나 아시아인에서 백인보다 발병 위험성이 높다.
전체 환자의 약 80%에서 아쿠아포린-4(aquaporin-4, AQP4) 항체 양성을 보인다. 이 항체는 CD19 표지자 양성 B세포에 의해 생산되고 1차적으로 중추 및 말초신경계의 성상세포(星狀細胞, astrocyte)와 결합한다. 이는 시신경, 척수, 뇌에 손상을 줘 시야상실, 사지마비, 감각상실, 방광 및 위장관 기능부전, 신경통, 호흡부전을 초래한다. 미국에만 4000~8000명, 여기에 유럽을 포함하면 약 2만5000명, 전세계적으론 20만명이 이 질환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환자의 50%가량이 영구적인 시력손실과 척수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NMOSD는 AQP4 단백질과 결합하는 항체가 일부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염증 및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함으로써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엔스프링 허가는 엔스프링과 기본 면역억제요법(baseline immunosuppressive treatment) 및 위약 및 기본 면역억제요법의 효과를 비교한 SAkuraSky 연구(NCT02028884), 엔스프링과 위약 간 단일요법을 비교 평가한 SAkuraStar 연구 등 2건의 3상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다.
SAkuraStar 연구는 95명의 남녀 NMOSD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2대 1의 비율로 각각 엔스프링 120㎎과 위약을 0주, 2주, 4주차에 투여하고 이후엔 4주 간격으로 투여했다. 전체 피험자들 가운데 64명은 항 AQP4 항체를 보이는 항 AQP4 양성 환자였다. AQP4 항체 양성군에서 엔스프링 치료 환자의 76.5%가 96주차까지 재발하지 않은 반면 위약은 41.1%에 그쳤다. 즉 엔스프링군은 위약군 대비 NMOSD 재발 건수가 74% 낮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올해 4월 ‘란셋 신경학’(The Lancet Neurology)에 실렸다.
SAkuraSky는 76명의 남녀 NMOSD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1대 1의 비율로 사트랄리주맙 및 표준 면역억제요법(immunosuppressive treatment, IST : azathioprine, mycophenolate mofetil, and/or corticosteroids) 병용요법, 위약 및 기본 면역억제요법의 병용요법을 각각 시행했다. SAkuraSky 임상에서는 엔스프링 치료 AQP4 항체 양성 환자의 91.1%가 96주에 재발하지 않은 반면 위약으로 56.8%가 재발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엔스프링군은 위약군 대비 NMOSD 재발 건수가 78%가량 낮았다. 이 연구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 11월호에 게재됐다.
SAkuraStar와 SAkuraSky 임상의 1차 평가변수는 이중맹검 기간 독립검토위원회가 정한 최초의 재발시점(protocol-defined relapse, PDR)이다. 다만 두 임상시험에서 항 AQP4 항체 음성을 나타낸 환자들의 경우에는 ‘엔스프링’이 효과를 나타냈다는 증거자료가 확보되지 않았다.
엔스프링의 약제비(wholesale acquisition cost, WAC, 도매업체가 제약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 기준)는 첫 해 15번 투여에 22만달러, 이후 몇 해 동안 연 13번 투여에 19만달러가 소요될 전망이다. 이는 연간 50만달러가량(실제 환자부담은 70만달러)이 필요한 알렉시온의 솔리리스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솔리리스는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 aHUS) 적응증도 함께 갖고 있다.
현재 NMOSD 치료에는 1차로 아자치오프린이나 스테로이드 등 면역억제제가 사용됐으며 증상이 지속되면 로슈의 ‘맙테라주’(Mabthera 성분명 리툭시맙 rituximab)를 오프라벨로 추가 처방했다. 업리즈나는 리툭산과 비슷하게 면역세포의 일종(주로 B세포)을 고갈시키는데 연간 약제비가 26만2000달러(WAC 기준) 수준이다.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의 연간 약제비는 3만3000~3만7000달러로 저렴하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신경과약물국의 빌리 던(Billy Dunn) 국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희귀하고 파괴적이면서 때로는 치명적인 NMOSD를 겨냥한 신약이 FDA의 허가를 취득한 사례가 없었지만 이제 3개 치료제를 확보하게 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엔스프링 승인은 NMOSD를 비롯한 효과적이고 안전한 신경계 장애 치료제들의 개발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FDA가 노력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하이라이트”라고 덧붙였다.
엔스프링 임상시험을 주도한 제프리 베넷(Jeffrey Bennett)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신경학 및 안과학 교수는 “NMOSD는 재발해서 황폐하고도 비가역적인 신경학적 장애를 초래한다”며 “가정에서 피하주사로 맞을 수 있고 재발 주기를 연장할 수 있게 된 것은 중요한 치료법의 진전”이라고 말했다.
구시-잭슨 자선재단(The Guthy-Jackson Charitable Foundation)의 창립자인 빅토리아 잭슨(Victoria Jackson)은 “나의 딸이 2008년 NMOSD로 진단받았을 당시에는 이 질환에 대한 인식과 치료자원이 결정적으로 없었다”며 “수년간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 환자와 제약업계, 의학계가 함께 해결책을 이번 엔스프링 승인 사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로슈의 최고의학책임자(CMO)인 레비 개러웨이(Levi Garraway) 박사는 “새로운 재활용 항체기술을 적용한 엔스프링이 최초의 NMOSD 피하주사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것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오크레부스(Ocrevus) 개발 과정에서 수행한 작업을 기반으로 혁신의약품을 개발하고 신경면역질환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발전시킨 결과”라고 자평했다.
FDA는 엔스프링 의약품설명서에 중증 및 치명적인 감염증 위험성 증가에 유의토록 하는 경고문구가 삽입했다. 예컨대 B형간염(HBV)의 감염 가능성, 결핵의 재활성화 가능성 등에 대한 주의문구가 삽입될 예정이다. 주요 경고·주의사항(warnings and precautions)은 간 염증효소 수치 상승, 호중구 감소 등이다.
임상시험 중 고빈도 부작용으로는 비인두염, 두통, 상기도감염증, 위내벽 염증, 발진, 관절통, 사지통증, 피로, 구역 등이 관찰됐다. 엔스프링 치료 중에는 약독화 생백신 또는 생백신의 투여가 권장되지 않는다. 치료 시작 최소 4주 전에는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