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최대 잠복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14일보다 길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와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잠복기를 길게 잡으면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 방역인력이 더 소요되고 현행을 유지하면 자칫 과소 대응으로 비쳐져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발생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8번 환자는 잠복기 14일을 넘겨 17일째 확진됐다. 같은 날 중국에서는 잠복기가 24일까지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최대 잠복일 14일이라는 기준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견이 제기된 근거다.
28번 환자는 3번 환자와 함께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밀접 접촉자다. 지난달 26일 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자가격리 대상이 됐다가,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28번 환자가 3번 환자를 마지막으로 접촉한 날자가 지난달 25일이라는 점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8번 환자의 잠복기는 16일이다.
같은 날 중국에선 잠복기가 24일까지 길 수 있단 논문이 발표됐다. 10일 중국 과학망에 따르면 중난산(鐘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잠복기가 0~24일이라는 논문을 내놨다. 중국 내 552개 병원의 확진자 1099명을 연구한 결과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아직까진 잠복기 기준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논문은 전문가 리뷰를 거치지 않은 초고로 정보 수집이 불충분한 부분이 있으며, 24일 잠복기는 굉장히 예외적인 케이스로 잠복기 기준을 변경할 근거로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통상적으로 호흡기 질환의 잠복기는 그리 길지 않다”며 “해당 논문에서도 잠복기의 중간값은 3일”이라고 지적했다. 예외적인 상황 때문에 기준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28번 환자에 대해서도 잠복기를 넘어 증상이 나타났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역학조사에 의하면 환자는 25일까지 3번 환자 접촉했다. 그를 기준으로 8일까지를 격리되었다가 잠복기 만료를 앞둔 8일 검사에선 양성·음성의 경계선상으로 나왔다. 이후 9일과 10일 이어진 재검에서 최종 양성 판정을 받고 확진자가 되었다. 즉 잠복기를 완전히 넘어 증상이 발현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28번 환자는 현재 명지병원 격리병상에 격리 치료 중이다. 아직 겉으로 드러난 뚜렷한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지환 중앙임상TF팀장(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28번 환자는 잠복기가 길 수도 있겠지만 초기 증상을 못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며 “초기 증상이 경미하다는 점을 고려해 조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잠복기 14일을 기준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잠복기가 예상을 초과하는 사례가 하나 둘 생긴 만큼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