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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간 신생혈관 습식 황반변성 후보 ‘아비시파르 페골’ FDA 승인 거절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6-29 20:43:48
  • 수정 2020-10-30 03: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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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브비 630억달러 인수 ‘첫 작품’ 좌절에 충격 … 안구내 염증 부작용 탓, 노바티스 ‘비오뷰’도 부작용에 판매 ‘시들’
ankyrin 구조가 다섯번 반복되는 DARPin 결합단백의 모식도. 항암제 및 안과치료제 등의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지난해 6월 25일 애브비가 63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엘러간의 신생혈관 습식 노화 관련 황반변성(neovascular wet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nAMD) 치료제인 ‘아비시파르 페골’(Abicipar pegol)의 허가신청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반응문서(Complete Response Letter, CRL)를 통해 반려 처분을 받았다. 더 이상 심사를 하지 않겠으니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다. 

지난 26일(현지시각) 엘러간은 이 신약후보의 공동 개발자인  스위스 생명공학기업인 멀레큘러파트너스(Molecular Partners)와 공동으로 이같은 소식을 발표했다. 두 회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FDA는 허가신청서를 반려하면서 아비시파르 페골은 2mg/0.05mL 투여 후 관찰된 안구내 염증(intraocular inflammation) 발생률을 감안할 때 nAMD 치료제로 위험성 대비 효용성이 바람직하지 않은(unfavorable)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1년 가까이 각국 공정거래 당국을 설득하고 지난달 5월 8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로부터 최종 결합 인가를 받은 애브비의 첫 작품은 이렇게 충격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 9일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신약허가신청 접수를 공표하고 기대에 부풀었던 애브비와 엘러간은 당황해하는 기색이다.

애브비의 마이클 R. 로빈슨(Michael Robinson), 글로벌 안과치료제 담당 부회장은 “유사한 안전성 문제는 과거 임상에서도 보여졌고 크게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며 “FDA와 만난 이번 평가에 대해 논의하고 다음 수순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뢰할 만한 시력 개선 효과를 발휘하면서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nAMD 치료 옵션에 대한 니즈가 여전히 크다고 확신한다”며 결코 승인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630억달러를 내고 엘러간의 파이프라인을 획득할 때 분명 안과 치료제 분야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에 더욱 그렇다. 

본래 안과치료제 전문 제약사인 엘러간은 멀레큘러파트너스와 제휴해 DARPin®이란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DARPin(designed ankyrin repeat proteins)은 각 단백질에 모자를 씌우는 구조의 자연 생성 결합 단백질로 반복적 염기서열에 의해 만들어진다. 높은 결합 친화성, 낮은 분자량, 맞춤 적응증(customizable applications) 등 3대 핵심 장점을 갖고 있다. 안과치료제, 항암제, 면역항암제, 항바이러스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양사는 그동안 아비시파르의 공동개발에 매진해왔다. 

아비시파르 페골은 모든 유형의 혈관내피성장인자 이성질체(VEGF-A isoforms)와 결합하는 DARPin의 일종으로 노바티스의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라니비주맙)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월 1회 투여하는 로슈의 ‘루센티스주’(Lucentis 성분명 라니비주맙, ranibizumab)에 비해 분기별(3개월)로 한 번 투여할 수 있어 편리하다.

엘러간은 ‘CEDAR’ 및 ‘SEQUOIA’ 등 2건의 3상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10월 11일 미국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AAO) 연례학회에 발표된 3상 결과에 따르면 이들 시험에서 아비시파르를 각각 8주, 12주마다 2년간 투여했을 때 시력을 회복했다. 아비시파르 페골은 매분기 1회 투여했을 때 시력유지에 나타난 효과가 루센티스를 월 1회 투여했을 때와 동등한 수준이어서 투여 횟수를 75%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망막 중심부(황반) 두께 감소는 루센티스 월 1회 투여보다 아비시파르 8주 및 12주 투여 시에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노바티스의 ‘비오뷰’(Beovu, 성분명 브롤루시주맙, brolucizumab)는 2019년 10월 미국에서, 12월 유럽연합에서 혈관상피세포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억제제로서 신생혈관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Neovascular Wet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로 승인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 25일 미국 망막전문의학회(American Society of Retinal Specialists, ASRS)는 회원에게 배포한 안전 업데이트 지침을 통해  14명에서 폐쇄성 망막혈관염(occlusive retinal vasculitis)이 발생했으며, 이 중 11건은 시력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SRS의 경고 이전에도 FDA 임상 3상에서 비오뷰 투여 환자(4%)는 경쟁약물인 바이엘(Bayer)·리제레논(Regeneron)의 ‘아일리아주사’(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 aflibercept)를 맞은 환자(1%)보다 4배 높은 안구내 염증이 보고됐다. 이에 따라 처방 확대에 큰 지장을 겪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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