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산 진단키트가 전세계 110여개국에 5646만명 분량이 수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일 기준 실시간유전자증폭(RT-PCR)진단 방식 50개, 면역(항원·항체)진단 방식 23개 등 총 73개 코로나19 진단키트 품목이 수출용 허가를 받아 미국, 이탈리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11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씨젠, 오상헬스케어, SD바이오센서, 랩지노믹스, 진매트릭스, 원드롭(1drop), 바이오코아 등 8개사 9개 품목(22일 기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상태로 수출 규모 확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22일 ‘아큐탑코비드19래피드디텍션키트’(AQ-TOP COVID-19 Rapid Detection Kit)로 두 번째 EUA를 획득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유탑코비드19디텍션키트(U-TOP COVID-19 Detection Kit)’ EUA를 받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FDA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2개 품목에 대한 EUA를 획득했으며,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신속진단키트(Rapid diagnostic kit)를 승인받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에선 식약처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한 64개 제품 중 허가받은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바이오코아 등 6개사 6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10개 제품이 임상성능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들 제품의 하루 최대 생산량은 약 15만명 분량으로 지난 20일 기준 누적 총 생산량은 150만명분에 이른다. 이 중 국내에 131만명 분이 공급돼 지금까지 총 76만건의 검사가 진행됐다. 약 19만명분은 재고로 비축돼 있다.
미 FDA가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의 정확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됨에 따라 지난 21일(현지시간) 24개사 28개 항체 진단키트에 대해 미국 내 배포를 금지하면서 RT-PCR 방식 진단키트의 입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금지 대상 품목은 대부분 중국제품으로 일부 미국 제품이 포함돼 있다. 국산 품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조치는 지난달 28일 FDA가 발표한 항체 진단키트에 대한 ‘Umbrella EUA’라고 불리는 보완 지침에선 기존 배포됐거나 배포 예정인 항체 진단키트에 대해 RT-PCR 진단키트와 같이 일정기간 내 긴급사용승인(EUA) 허가를 받도록 했다. 기존에는 자체 검증 후 라벨링 등 기준만 갖추면 승인 없이 사용이 가능했지만 지침이 바뀌면서 이에 미달한 제품이 배포를 중단하게 됐다.
현재까지 FDA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총 76개 품목(RT-PCR 방식 63개, 항원·항체 방식 13개)를 긴급사용승인했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도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이 계속 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식약처는 진단에 6시간 걸리는 기존 긴급사용승인 제품과 별개로 결과가 1시간 이내에 나오는 ‘응급용’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승인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했다. 응급수술 등 신속한 검사 결과가 필요한 환자 대상 키트의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조치다.
이와 함께 긴급사용 승인됐거나 수출용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정식허가 전환도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허가 신청부터 심사에 이르는 기간을 기존 200일에서 약 59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신청 준비단계에선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해 허가 신청서류 검토를 30일에서 7일로, 임상 단계에선 임상시험 가이드 제공 및 임상계획서 신속 승인으로 90일에서 22일 이내로, 심사·허가단계에선 우선 허가·심사대상 품목으로 선정해 80일에서 30일 이내로 줄어든다.
감염병 진단기법,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 절차 등을 국제표준으로 제정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 중 코로나19 등 감염병 진단에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유전자증폭(RT-PCR) 진단검사 전반에 대한 절차와 방법은 지난 2월 국제표준화기구 의료기기 기술위원회(ISO/TC 212)에서 국제표준안(DIS)으로 승인돼 연내 제정 완료될 전망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라 체외진단 의료기기 특성에 맞춘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개발, 임상성능평가, 품질관리체계, 허가 및 제품화까지 전주기 안전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해 안전성이 확보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신고하게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코로나19 진단에 사용되는 유전자증폭장치, 핵산추출시약 등 주요 체외진단 제품의 국산화가 가능하도록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한편 임상시험 관련 종사자의 전문교육을 이수하도록 하고, 체외진단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의 규제과학전문가 교육과 연계할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역 대응을 위해 진단시약의 생산·수급 상황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국내 안정적 수급을 유지하면서 해외 수출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