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미한 변이는 아직, 재감염 가능성 낮지만 연구 필요, 잠복기 전염 가능… 더워져도 사라지지 않아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지 어느덧 100일에 접어든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중남미를 휩쓸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석 달, 태어난 지는 넉 달이 되는 바이러스는 그동안 전문가들의 예측을 여러 번 비껴갔다. 지금까지 알려진 신종 코로나의 주요 정보를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김태형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정리해본다.
국가마다 다른 사망률, 혹시 바이러스의 변이가 나타났나?
신종 코로나 감염률은 발생 시기와 성향에 따라 국가별로 달라지지만, 사망률은 눈에 띄게 큰 차이를 보였다. 프랑스 13.2%, 이탈리아 12.7%, 영국 11.7% 등 주요 유럽국가가 두자리 수 사망률을 기록한 데 비해 비슷한 감염 규모를 가진 독일은 2%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보다 이르게 발생해 변곡점을 지난 한국도 사망률은 2%다.
이토록 사망률의 차이가 큰 데 대해 바이러스 변이가 원인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된다. 특히 치명율이 낮다고 알려진 소아청소년군의 사망이 이어져 바이러스 변이설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지난 2월 19일 서울대병원 연구팀에 의해 분석된 국내 COVID-19 전장 유전체는 중국에서 분석한 것과 0.7% 달랐으며, 중국 바이러스에 없는 9개 유전적 변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망률에 근거해서 바이러스 변이를 이야기를 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고 설명한다. 김태형 교수는 “사망률은 질병이 지난 후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데 유럽과 미국의 경우 확진자의 폭발이 이제 막 시작됐으며, 국내도 바이러스 감염이 마무리 된 게 아니어서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러스 변이의 가능성은 열어둘 수 있으나 의미있는 변이일 가능성은 낮다. 김우주 교수는 “바이러스 변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여러 학자들이 바이러스를 수집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까지 바이러스가 확연하게 변이됐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지는 퇴원 후 재확진, 재활성화인가 재감염인가?
신종 코로나 완치로 퇴원 후 다시 재확진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재확진 사례는 전국 74건이다. 방역당국은 이를 두고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는 재활성화로 보고 있으나, 재감염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재감염은 감염병을 앓고 난 후 생기는 항체에 방어가능이 없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감염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홍역은 앓고 나면 방어항체가 생겨 다시 홍역을 앓지 않으나, C형간염은 앓아도 방어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아 재감염 된다. 만약 신종 코로나가 재감염될 수 있다며 방역전략이 일부 수정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재감염과 재활성화 모두 가능성이 있으나 재확진자들의 양상을 볼 때 재활성화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감염으로 보기에는 재확진까지의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김태형 교수는 “만약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항체가 방어항체가 아니더라도 완치 후 한동안은 감염되지 않는다”며 “모두 한 달 안에 재확진된 것은 재감염보다는 바이러스 재활성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확진자의 전염성 강도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안심하고 놔뒀던 재확진자의 전염력이 높을 경우 확산 저지에 신경 쓸 요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들의 전염력은 낮은 편이어서 2차 감염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김우주 교수는 “완치자 항체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어느 정도의 항체를 가져야 방어에 충분한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9일 “재확진 사례의 원인과 특성을 조사해 격리 해제된 환자의 관리에 보완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 가라앉을까?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 확산이 둔화돼 감염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적 견해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콰심 부카리(Qasim Bukhari)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는 지난달 19일 국제 논문 라이브러리인 SSRN(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에 지역 온도에 따라 신종코로의 확산 속도가 다르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주로 3~17도 저온 지역에서 바이러스 확산이 잘 일어나며, 평균 기온이 18도 이상인 지역에서 발생률은 6% 미만이었다.
이보다 앞서 중국 호흡기 질병 권위자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선전위성방송과 인터뷰에서 “높은 기온에서 바이러스 활동은 확실히 약해진다”며 “세계 각국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 코로나 사태가 4월 말 전후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도에 의한 바이러스 확산 둔화는 근거가 희박하므로 이에 기대를 가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김우주 교수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이러스의 환경 내 생존시간이 짧아져 환자 발생이 부분적으로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감염병은 사회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어 기온만을 가지고 확산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교수도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인 메르스(MERS)는 초여름에 발생해 겨울까지 갔다”며 “날씨와 온도로 확산을 추측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온도가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한다는 주장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렐만(David Relman) 스탠퍼드대 의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해 옆 사람에 전파될 때 온도나 습도는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호주나 이란의 경우 현재 여름에 해당하지만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증상·잠복기 전염 얼마나 위험한가?
신종 코로나의 무증상, 잠복기 중 전염력은 사태 초반에 논란이 됐다. 중국 측에서 잠복기 전염 가능성이 보고됐음에도 한국 보건당국은 초반에 잠복기·무증상 전염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잠복기 중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와 충북대 의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COVID-19가 주입된 페럿(ferret 족제비과 실험동물)에서 감염 2일째부터 비강분비물·혈액·체액분비물 등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공동 공간에 사는 다른 페럿에게 감염시켰다. 증상이 발현된 것은 바이러스 주입 4일째였다. 증상 발현 2일 전부터 전염력이 생긴 것이다.
다만 무증상 전염에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태형 교수는 “무증상 전파가 가능하더라도 주된 전파 경로는 아니며 전체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증상이 없는 환자의 바이러스 분비량은 증상이 있는 환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무증상·잠복기에 전염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보다 한 단계 발전한 바이러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더 경각심을 가지고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기침 에티켓 등 감염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