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뉴턴(NEWTON)에 소재한 선택적 핵수송 저해제(Selective Inhibitor of Nuclear Export, SINE) 개발 전문 제약사인 카리오팜테라퓨틱스(Karyopharm Therapeutics)는 ‘엑스포비오정’(Xpovio, 성분명 셀리넥서 selinexor)가 성인의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彌慢性)거대B세포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 적응증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지난 22일 발표했다.
계열 최초의 SINE 제제인 엑스포비오는 지난해 7월 초 덱사메타손(dexamethasone)과의 병용요법으로 재발성 불응성 다발성골수종(relapsed refractory multiple myeloma, RRMM)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고, 이번에 두 번째 적응증을 획득했다. 최소한 2회에 걸쳐 전신요법제로 치료를 진행한 이후 여포성(濾胞性)림프종(follicular lymphoma, FL)으로 인해 발생한 DLBCL 치료가 구체적인 적응증이다. FDA는 중증 난치성 질환 중 충족되지 못한 의학적 수요가 높은 약물에 적용하는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프로그램을 통해 이번 승인을 내줬다. RRMM 및 DLBCL 치료제로는 드물게 주사제가 아닌 경구약(정제)이다.
암세포는 성장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발현은 높고, 종양억제자(tumor suppressor) 역할을 하는 단백질은 발현이 적은 특징을 보인다.
엑스포비오는 계열 최초의 엑스포틴1 억제제다. 엑스포틴1(exportin 1, XPO1, 또는 CRM1)은 세포의 핵 안에서 합성된 단백질, rRNA(robosomal RNA), snRNA(small nuclear RNA), mRNA(messenger RNA) 등을 세포질(cytosol)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암세포에서 XPO1 단백질이 정상 세포보다 높게 발현되는 것이 발견됐다. 따라서 엑스포틴1 억제제는 엑스포틴1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핵내 물질이 핵외로 유출되는 것을 차단, 즉 핵내에 잔류 및 축적되도록 유도해 항암효과를 발휘한다. 뿐만 아니라 일일이 체크할 수 없는 다양한 발암 경로와 반대작용을 함으로써 중대한 DNA 손상을 활용해 무제한적으로 퍼져나가려는 암의 속성을 제어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전임상시험에서 XPO1 억제제는 종양억제 단백질을 발현하지 않는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막고 세포사멸을 유도했다고 캐리오팜은 발표했다. 정상 세포에서는 XPO1 억제제 투여로 세포사멸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XPO1 억제제 투여 중단 시 정상 기능을 회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엑스포비오는 다기관, 단일군 대상 2b상 임상인 SADAL(Selinexor Against Diffuse Aggressive Lymphoma, NCT02227251) 임상연구를 근거로 DLBCL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2회(중앙값, 1~5회)의 전신치료제 투여 경험이 있는 DLBCL 환자 134명에게 60mg을 주 2회, 4주를 1주기로 삼아 투여했다. 배중심B세포(germinal center B-cell, GCB)와 비(非) GCB 아형이 모두 참여했다. 배중심(胚中心)세포란 림프구의 분화, 형성과 항체합성(抗體合成)에 관계하는 세포군이 함유된 세포를 말한다.
임상의 1차 지표인 총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은 29%로 완전반응을 보인 사람이 18명(13%), 부분반응이 21명(16%)였다. 미국 코넬대 의대 석좌교수 겸 뉴욕장로교병원 종양학 전문의인 존 레너드(John P. Leonard) 박사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DLBCL은 다양한 항암화학요법제들과 표적치료제 병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환자들에게서 증상이 진행돼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히 필요한 매우 취약한 질환”이라며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 가운데 56%는 3개월간, 38%는 6개월간, 15%는 12개월간 치료반응이 지속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대다수 환자는 혈구감소증(cytopenia)과 그에 따른 위장관 및 전신적 불편 증상을 호소했으나 대체로 용량 조절이나 표준지지치료로 회복 또는 관리가 가능했다. 비혈액학적 부작용 중 흔한 것은 피로(63%), 오심(57%), 식욕감퇴(37%), 설사(37%) 등으로 대개 1~2등급이었다. 15% 이상의 환자에서 발생한 3~4등급의 부작용은 혈소판감소증(thrombocytopenia), 림프구감소증(lymphopenia), 호중구감소증(neutropenia), 빈혈, 저나트륨혈증(hyponatremia)이었다. 환자의 5% 이상에서 나타난 4등급 부작용은 혈소판감소증(18%), 림프구감소증(5%), 호중구감소증(9%) 등이다.
카리오팜의 창업자로 이사회의장 겸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섀런 섀첨(Sharon Shacham)은 “엑스포비오가 이전에 치료경험이 있는 DLBCL 환자를 위한 첫 경구약이자, 고도로 공격적인 유형의 림프종을 치료하는 첫 번째 단일요법제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DLBCL 적응증 획득은 엑스포비오의 새로운 작용기전과 투여의 편리성, 상당한 치료 전력이 있는 환자에서 보여준 신속하고 지속적인 치료반응이 반영된 결과”라며 “경구용이란 장점과 내약성을 볼 때 의사 및 환자에게 기존의 정맥주사용 항암화학요법제들을 대체할 새로운 치료제로 각광받을 수 메리트가 있다”고 덧붙였다.
카리오팜의 마이클 카우프먼(Michael G. Kauffman) CEO는 “카리오팜은 2008년 설립 이후 핵수송조절제(nuclear transport modulators) 연구개발에 사세를 집중해 왔다”며 “최초이자 유일한 핵수송저해제로 FDA 허가를 얻은 제품이 적응증을 두 가지나 받은 것은 회사가 성장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대단히 고무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리오팜은 조만간 미국 시장에서 신규 적응증으로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며 내년에 유럽의약품청(EMA)에 DLBCL 적응증 추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2018년 5월 중국 안텐진(Antengene)이 중화권 및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판권을 획득하는 독점적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