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는 2019년 17위서 2026년 4위 예상 … AZ, BMS 고성장 기대 … 바이엘 15위권밖 몰락 … 길리어드 정체
2020년대의 새로운 10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빅 파마들이 신약을 내놓고자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기술 개발과 혁신제품을 위한 구조조정 덕분에 신종코로나감염증(COVID-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고도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 4월말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Pharma)가 내놓은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2019년 대비 2026년의 각 제약사의 성장 전망과 그 요인을 알아본다.
2026년 1위는 항암제 다발성경화증 혈우병 등의 치료제를 갖춘 로슈로 619억달러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블록버스터인 항암제 아바스틴(Avastin), 허셉틴(Herceptin), 리툭산(Rituxan) 등이 100억달러의 매출 공백을 만들겠지만 허셉틴의 후속제품인 퍼제타(Perjeta)와 캐드실라(Kadcyla), PD-L1 억제 면역항암제인 티쎈트릭(Tecentriq),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오크레부스(Ocrevus), 혈우병 치료제인 헴리브라(Hemlibra) 등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새로운 약물 계열간 조합으로 이전에 치료받은 적인 없는 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또 티쎈트릭은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됐고, 화학요법제와 병용요법으로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로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분석가들은 로슈가 2위인 화이자(561억달러 예상)를 큰 격차로 제치고 무난히 정상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3위는 존슨앤드존슨, 4위는 로슈, 5위는 애브비, 6위는 미국 머크(MSD)로 이들 기업까지 연 5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기업은 기존 신약후보물질의 출시 또는 개발을 진행하면서도 모두 COVID-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기도 하다.
2019년부터 2026년까지 가장 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아스트라제네카(AZ)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 연평균 8.47%, 8.23%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올 1분기 AZ의 항암제 매출은 33% 급증했다. EGFR 억제제 표적 폐암치료제인 타그리소(Tagrisso)는 9억8200만달러 매출을 올려 예상치를 12% 웃돌았다. PARP 저해제인 린파자(Lynparza)는 3억9700만달러, 면역항암제인 임핀지(Imfinzi)는 4억6200만달러로 이같은 실적을 견인했다.
BMS는 이밸류에이트파마가 분석하길 세엘진(Celgene)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원만한 포트폴리오가 구성될 경우 2024년 세계 3번째 제약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2024년에는 MSD의 키트루다(Keytruda)가 매출 1위 의약품이 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현재 1위인 휴미라가 자리를 내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밸류에이트파마는 BMS의 PD-1 억제제 면역항암제인 옵디보(Opdivo)가 세계 3위 매출 의약품에 오르게 되면 2019년 80억6000만달러에 불과하던 항암제 매출이 2026년 117억5000만달러로 46%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옵디보와 짝을 이루는 여보이(Yervoy)도 다소 기대되는 부문이다.
주목할 것은 BMS의 비(非) 비타민K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 oral anticoagulant, NOAC)인 ‘엘리퀴스정’(Eliquis 성분명 아픽사판 apixaban)이 키트루다의 예상 매출의 약 절반인 124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옵디보의 밀리는 경쟁력을 보완해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릴리와 노보노디스크도 같은 기간 5% 이상 성장할 기업으로 분석됐다. 15위권 밖에서 안으로 진입한 유일한 기업은 노보노디스크로 17위에서 3계단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해 GLP-1 작용제 경구용 당뇨병약인 ‘라이벨서스’(Rybelsus,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가 기존 동일 성분의 주사제인 오젬픽(Ozempic)보다 투여가 편하고 초기 당뇨병에서 효과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오젬픽은 3상 임상에서 당뇨병,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에 이어 비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돼 전도 유망하다.
반면 2019년 10위권인 바이엘은 15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처량한 신세가 될 전망이다. 바이엘은 지난달 24일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의 발암 피해 소송 보상금으로 96억달러 지급을 약속했으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소송 및 집단 협상에 대비해 12억5000만달러를 별도로 준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8일엔 12억5000만달러를 철회한다고 발표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본래 화학·제약기업이었던 바이엘은 2018년 6월 종자·농약 회사인 미국 몬산토를 63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을 상대로 제기된 집단소송 책임까지 떠맡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남의 떡이 커보여 욕심을 부리다 사달이 난 셈이다.
기업 인수합병 측면에선 향후 성장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브비와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수 년 안에 다른 거대 제약사에 피인수 또는 합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점쳤다.
애브비는 엘러간을 지난해 합병함으로써 8위에서 5위로 뛰어오르는 기쁨을 맛봤지만 휴미라(Humira)의 특허 만료로 복제의약품이 쏟아지면 전망이 어둡다.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애브비의 시장을 잠식할수록 피인수될 확률이 높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