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요법 1차 치료제 바이엘 ‘넥사바’ 대비 사망위험 42% 감소 … PD-1/PD-L1 억제제로는 처음
2007년 11월 바이엘의 ‘넥사바정’(Nexavar, 성분명 소라페닙, sorafenib)이 간암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후 변변한 간암치료제가 나온 바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로슈의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가 간암 적응증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
, VEGF) 억제 단일클론항체 겸 신생혈관억제제인 ‘아바스틴주’(Avastin 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의 병용요법을 과거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가장 흔한 간세포암 환자에 처방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PD-1 및 PD-L1 억제제 계열 중 가장 먼저 천신만고 끝에 간암치료제로 허가된 것이다.
30일 로슈사는 제거불가하거나 전이된 간세포암에 대해 FDA가 티센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승인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허가는 3상 IMbrave150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간암 1차 치료제로서 티쎈트릭과 아바스틴 병용요법제를 기존 표준치료제인 넥사바와 비교한 결과 병용군은 넥사바군 대비 사망위험이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아직 도출되지 않았으나 17개월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6.8개월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반면 넥사바군의 OS 중앙값은 13.2개월, PFS 중앙값은 4.3개월로 나타났다. 완전반응률(CR)은 각각 5.5%, 0%였다.
임상시험을 주관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엔젤레스 대학병원의 리처드 핀(Richard Finn) 교수는 “활성적인 대조군(넥사바군)에 비하면 매우 의미 있는 임상 수치”라며 “이번 병용군처럼 1차 치료제 표준요법 기준을 능가하는 데이터는 일찍이 도출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에자이와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와 티로신키나제 저해제 ‘렌비마캡슐’(Lenvima, 성분명 렌바티닙 lenvatinib)이 최근(5월 29일) 넥사바와 비교해 비열등성을 보여줬지만 압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난치성 간암 치료에서 역사적으로 환자의 치료반응률을 높이는 것은 중대한 도전 과제였다. 핀은 병용군의 전체반응률이 27%로 넥사바군의 12%에 비해 높았고 내약성도 입증돼 더 장기간 환자의 병세를 안정되게 유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FDA 승인은 치료 옵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간세포암 치료에 티쎈트릭 병용군이 높은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핀 교수는 또 “병용요법의 세팅이 주효했다”며 “10년전 아바스틴이 간암에서 보여준 성적을 감안하면 단독으로는 그렇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s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나 단독요법에서는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티쎈트릭 병용군이 깔끔하게 항종양 효과의 시너지를 보여줘 치료상 이점을 입증했다고 극찬했다.
많은 외신들이 티쎈트릭 병용군이 간세포암의 ‘게임 체인저’로 떠받드는 가운데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의 로빈 켈리(Robin K. Kelley) 소화기종양내과 교수는 “IMbrave150 연구를 일반화하면 안 된다”며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는 간경변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Child-Pugh class’에서 A인 보상성(대상성) 간질환 환자였다”며 “연구에서는 간경변이 치료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치료된 식도 또는 위 정맥류 환자, 출혈 위험이 높은 간암 환자를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티쎈트릭 병용군은 Child-Pugh class B인 환자에서는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았다”며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의 대안치료로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영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절제할 수 없는 간세포암 치료에 티쎈트릭 병용군을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하는 지나치게 후한 평가”라며 “간세포암 치료의 업데이트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면역항암제가 간세포암의 1차 치료제로 진입할 것이란 예상도 성급하다”며 “실제 임상에서의 간세포암 치료는 임상시험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슈만이 새로 진단된 간암환자에 병용치료법을 가진 것은 아니다. 미국 머크와 일본 에자이의 키트루다주 및 렌비마캡슐 병용요법이 최근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가상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임상 1b상 연구 결과 36%란 놀라운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