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활성 물질, 인터페온‧인터루킨‧림포카인 등 6종류 … 젊은환자 과다 방출 시 위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의 세계적 유행(pandemic, 팬데믹) 속에서 감염병을 대하는 세대간의 차이가 뚜렷하게 갈렸다. 감염 시 젊은층은 노인층에 비해 사망률이 낮고 경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구 지역에서 26세 환자가 중증으로 집중치료를 받고 있고, 스페인과 미국에서 각각 21세의 건강한 남성 축구팀 코치와 18세 한국계 소년이 신종 코로나로 사망하는 등 젊은층의 죽음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는 아니었지만 지난 18일 경북 경산에서 17세 소년이 페렴 증상으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지 3일 만에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이렇게 건강한 젊은 사람이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되는 원인으로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불리는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Cytokine Release Syndrome)’ 또는 ‘사이토카인폭풍증후군(CSS·Cytokine Storm Syndrome)’이 지목됐다.
사이토카인, 1974년 스텐리 코헨 발견 … 면역세포 활성화 단백질
사이토카인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이다. 주로 바이러스나 세균이 몸속에 침입했을 때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쉽게 비교하자면 몸 안의 경찰과 군인이 면역세포가 적을 발견했을 때 다른 면역세포들이 알 수 있도록 울리는 사이렌 혹은 무전기라 할 수 있다.
2010년 영남대 의대학술지 27권 1호에 실린 ‘사이토카인의 소개’ 논문에 따르면 특이 항원에 반응하는 림프구가 생산하는 단백물질을 림포카인(lymphokine)으로 부르다 이들 물질이 림프구 외에 다양한 세포들로부터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러한 림포카인을 총칭해 ‘사이토카인’으로 명명하게 됐다. 즉 지금은 림포카인이 사이토카인의 일부가 됐다.
사이토카인은 세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cyto’와 움직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kine’의 합성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탠리 코헨(Stanley Cohen 1922~2020)에 의해 1974년에 등장했다. 세포신호전달을 담당하는 작은 크기의 여러 단백질을 말한다. 세포에서 만들어져 다른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라는 점에서 성장인자(growth factor)와 유사한 개념이다. 여러 종류의 세포에서 만들어져 여러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특정 세포에서 생산돼 특정 수용체 등에 작용하는 호르몬과 구별된다.
1957년에 최초로 ‘인터페론 I’이 발견된 이후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무수한 사이토카인이 발견됐다. 사이토카인은 만들어지는 위치와 작용에 따라 △항바이러스·항암 작용이 있는 인터페론 계열 △면역세포끼리 협응 또는 반목하는 인터루킨 계열 △림프구(임파구)에서 나오는 림포카인 계열 △대식세포 등 단핵구에서 나오는 모노카인 계열 △골수에서 만들어져 세포군에 작용하는 콜로니자극인자(colony-stimulating factor, CSF) 계열 △화학물질에 의해 매개되는 작용을 직접 수행하는 케모카인 계열 등 크게 6종류로 나눌 수 있다.
사이토카인폭풍증후군, 급성패혈증·다발성장기부전으로 사망까지
바이러스 혹은 세균이 침입하면 호중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이 먼저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공격하고 뒤이어 T세포가 작용한다.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 혹은 세균을 공격하면서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이때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은 인터페론 계열과 인터루킨 계열이다.
인터페론은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림프구의 일종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를 활성화시킨다. 인터루킨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면역글로불린을 합성하고 항체를 분비하는 데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열과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때문에 이들을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라고도 부른다. 감기나 독감 등 바이러스질환에 걸렸을 때 열과 함께 기침·가래 등 염증성 호흡기질환이 일어나는 이유다.
하지만 면역기능이 과도하면 사이토카인 분비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면역세포가 지속적으로 자극받아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열과 염증반응이 커진다. 이를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 또는 사이토카인폭풍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은 여러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약하면 해열제 투약으로도 처치가 가능하지만, 재발할 경우 신부전이나 폐침윤이 나타날 수 있다. 심각한 중증에 이르면 급성패혈증 또는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상태의 환자가 짧은 시간 안에 증상이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중증 환자서 사이토카인 폭풍 흔적 확인 … 사망에 결정적 요인 추측
최근 ‘란셋(Lancet)’에 발표된 ‘신종코로나 환자 41명에 대한 임상분석 연구(Lancet, 395:497-506, 2020)’에 따르면 중증환자의 혈청에서 GCSF, IP10, MCP1, MIP1A, TNFα, IL2, IL7 등 염증 촉진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됐다. 신종 코로나 중증 환자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지난 3일 국제학술지 마취통증의학(Intensive Care Medicine)에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SARS-CoV-2)가 혈중 내 인터루킨-6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발표됐다. 환자 150명(사망 68명, 완치 82명)을 분석한 결과 사이토카인 폭풍이나 전격성 심근염(심장근육에 갑자기 발생한 염증)이 치사율을 결정했다.
때문에 신종 코로나 환자의 치료에는 과염증에 대한 확인 및 치료가 중요하다. 고위험 환자들에게 1차로 투여되는 칼레트라정, 클로로퀸 등도 바이러스를 눌러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토카인폭풍증후군에 대한 특효약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약하며 증상을 개선하는 대증치료가 시행될 뿐이다.
이 증후군은 젊은층이 신종 코로나에서 안전할 것이란 믿음을 흔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중 20대(20~29세)는 전체의 27.33%로 가장 많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이토카인폭풍증후군 자체를 치료하는 특효약은 없다”며 “젊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한없이 겸손해질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