쥴랩스·KT&G 등, 대마유래성분(THC)은 불검출 … 중증폐손상 원인규명 전까지 사용중단 강력 권고 유지
국내에서 유통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폐손상 물질로 의심되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Alpha-tocopheryl acetate, ATA)’ 성분과 가향물질 3종(디아세틸, 아세토인, 2,3-펜탄디온)이 검출됐고, ATA의 경우 153개 제품 중 13개 제품에서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 시중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153개 제품에 대해 유해 성분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미국에서 지난 9월 중순부터 청소년에게 탐닉성을 일으키고 폐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논란이 일어난지 석 달만에 나온 결과다.
식약처 조사 결과,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13개 제품에서 0.1∼8.4ppm(mg/kg)의 범위로 검출됐다. 액상 전자형 담배 중에서는 케이티앤지(KT&G)의 ‘시드 토박’ 제품에서 0.1ppm, 쥴랩스의 ‘쥴팟 크리스프’에서 0.8ppm이 나왔다.
담뱃잎이 아닌 줄기 등에서 니코틴 등을 뽑아내는 액상형 유사담배 11개 제품에서 0.1∼8.4ppm이 검출됐다. 케이크베이퍼의 ‘케이크헤이즐넛 밀크 토바코’가 8.4ppm으로 가장 높았고, 데칼글로벌의 ‘ziri9 jmt 믹스멜론’ 1.1ppm, 제이알푸드의 ‘아이러브 알로에’ 0.3ppm, 몬스터스의 ‘엑스팟 복숭아’ 0.2ppm 등이었다.
비타민E아세테이트는 끈적이는 점액성 형태로 존재하며, 폐에 달라 붙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10개 주에서 발병한 폐질환 환자 29명으로부터 추출한 샘플에서 이 성분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유력한 폐질환 의심물질로 지목했다.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THC에 비해 저가이면서 무색·무취이고 점도가 비슷해 혼합 시 확인하기 어렵다. 이번 검출된 제품들은 이같은 점을 악용해 THC 증량 및 희석을 위해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혼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담배에 사용된 원료의 명칭과 함유량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 않아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의도적으로 첨가됐는지는 알 수 없다.
식약처는 지난 10월 23일 정부합동으로 발표한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및 액상형 유사담배 153개 제품을 대상으로 Δ대마유래성분(THC) Δ비타민E아세테이트 Δ가향물질 3종(디아세틸, 아세토인, 2,3-펜탄디온) Δ액상 기화 용매인 프로플렌 글리콜(PG)·글리세린(VG) 등 7개 성분을 분석했다. 전체 조사대상 제품 중 16개는 담뱃잎 추출 니코틴을 사용한 것으로 담배사업법 상 담배로 분류되며 나머지 137개 제품은 담배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 또는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유사담배다.
식약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국 내 제품을 검사한 결과에 비하면 극히 적은 양이라고 밝혔다. 지난 5일 FDA 예비 심사결과에선 THC 검출 제품 중 49%가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희석제로 사용했고 검출 농도는 23만∼88만ppm 에 육박했다. 우려했던 대마유래성분(TetraHydroCannabinol, THC)은 검출되지 않았다.
가향물질 3종은 43개 제품에서 1종 이상, 6개 제품에서 3종이 동시 검출됐다. 가향물질 3종 중 디아세틸과 아세토인은 미 FDA가 흡입시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으로 경고하고 있다. 디아세틸과 2,3-펜탄디온 2개 성분은 이미 영국에서 2016년부터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첨가가 전면 금지됐다.
디아세틸은 29개 제품에서 0.3∼115.0ppm, 아세토인은 30개 제품에서 0.8∼840.0ppm, 2,3-펜탄디온은 9개 제품에서 0.3∼190.3ppm이 검출됐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대부분 향을 포함하기 때문에 미검출 제품에도 다른 물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아 폐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는 다른 물질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액상형 전자담배 구성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로플렌글리콜과 글리세린은 담배·유사담배 모두에서 확인됐다. 식약처는 “두 성분에 대한 유해성은 명확히 보고되지 않았지만 추가 연구로 인체 유해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각 검출 범위는 14.5∼64.4%, 15.7∼68.9% 이었고 두 성분의 혼합비율은 17.7%대 82.3%∼80.2%대 19.8%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두 성분의 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액상의 55.9∼92.0%이었다.
미국에선 3일 기준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폐손상자 2291명, 사망자 48명이 보고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폐손상자의 생체시료 표본(29종) 모두에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돼 이를 유력한 폐손상 의심물질로 보고 있다. 현재 원인 규명 단계로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CDC는 ‘폐손상과 인과관계가 규명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특히 THC 함유 제품의 사용을 자제’한다는 권고 사항을 유지하면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Should not be added to)’이란 내용을 추가했다. 미국 FDA는 전자담배 제조에 비타민E 아세테이트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진 않았다.
정부는 12일 보건복지부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 회의를 개최하고 사용중단 강력 권고 조치를 2020년 상반기 인체 유해성 연구가 발표되기 전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사례 조사감시와 이번 조사대상 물질 등의 폐손상 유발 여부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종합 검토결과를 2020년 상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부득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를 임의로 첨가하지 말 것과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이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 제조·수입·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한 품질관리를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식약처는 2020년 상반기 직접 인체에 흡입돼 영향을 주는 배출물(기체성분)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에 검출된 6개 성분과 니코틴, 카르보닐류 6종,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류 2종 등 9개 주요 유해성분을 대상으로 한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인체 유해성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편의점 업계는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CU는 식약처의 발표 직후 쥴랩스 코리아의 ‘쥴 팟 딜라이트·크리스프와 KT&G ’릴 베이퍼 시드 토바·툰드라‘ 제품의 전면 퇴출을 결정했다. GS·신세계 등 다른 업체들도 퇴출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