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내에서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증 확진 환자가 나왔다. 지난 26일에 이어 이틀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방문하고 20일 귀국한 55세 남성이 네 번째 확진환자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에 내원해 진료받았다. 하지만 25일 38도 이상의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다시 찾았고, 보건소 신고 후 능동감시를 받던 중 26일 근육통 악화 등으로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통해 폐렴을 진단받고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같은 날인 26일 분당서울대병원의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격리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27일 오전 국내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로 확진됐다.
이 남성은 입국할 때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26일 확진된 세 번째 환자도 그랬다. 두 사람은 입국 후 증세가 나타난 후 여기저기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세 번째 환자는 서울 강남과 고양시 일산 등의 병원·식당 등을 돌며 74명과 접촉했다. 네 번째 환자도 경기도 평택 등 지역사회를 돌면서 70여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의 모 의원을 두 차례 방문했고 약국, 리무진버스, 택시 등을 이용했고 가족 등 70여명과 접촉했다. 두 환자가 주변 사람을 감염시키는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면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24일 두 번째 확진 환자는 55세 한국인 남성 환자는 김포공항에서 열감시카메라에 발열이 걸렸지만 교육을 받고 귀가했다. 마스크를 쓰고 집에만 있다가 인후통이 심해지자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 선별 진료를 받고 격리됐다. 20일 확진된 첫 번째 35세 중국인 여성 환자는 인천공항에서 바로 격리됐다. 현재까지 4명의 환자 중 1, 2번 환자는 지역사회를 돌아다니지 않아 큰 문제가 없었다.
정부는 네 번째 환자 발생에 따라 지난 27일 감염병 위기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국내 검역 역량 강화, 지역사회 의료기관 대응역량 제고를 통해 환자 유입차단, 의심환자 조기 발견과 접촉자 관리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시군구별 보건소 및 지방의료원 등에 선별진료소를 300여개 지정하고 의심환자 발견 시 의료기관이 대응조치하도록 적극 홍보해 감염 확산을 차단키로 했다.
중앙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증 환자에 대한 전문치료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역학조사 지원 및 연구지원, 감염병 대응 자원관리 등의 역할을 맡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지원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긴장의 끈을 바싹 죄고 있다. 확산 초기 단계인 데다 잠복기가 최장 14일 안팎이라 검역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중국 역학정보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것도 위험 요인이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4일 역학조사관을 중국 베이징으로 보냈다. 정부가 우한시에 남아 있는 교민 600명을 전세기로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우려가 더 커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의료기관과 보건행정기관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지난 22일 서울아산병원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5대 대형병원들은 일반병실 면회를 보호자 1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병원 출입구에 열감지센서 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입객마다 체온을 체크하는 등 출입감시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카메라에 체온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날 경우 관련 인력이 출입 차단은 물론 건강문진을 실시한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의심환자 사전 차단을 위해 ‘선별진료 시스템’ 운영에 들어갔다.
명지병원은 지난 26일 세 번째 우한 폐렴 확진 환자의 음압병실 입원이 결정된 후 병원 내 입원 환자와 보호자, 직원 등에게 안내문과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확진 환자가 병원 내 시설과 완벽히 분리된 격리병상에서 진료를 받는 중이라 밝혔다. 철저한 선제 조치로 우한 폐렴 환자가 입원했다는 이유로 퇴원을 신청한 환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 병원은 지난 21일부터 비상대응본부를 구성하고 선별진료소를 마련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추가 환자가 입원할 경우를 대비해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은 25일부터 선별진료소 및 열화상 감지기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민원센터 3개소에는 모니터링용 열화상 카메라 설치했으며 전국 지사를 내방하는 민원인에게 마스크, 손세정제를 제공해 감염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 기반으로 외래·입원·응급 진료 환자의 중국 방문력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8일 비상상황반을 본격 가동했다. 공단은 또 질병관리본부와 협력, 홈페이지 ‘요양기관 정보마당’에서 ‘해외감염병 대상자’를 조회하는 시스템으로 접촉자 명단을 제공하고 있다. 대상자 조회 범위는 △확진자의 접촉자 △동일 항공기 탑승객 △환자발생지역 입국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