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리즈번(BRISBANE) 소재한 유전체의학(genomic medicine) 전문기업 상가모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 옛 Sangamo BioSciences)가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와 기타 발달장애를 포함해 향후 3년간 총 3개 신경계 발달질환에 대한 유전자치료제를 노바티스와 공동 개발키로 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밝혔다. 노바티스 측은 기술 도입 대가로 상가모에 7500만달러의 선불계약금과 최대 7억2000만달러의 추가 보상을 받기로 했다.
7억200만달러에는 최대 4억2000만달러의 연구·개발 성과에 따른 마일스톤과 최대 3억달러의 순매출액 대비 발매 성과금이 포함돼 있다. 발매 성과금은 매출액 대비 한자릿수 후반대에서 두자릿수 초반대의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협상이 이뤄졌다.
이번 제휴로 노바티스 측은 상가모가 보유한 아연 집게 단백질 전사인자(zinc finger protein transcription factors, ZFP-TFs, 일명 징크핑거)를 적용한 유전체 조절기술로 신경계 발달장애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자들의 발현을 상향조절(upregulate)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가모테라퓨틱스의 샌디 매크래(Sandy Macrae) 대표는 “아연 집게 단백질들을 조절해 가상(假想)의 유전체 표적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환자들에게 유전자 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는 광범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추신경계의 경우 수백개 질환의 표적 유전자에 우리가 보유한 아연 집게 플랫폼을 도달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크레 대표는 “노바티스와의 제휴는 자폐증과 같은 신경계 발달장애 환자들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해 복잡하고 평생토록 지속되는 장애의 역사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바티스 생물의학연구소(Institutes for BioMedical Research, IBR)의 제이 브래드너(Jay Bradner) 소장은 “상가모와의 제휴는 차세대 신경계 발달장애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노바티스의 노력 중 일부분”이라며 “유전체 차원에서 작용하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치료제를 개발해 현재의 대증요법제 수준을 넘어서고 가장 도발적인 신경계 발달장애 증상들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들을 개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노바티스는 ZFP-TFs를 움직이는 운반체인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s) 기술도 확보했다. AAVs는 DNA 차원에서 작용해 특정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억제 또는 활성화함으로써 원하는 치료효과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 계약에 따라 상가모는 ZFP-TFs를 활용해 특정 신경계 발달장애 환자들에서 부적절하게 발현되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상향조절하거나 활성화하는 위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반면 노바티스는 연구개발에 드는 비용, 추가 연구 진행, 신약 임상신청(IND)을 위한 기반 연구, 임상개발, 규제관련 업무, 제조 및 글로벌 영업을 담당한다.
상가모는 1세대 징크핑거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2015년에 등장해 요즘 대세인 CRISPR-Cas9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기술보다 뒤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는 징크핑거 기술이 CRISPR과 대등 또는 우위의 효과를 발휘하고, 기술이 단순하며, 비용이 저렴한 장점도 있다. 아직 상용화된 신약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전임상 13건, 1/2상 4건, 3상 1건 등 18건을 진행 중이어서 언젠가 대박이 터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가모는 2018년 1월 화이자와 혈우병 A형 유전자치료제를 공동 개발키로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도출된 ‘SB-525’는 임상 2상까지 좋은 결과를 얻어 3상을 준비 중이다. 최근 공개된 연구결과 최고 농도로 SB-525를 투여된 환자에게서 8일자(Factor Ⅷ)의 발현 수준이 유지됐고 출혈 발생이 없었다. 안전성에서도 저혈압과 고열 등이 발생하긴 했지만 24시간 이내에 안정됐다. 5명의 환자 모두 자발적 출혈이 생기지 않았고, 혈액응고 제제의 투여가 필요하지 않았다.
혈우병 유전자치료제는 결핍된 혈액응고인자를 ‘생성’함으로써 ‘예방’을 초월해 ‘완치’가 가능함을 입증해가는 중이다. 유전자치료제는 매우 높은 치료비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단회 치료이기 때문에 원샷으로 끝나 평생 투여하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궁극적으로 저렴하다는 게 제약사들의 입장이다.
이 회사는 또 2018년 9월 복합당(glycosaminoglycans)을 분해하지 못하는 희귀유전성질환인 헌터증후군 환자의 유전자 결손을 치료하기 위해 징크핑거뉴클레아제(zinc finger nucleases, ZFNs)란 유전자 편집효소(SB-913)를 설계해 환자의 인체에 주입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2019년 초반에 공개된 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상 결과 SB-913은 기대에 못미치는 치료효과를 보였다. 이에 따라 2상, 3상을 통과하려면 최적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신약후보물질로 꼽힌다.
상가모는 지난 2월 27일 파킨슨병을 포하한 타우병증(tauopathies) 파이프라인인 ST-501,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시누클레인병증(synucleinopathies) 신약후보인 ST-502를 바이오젠(Biogen)과 공동 개발키로 했다. 계약에 따라 바이오젠은 상가모에게 선불 계약금 3억5000만달러를 지급하고, 인허가 진행 마일스톤 및 순매출액 대비 로열티로 최대 23억7000만달러를 추가로 제공키로 했다. 양사는 이들 치료제 외에도 신경근육성 질환 치료제 9개 개발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