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만성신부전)은 콩팥(신장)의 기능 이상 또는 영상의학적인 구조적인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2019년 24만9284명으로 2015년 17만576명보다 46% 급증했다.
전체 환자의 60~70%가 당뇨병·고혈압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이다. 전체 환자의 60~70%에서 나타난다. 사구체신염도 만성콩팥병의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콩팥에 있는 모세혈관 뭉치(덩어리)인 사구체는 혈액이 여과돼 소변이 만들어지는 첫 번째 장소이자 콩팥의 거름 장치에 해당한다. 이 사구체에 염증과 손상이 발생하는 것이 사구체신염이다. 이밖에 유전성 신장질환인 다낭성 신장질환, 자가면역질환, 진통제 등 약물남용, 결석이나 전립선비대로 인한 만성적 요로폐색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콩팥병은 병이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적절한 시기에 검사하지 않으면 말기신부전 직전에 도달할 때까지 모르고 지내기 쉽다. 말기신부전으로 발전하면 신대체요법이 불가피하다. 콩팥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을 말한다. 최근 대한신장학회에서 발표한 2018년 국내 신대체요법 현황에 따르면 혈액투석환자는 7만7617명, 복막투석환자 6248명, 신장이식환자 2만119명이다.
만성콩팥병의 증상은 다양해 피로감, 컨디션 저하, 식욕부진, 다리 저림, 다뇨 증상(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 등이 나타나며 밤에 더 심해진다. 또 몸이 붓는 증상이 동반되는데 주로 발과 발목이 먼저 붓기 시작해 다리까지 붓는다. 상태가 심해지면 전신이 붓기도 한다.
물·염분 섭취 줄이고, 원인질환 치료해야
만성콩팥증을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체액량의 증가로 폐부종, 악성 고혈압, 심한 호흡곤란 등이 일어난다. 전해질과 산염기 불균형으로 인한 서맥, 부정맥, 심정지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노폐물이 과다하게 축적되면 의식 저하 및 경련·발작이 동반되는 신경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응급상황에서는 콩팥 외에 다른 장기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전반적인 건강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윤혜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체수분과 염분조절의 장애가 있는 질환인 만큼 수분과 염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분 섭취가 많으면 부종이 악화되고, 일상적인 염분 섭취로도 몸이 붓고 혈압이 상승할 위험이 있으므로 염분을 줄인 저염식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백질, 칼륨, 인 섭취도 줄여야 한다.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콩팥에 부담을 줘 콩팥의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증상 정도나 환자에 따라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만성콩팥병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륨의 양이 제한되기 때문에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칼륨은 생채소나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데, 재료의 껍질을 벗긴 후 잘게 썰어 10배 정도의 물에 2시간 이상 담가두고 사용하면 칼륨 섭취를 줄일 수 있다. 끓는 물에 데친 후 여러 번 헹궈내도 좋다. 곡물류, 유제품, 초콜릿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인도 줄여야 한다. 인이 배설되지 않고 쌓이면 피부가 가렵거나 뼈가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아 근본 치료하는 게 우선이다. 신장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원인이 되는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에 대한 치료에 나선다. 콩팥 기능 저하로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빈혈, 대사성산증 등의 합병증을 적절하게 치료해야 추가적인 콩팥과 다른 장기의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윤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게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주요 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을 조기에 적절하게 조절하고, 소변에서 단백질이 과다하게 나오는 단백뇨는 콩팥 손상을 나타내는 조기 지표여서 정기적으로 검사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장의 기능
등 쪽 아래 좌우로 자리 잡은 콩팥의 주요 기능은 소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혈액 중 노폐물을 걸러내고 불필요한 수분을 배설한다는 의미다. 이밖에 나트륨·칼륨·칼슘·인 등 신체 기능에 필요한 물질의 농도가 항시 일정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한다.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비타민D, 적혈구를 만드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등 내분비 기능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