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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로 퇴출된 ‘펜플루라민’ 난치성 소아뇌전증 치료제 ‘핀테플라’로 환생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06-28 19:58:01
  • 수정 2022-03-29 05: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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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조제닉스 25일 FDA서 ‘드라빗증후군’ 적응증 승인 … 경련성발작 횟수 54~62% 줄여 … GW파마 ‘에피돌렉스’와 경쟁

미국 조제닉스 로고

과거 비만치료제로 각광받았다가 심장 위험성 부작용으로 1997년 9월 1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시장에서 퇴출되었던 비운의 약물인 펜플루라민(Fenfluramine)이 드라벳증후군(Dravet syndrome, 영아 중증 근간대성 뇌전증) 치료제로 부활했다. 

FDA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emeryville) 소재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사인 조제닉스(Zogenix)가 승인 신청한 ‘핀테플라’(Fintepla 성분명 펜플루라민) 액제를 2세 이상의 드라벳증후군(옛 영아간질) 치료제로 허가했다. 

펜플루라민은 과거 ‘펜-펜’(Fen-Phen, 성분명 Fenfluramine-phentermine)으로 유명했던 비만치료제의 한 성분이었다. 펜플루라민은 세로토닌 분비 촉진제처럼 작용하고, 펜터민은 기본적으로 노르에피네프린(노드아드레날린) 분비를 유도한다. 현재 펜터민은 대웅제약의 ‘디에타민정’ 등 국내외에서 비만약으로 정식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 펜펜보다는 효과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펜펜은 원발성 폐성고혈압(Primary Pulmonary Hypertension), 심장판막증(Valvular Heart Disease), 심내막섬유화증(Endocardial Fibrosis), 사망, 졸림증, 설사, 복통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보고됐는데 주요인이 펜플루라민인 것으로 분석돼 퇴출됐다. 이같은 이유로 핀테플라의 1일 최대 복용량 상한선은 26mg으로 제한됐다. 과거 체중감량 용도로 펜펜을 복용했던 성인은 펜플루라민이 하루 52~104mg 또는 그 이상까지 허용됐었다. 

핀테플라는 2015년부터 핀테플라 개발에 들어갔다. 드라벳증후군 관련 근간대 뇌전증을 보이는 2~18세 연령대 환자 2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됐다. 매일 체중당 0.7mg/kg/day 및 0.4mg/kg/day을 투여한 결과 월간 경련성 발작 횟수가 위약 대비 각각 62.3%, 54% 감소했다. 이같은 경련발작 발생 횟수의 감소는 치료에 착수한 후 3~4주 이내에 나타나기 시작해 14~15주에 걸쳐 장기간 일관되게 유지됐다. 

최대 3년에 이르는 장기간의 표지개방 임상시험에서 우려했던 심장 관련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FDA는 관리대상 의약품법상 4등급(Schedule Ⅳ) 부작용 약물로 지정하고, 심장판막증 및 폐동맥고혈압과 관련이 있음을 유념토록 하는 돌출주의문(boxed warning)을 표장 겉면에 표기하라고 명령했다. FDA 안전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치료 전, 복용 중 또는 복용 후 6개월마다 초음파 등 심장 관련 영상검사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의료인은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약물치료를 지속할 때 예상되는 효용성 및 위험성을 재검토해야 하며, 심각할 경우 FDA의 의약품 안전관리 프로그램인 위험성 평가·완화전략(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y, REMS)에 따라 투여를 감량 또는 중단해야 한다. 

임상시험에서 가장 빈도 높게 수반된 부작용을 보면 식욕감퇴, 졸림, 진정, 무기력, 설사, 변비, 심장초음파 검사상 이상, 피로, 기력부족, 운동실조, 균형장애, 보행장애, 혈압상승, 침 흘림, 타액 과다분비, 발열, 상기도감염증, 구토, 체중감소, 낙상 위험성, 뇌전증 지속증 등이 관찰됐다.

핀테플라의 허가 과정은 난항을 겪었다. 조제닉스는 지난해 2월 5일 핀테플라의 허가 신청자료를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8일 FDA로부터 신약승인 심사 거절을 통보받았다. 지속적 투여 여부를 확인할 일부 비임상적 데이터가 누락됐고, 부적절한 버전의 임상 데이터가 활용됐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해서 재수정한 신청자료를 FDA에 제출해 우선심사 절차를 밟았음에도 FDA 결정이 예상보다 3개월이나 지연되는 초조함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드라벳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드물게 만성화될 수도 있다. 약물치료를 받아도 심각하고 위중한 경련이 수반되는 특징을 보인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신경의학국의 빌리 던(Billy Dunn) 국장은 “드라벳증후군은 파괴적인 질환의 하나로 일종이어서 환자와 가족에게도 조종을 울려왔던 형편”이라며 “관련 치료제로 핀테플라가 허가돼 또 하나의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추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제닉스의 영업팀은 오는 7월 발매를 위해 전산화 작업을 완료했다. 30mL 한 병당 1278달러의 약값이 매겨졌다고 아쉬시 사그롤리카(Ashish Sagrolikar) 최고영업책임자(CCO)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금융투자기관인 SVB Leerink(리링크)의 애널리스트인 마르크 굿먼(
Marc Goodman)은 의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핀테플라가 2030년 미국 시장에서 7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투자에게 발송한 서한에 “의사들은 핀테플라르를 적응증에 명시된 소아희귀질환(영아간질)과 오프라벨인 불응성 뇌전증에 동시에 처방될 수 있음에 열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약물을 빈번하게 교체했음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효과를 보여 미충족 의학적 수요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성분의 치료제 등장은 의사를 기뻐하게 만들고 뇌전증 치료제 시장을 밝아보이게 한다”고 전망했다. 


핀테플라의 지향점은 GW파마슈티컬스(GW pharmaceuticals)의 블록버스터인 ‘에피돌렉스’(Epidiolex 성분명 칸나비디올 cannabidiol)처럼 되는 것이다. 핀테플라의 잠재적 심장 부작용은 에피돌렉스와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마(마리화나) 성분의 일종인 칸나비디올은 핀테플라와 마찬가지로 자살생각 또는 자살행동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피돌렉스는 블랙박스 경고가 아직 붙이지 않았다. 

에피돌렉스는 경련발작 억제 작용이 있는데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고, 다른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 수용체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2018년 6월 25일 FDA는 에피돌렉스를 2세 이상의 희귀 중증 소아뇌전증 질환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Lennox-Gastaut syndrome, LGS) 및 드라벳증후군으로 승인했으며 지난해 연간 매출은 2억96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GW파마슈티컬스 측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놀랄 만한 액수의 매출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제닉스는 에피돌렉스의 또다른 적응증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을 획득하기 위해 평가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돼 올해 후반기에 조제닉스는 FDA와 LGS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미팅을 가질 계획이다. LGS는 만 1~8세에 발병하는 뇌전증 중 가장 심한 형태로서 경련발작, 발달부전, 충동조절장애 등을 보인다. 뇌파 중 1.5~2.5Hz의 극서파를 보인다. 출생 전후 저산소증, 뇌출혈, 뇌염, 뇌의 발생이상이나 대사장애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조제닉스의 주가는 26일 오전 9시30분 당일 최고가(주당 32.03달러)를 찍더니 당일 오후 4시 종가는 25.47%달러로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굿먼 애널리스트는 “핀테플라의 드라벳증후군에 대한 위약 보정 발작 감소 효과 수치(placebo-adjusted seizure reduction level)가 18.7%로 나와 투자자의 기대치에 크게 모자란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며 “핀테플라의 LGS 임상데이터는 에피돌렉스와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탈리도마이드, 마리화나, 펜플루라민 같은 약은 익히 알려졌으나 태아기형, 환각, 심장 부작용 등이 익히 알려져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돼오다 각각 다발성골수종, 드라벳증후군 겸 LGS, 드라벳증후군으로 부활했다. 부정적 인식으로 낙인 찍힌 신약들이 임상시험을 거치는 약효 ‘재발견’을 통해 환생했다. 이를 계기로 제조원가로 따지면 저렴한 약물이 초고가 약물로 변신한다. 제약사에게는 연금술이고, 의료소비자로서는 과도한 약가가 부당하게 여겨진다. 산업적, 철학적으로 생각해볼 대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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