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서울 지역 대형병원과 각 지역 주요 거점병원의 응급실이 잇달아 폐쇄돼 응급의료 서비스 공백이 우려된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700명을 넘었다. 정부는 이번 주를 분수령으로 보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하지만 환자 급증 못잖게 우려스러운 게 환자의 병원 방문으로 각 지역 주요 대학병원들의 응급실이 잇달아 폐쇄돼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마저 마비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과 19일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대구·경북 지역은 잠시 응급의료가 멈춰섰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영남대병원의 응급실이 하루 이틀 사이에 모두 폐쇄됐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들이 전국에 산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이 다녀간 지역의 주요 거점 대형병원도 마찬가지다. 부산의료원,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양산 부산대병원의 응급실이 지난 19일 코로나 의심환자가 다녀간 게 확인돼 임시 폐쇄됐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며 응급실을 방어하던 서울·경기지역의 대학병원들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15일 29번 환자가 다녀간 고려대 안암병원을 시작으로 같은 이유로 16일 서울대병원, 19일 한양대병원, 20일 아주대병원, 21일 은평성모병원 등의 응급실이 줄줄이 폐쇄됐다. 특히 은평성모병원은 의료진 감염으로 24일 18시 현재까지도 응급실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병원은 아니지만 울산 동강병원, 서울 은평성모병원, 한마음창원병원, 김천제일병원, 삼청창원병원, 동수원병원 등 2차 병원들도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의 방문으로 응급실을 임시 폐쇄했다. 24일에도 순천 성카롤로병원 응급실이 추가로 임시 폐쇄됐다.
다행히 응급실 대다수 응급실은 짧게는 6시간, 길게는 이틀의 소독방역 작업을 마치고 재개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예방·관리 지침’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가 방문했을 경우 오염 정보를 고려해 최소 2시간 이상(시간당 6회 이상) 환기하고 물에 적신 깨끗한 일회용 타월과 걸레로 표면을 닦고 체크리스트에 기반한 점검을 실시한다.
응급실을 폐쇄했던 대학병원들은 다중 환자가 모이는 응급실의 특성을 고려해 그보다 보수적인 기준으로 소독과 방역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에서 가장 먼저 폐쇄됐던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의 경우 수술장이나 무균작업장의 공간멸균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도움을 받아 2일간 방역 소독 후 19일 아침 재개했다. 방역 소독을 담당했던 우정바이오 측은 “WHO의 권고지침보다 훨씬 완벽한 멸균(99.9999%)을 목적으로 2회 방역소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응급실 오염보다 의료진들의 감염 혹은 노출에 의한 격리다. 응급실은 하루 늦어도 이틀이면 문을 다시 열지만 감염자에게 노출되었던 의료진들은 14일간 격리된다. 응급실 의료진 노출이 반복되면 응급실이 재개돼도 의료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응급실 폐쇄와 의료진 격리 기준을 완화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병원협회·대한감염학회·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대한예방의학회는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을 열고 패널토의를 진행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의 지역감염에 대비해 경증과 중증을 분리하고 중증 환자 치료 위주에 집중하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의심환자가 대학병원으로 몰려 의료서비스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김강립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1차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선별진료의 역할을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대학병원들은 중증으로 이환된 환자들에 대한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역할분담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19일 의료계, 특히 병원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논의했고 일부 필요한 조치들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고, 신종 코로나의 검진과 치료 역할 분담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한 대형병원 응급실의 폐쇄와 이에 따른 응급의료 서비스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