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충분한 수면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너무도 많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수면 부족으로 인해 초래되는 비만, 당뇨병, 고혈압, 부정맥 등을 예방해준다. 집중력 및 기억력을 향상시켜 일의 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한다. 수면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잘못된 정보로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잠에 대한 흔한 오해와 진실을 자세히 알아본다.
1. 미인은 잠꾸러기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다. 미인의 기준이 깨끗한 피부를 뜻한다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적절한 수면은 피부건강에 도움을 준다. 수면 중에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숙면을 유도하고, 신체 기능과 피부 컨디션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잠자는 동안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신체와 피부의 독소를 정화하는 등 항산화제 역할도 한다. 이런 멜라토닌은 수면 시작과 동시에 분비되기 시작해 깊은 잠에 빠지는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정점에 이른다. 때문에 이 시간에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부가 거칠고 어두워진다. 성장호르몬도 멜라토닌처럼 같은 시간대에 왕성하게 분비되고 피부 노화 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한다. 자정 전후에 깊은 잠에 빠지는 게 중요하다.
2.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다?
수면은 운동과 더불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인자로 알려져 있다.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 60∼80%가 분비되는데, 특히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다른 때보다 4배 이상 많이 분비된다. 따라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은 좋지 않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총 수면 시간이 같더라도 가능한 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 물론 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다고 반드시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숙면 상태에서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수면의 양보다 질이 강조된다.
3. 하루에 잠은 7시간 이상 자야 건강하다?
하루에 꼭 7∼8시간을 자야 건강에 좋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루에 필요한 수면시간은 사람에 따라 적게는 4시간부터 많게는 10시간까지 각각 다르다. 조금만 자더라도 숙면을 취했다면 피로는 쉽게 풀린다. 수면시간은 다음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면 충분하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수면시간은 일반적으로 7~9시간이 적당하다”며 “7시간 이하로 자면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9시간이 넘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늦은 수면시간은 대사증후군, 고혈압, 당뇨병, 교통사고 등의 유발 위험을 높이므로 10시 이전에 잠을 자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중에 잠을 적게 자고 주말에 과도하게 자는 습관은 좋지 않다. 수면은 생체리듬과 외부 환경, 즉 주로 빛에 의해 조절되고 유지된다. 따라서 생체리듬을 불규칙하게 관리하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
4.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필요한 수면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노인의 경우 깊은 잠이 줄고 자주 깨는 경향이 있다 보니 밤잠은 줄어들지만, 대신 낮잠이 늘어나게 된다. 밤잠과 낮잠을 다 합치면 젊은 사람의 수면시간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노년기 불면증은 젊은 성인에 비해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에 의해 동반되는 2차성 불면증이 많다. 나이가 들어서 잠이 줄은 것이라 생각하고 방치하기보다 한 번쯤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다.
5. 수면제는 자주 먹으면 안 된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쉽게 중독돼 아예 먹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면제에는 초단시간형·단시간형·중시간형·장시간형 등 여러 종류가 있고, 환자의 증상과 나이 등에 따라 적합한 수면제가 처방된다. 적절한 수면제 사용은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오남용은 문제지만 무조건 기피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주헌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과거의 수면제는 인체에 남아있는 잔류시간이 길었지만 최신약은 인지나 신체적 기능에 오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갑작스런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급성 불면증의 경우 수면유도제의 적절한 사용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 수면유도제는 수면제보다 안전하다?
수면유도제는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으로 1세대 항히스타민제 성분이 대부분이다. 콧물, 알레르기반응을 줄이는 게 항히스타민제 본연의 역할이지만 부작용으로 졸음을 유발, 이를 활용한 게 수면유도 효과이다. 졸피뎀 성분의 전문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부작용이 강하다. 과도한 진정으로 잠에서 깨어나도 한동안 멍하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등 무기력을 느낀다.
수면유도제는 일시적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 단기적 사용하도록 개발된 약이므로 만성 불면증 환자가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고 2주 이상 지나도 불면증이 계속 된다면 복용을 멈추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경우 과도한 진정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요로폐색, 변비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7. 잠이 안 올 때는 술을 마시면 도움된다?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술을 찾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술을 마시면 쉽게 잠이 드는 것 같지만 실제로 알코올은 수면 리듬을 어지럽히고 깊은 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잠들면 중간에 잠이 깰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잠이 들면 가장 얕은 1단계 수면을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더 깊은 단계로 진행하는 2~4단계 수면을 거친다. 술을 마시고 수면을 취하면 처음부터 3~4단계로 진행해 결국은 수면구조가 깨져 새벽에 자주 깨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술을 마시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갈 때는 잠이 오지만, 잠이 들고 시간이 지나 알코올이 분해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생성되기 시작하면 각성 작용이 나타나서 잠에서 자주 깨게 된다. 또 알코올은 호흡중추 기능을 떨어뜨린다. 호흡기능을 저하시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을 유발할 수 있다.
알코올 의존성 수면장애는 수면제 의존성 보다 더욱 끊기가 어렵다. 따라서 불면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술에 의존하는 것보다 저녁에 하는 가벼운 운동이 더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