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진단키트에 함유된 감별 유전자 구성을 놓고 어느 조합이 더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냐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우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유전자로 진단 지표에 선정된 것은 크게 RdRP, N, E 등 3개 유전자다. RdRP 유전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하고 유럽에서 먼저 인증한 유전자이고, N 유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선정한 지표다. E 유전자는 모든 코로나바이러스에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지표로 일종의 대조군 역할을 한다.
유전학 전문가들은 유전체를 하나의 몸에 비유한다면 RdRp는 유전체의 머리 부분, E gene은 가슴, N gene은 발목에 해당한다고 비유한다. WHO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RdRp 유전자와 E 유전자를 표준으로 권고했으나 지난 1월말 N 유전자를 항목에 추가했다. RdRp 유전자는 효소 부분으로 양이 적게 나오고, N 유전자는 RdRp 유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검출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였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이들 3개 유전자 가운데 RdRP 유전자, N 유전자 중 무조건 하나 이상을 포함하고 E 유전자까지 합쳐 2종 이상의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으면 긴급사용승인 대상이 된다.
이와 관련, 국내서는 국산 진단키트가 코로나19 검사에 사용하는 RdPp 유전자와 N 유전자 중 어느 지표가 더 정확도가 높으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N유전자의 민감도가 더 높아 바이러스 확인에 효율적이라는 의견과 과도하게 민감도가 높아 위양성 판정이 나올 우려가 크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명지병원·조선대병원 의료진이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를 RT-PCR로 진단할 때 기준이 되는 RdRp 유전자보다 N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가 7~43배 정도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 연구팀은 지난 11일 ‘실험신경생물학’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에서 CDC가 공개한 N2·N3의 프라이머(유전자 합성이 시작되는 짧은 유전자 염기서열)를 시약으로 만든 뒤 PCR을 실시한 결과 위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유전자를 증폭해 양성처럼 보이게 할 수 있어 검사 결과에 중대한 오류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CDC는 N 유전자 부위 중 N3 파트를 진단하는 시약에 오류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되자 지난달 28일 보급된 키트에서 N3 시약은 사용하지 말고 N1과 N2 시약으로만 판별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N1에도 일부 오류 사례가 보고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 유전자가 진단정확도를 높이는 데 유용하다는 게 사례를 통해 인정받고 있다. 국내 17번 환자(38·남)는 증상이 시작된 초기에 양성인데도 음성이 나오는 오판 결과가 나왔다. 3번 환자(54·남)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칼레트라정’을 투여한 뒤 음성으로 나왔지만 10일 뒤 다시 양성으로 나왔다. 이들 환자는 처음에 모두 RdRp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의 진단키트를 사용했다가 나중에 재검 또는 N 유전자 진단키트로 오류를 잡아냈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개 이상의 유전자 부위를 검사하되 성능평가를 통과하는 조건으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며 “국가마다 사용하는 유전자 부위가 달라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질본에서 정확한 성능평가를 거쳐 긴급사용 허가를 냈고, 품질 평가를 주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5개 긴급사용승인 제품 중 씨젠은 3개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코젠바이오텍,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은 RdRP 유전자와 E 유전자로 구성됐다. 솔젠트 진단키트는 ‘ORF1a gene’에 ‘N gene’을 추가했다. 솔젠트는 ‘ORF1a gene’이 신종 코로나의 변이 유전자 위치를 더 잘 잡아낸다는 판단 아래 이 유전자로 허가를 획득했다. 수출용으로는 코젠바이오텍, 씨젠, 에스디바이오센서, 솔젠트, 피씨엘, 랩지노믹스, 캔서롭 등 7개사의 8개 품목이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선 RdRP는 중국과 한국인 감염자, N 유전자는 미국·유럽 등 백인종에서 주로 나타나는 지표라는 소문이 퍼졌는데 3개 유전자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존재하며 인종적 차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긴급승인된 제품에도 N 유전자가 포함되지 않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