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원인을 과잉 한방진료로 지목하자 한의계가 반박하고 나서며 정면 충돌했다. 보험개발원은 지난 26일 ‘2019년 자동차보험 시장동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1.4%으로 전년보다 5.5% 포인트 늘었다고 발표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사업비 등을 고려해 손해율이 80%가 넘으면 보험사에 손해가 발생한다고 본다.
보험개발원은 그 원인으로 한방진료를 지목했다. 대인담보(대인배상) 기준 양방 치료비가 8162억원으로 2018년 8366억원보다 감소한 반면 한방 치료비는 지난해 7090억원으로 전년보다 28.2%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상 환자의 한방치료가 늘어 작년에는 66.5%에 달했다고 밝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1년간 손해율 상승폭의 20% 내외가 보험료 인상에 반영된다. 손해율이 올라간 만큼 보험료도 비싸진다는 얘기다. 자동차보험료는 올해 초 3% 인상됐다. 보험개발원은 한방진료비 증가는 향후에도 자동차보험 건당 손해액 증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의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의사협회와 대한한방병원협회는 2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악의적 폄훼로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혁용 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자동차보험 한방치료를 선택하는 국민들이 늘어나자 이에 대한 허위·과장 공격들이 많았는데 보험개발원의 자료와 그 내용은 도를 넘은 것 같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한의사협회는 지난해 전체 자동차보험 손해액 증가분 1조1560억원 중 한방진료비 증가분은 14%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방진료비 증가가 손해율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2019년 인적담보 손해액 증가분 중 한방치료 증가분 1581억원을 제외한 금액이 6543억원으로 4.14배에 달하다며 한의치료비가 손해액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적시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경상 환자의 한방진료 선호에 대해서도 상해등급이 치료 필요성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도리어 외상이 적어도 통증이 지속되는 자동차사고 피해 환자 특성상 상해등급 없이 치료가 필요함에도 보험사들이 교통사고 환자들의 치료를 제한하고 합의를 종용한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이 주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고합의 종결 당시 불만족은 41.4%였으며, 만족하지 못함에도 합의한 이유로는 ‘보험사 직원의 합의 종용’이 40.6%로 2위를 차지했다.
한의협은 피해자가 충분히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의를 종용해서 종결하면 보험사가 책임져야 할 배상 일부분이 건강보험에 전가돼 재정의 불필요한 지출을 유발하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보험개발원 주장의 기저에 한방에 대한 견제가 작용했다는 시각을 들어냈다. 최혁용 회장은 “독점 기득권은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길 바라게 된다. 기득권은 자동차보험 대인담보 치료 경쟁시장에서 한의계가 성장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훼방을 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정당한 의료선택권을 제공하고, 교통사고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오히려 현행 자동차보험 한의진료 제도에 대한 개선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이 사실상 기득권으로 지목한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추나요법, 한방약침 등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는 한방 행위에 대한 무분별한 보험 적용은 환자들에게 위해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의료남용을 부추길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한방 행위의 남발이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의협은 “전체 한방 의료기관의 80%에 해당하는 1만1000여 개의 한의원이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며 “일그러진 현실 속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 치료에서 멀어지고 있어 한방행위를 철저히 검증하고 의학적·임상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 한방행위에 대한 자동차보험 적용을 배제하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