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폰신야쿠(Nippon Shinyaku 일본신약)의 자회사 NS파마(NS Pharma)가 개발한 ‘빌텝소’(Viltepso, 성분명 빌톨라센 viltolarsen)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뒤센근위축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또는 뒤센근이영양증, DMD) 치료제로 지난 12일(현지시각) 승인받았다.
빌텝소는 근육 건강을 지탱하는 핵심 단백질 디스트로핀(dystrophin) 증가를 근거로 FDA의 가속승인 절차를 통해 허가됐다. 뒤센근이영양증은 근육 약화와 쇠약 증상이 진행되는 특징을 나타내는 희귀유전질환으로 DMD 유전자변이에 의해 일어난다.
빌텝소는 exon 53 skipping을 수용할 수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적응증이 승인됐다. 스키핑은 엑손 스키핑(exon skipping)은 RNA 서열 중 기능성을 나타내는 엑손 가운데 오류나 정렬 착오로 생긴 부분을 RNA 절단(splicing)으로 제거해 핵심 부분만 남겨 엑손의 기능을 살리는 것을 말한다. 빌텝소의 경우 돌연변이가 있는 53번 엑손을 날려버리고 이로써 정상보다는 길이가 짧아도 정상 수준의 기능을 하는 디스트로핀을 만들어 치료할 수 있다. DMD 환자 중 8%가량은 엑손 53 스키핑(exon 53 skipping)에 친화적이어서 이들만이 빌텝소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이같은 기전의 약으로는 지난해 12월 12일 허가된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시 소재 사렙타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DMD 치료제 ‘비욘디스53’(Vyondys 53 성분명 골로더센 golodirsen) 주사제가 있다. 따라서 빌텝소는 비욘디스53에 이어 허가된 엑손 53 스키핑에 친화적인 DMD에 적용하는 두번째 신약이 됐다.
디스트로핀은 근세포 단백질로 근육세포의 세포골격(cytoskeleton)을 세포 외 단백질과 결합하는 역할을 한다. 즉 근육 간 결속을 유지하게 한다. 뒤센근위축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디스트로핀 부족이기 때문에 디스트로핀을 최대한 빠르게 많이 증가시키는 것이 DMD의 주요 치료 목표다.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으면 심각한 근육 손실이 일어나 환자의 대부분은 조기에 사망한다.
DMD는 근이영양증(근위축증) 가운데 가장 고빈도로 나타난다. 최초 증상은 보통 3~5세 무렵에 나타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선천적으로 발생하고 가족력이 없어도 후천적인 디스트로핀 유전자 변이로 발병할 수도 있다. X 염색체와 관련돼 주로 남성에서 발병한다. 남아 3600명당 1명 정도로 나타나며 드물게 여아에서도 발견된다.
뒤쉔근이영양증 환자는 독립적인 활동능력을 점차 상실해 10대 초반에 휠체어를 타야 하는 경우가 적잖다. 증상이 진행되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 및 호흡기계 증상들이 수반될 수 있다. 20~30대 사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중증도에 따라 수명에서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빌텝소는 디스트로핀 유전자 변이나 결여로 인한 뒤센근이영양증에서 exon 53 skipping을 유도해 디스트로핀 단백질을 늘려 근섬유 증강에 도움을 주는 RNA표적 유전자치료 주사제다. 일종의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 ASO) 치료제로 53번 엑손이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엑손 스키핑이 이뤄졌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을 치료 대상으로 한다.
빌텝소 신약승인은 북미에서 시행된 4~10세 미만의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Study 1 임상 2상, 일본에서 5~18세 미만의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Study 2 임상 2상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다기관, 표지 개방 방식으로 이뤄졌다.
Study 1에서 빌텝소를 매주 권장용량 80mg/kg(체중 당) 투여받은 환자 8명은 모두 디스트로핀 수치가 증가했으며 88%에 해당하는 7명은 디스트로핀 수치가 3% 수준이거나 정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치료 20~24주 이후에는 디스트로핀 발현 수치가 정상 수준인 6%로 관찰됐다. 이에 비해 치료 전 디스트로핀 기저치는 0.6%였다.
가장 흔한 약물 부작용으로는 상기도감염, 주사부위반응, 기침, 발열 등이 보고됐다.
빌텝소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집이나 병원 또는 치료센터에서 주입을 받을 수 있는 옵션과 유연성을 갖는다. 빌텝소는 숙련된 의료전문가에 의해 매주 60분간 정맥주사를 통해 체중 1kg당 80mg 용량으로 투여된다.
빌텝소는 가속승인에 의해 허가된 것이어서 향후 확증적 3상 시험에서 임상적 혜택을 입증해야 한다. NS파마는 3상 RACER53 시험을 진행 중이다. 작년 10월에 시작돼 환자 모집이 진행 중이다. NS파마는 미국 뉴저지주 파라무스(PARAMUS)에 소재하며 니폰신야쿠의 100% 자회사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신경의학국의 빌리 던(Billy Dunn) 국장은 “FDA는 DMD 같은 심각한 신경퇴행성질환인 신약개발을 지지해왔다”며 “오늘 빌텝소 허가는 승인한 엑손53 유전자변이 DMD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을 주도한 시카고의 안&로버트 루이 아동병원(Ann & Robert H. Lurie Children’s Hospital)의 밤시 라오(Vamshi Rao) 박사는 “수십년간 DMD를 치료해온 신경과 의사로서 빌텝스가 디스트로핀을 생산을 의미있게 개선하는 능력을 지켜본 것은 인상적이었다”며 “엑손 53 스키핑 치료를 받아들 수 있는 환자에게 고무적인 발전이며, 빠른 시일 내에 근본적인 치료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나카 써지오(Tsugio Tanaka) NS파마 사장은 “임상에 참여한 환자와 가족, 의사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인간을 황폐화시키는 질환의 중대한 미충족 수요를 채울 수 있는 데 도움을 주는 새 치료법을 제공하게 된 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DMD 시장에선 작년 12월에 먼저 승인된 비욘디스53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처방 확대에 지장을 받았지만 빌톨라센도 그 여파로 승인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시장을 선점할 시간을 벌었다. 빌톨라센은 올해 3월 미국에서 희귀의약품 및 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지정받았고, 같은 달 25일 일본에서는 정식 승인이 나왔다.
비욘디스53은 2019년 2월 14일 FDA에 신약승인신청(NDA)을 제출했고, 그 해 8월 19일해 FDA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보인 정맥주사 주입구 관련 감염 위험과 신장독성을 이유로 신약 허가를 연기하며, 최종보완요구공문(Complete Response Letter, CRL)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시련을 겪고 넉달 만에 빛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