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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마타 협약’ D-70 … 전자혈압계, 수은혈압계 완전 대체 가능성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2-11 17:28:54
  • 수정 2020-09-10 17: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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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원의 30% 아직 수은혈압계 사용, 비싼 장비값에 교체 부담 … 학회는 전자혈압계 권장
캐나다 앨버타대의 연구결과 전자혈압계는 수은혈압계와 측정값이 5~15mmHg 차이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은 첨가 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미나마타 협약’ 발효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적잖은 의료기관이 수은혈압계를 사용하고 있다. 수은혈압계를 대체할 전자식 자동혈압계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고 정기적인 오차 교정이 필요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와 외교부는 지난달 22일 유엔 사무국에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 비준서를 제출했다. 현재 114개 국가가 비준을 마쳤다. 이에 따라 90일 뒤인 내년 2월 19일부터 수은 함량이 높은 형광등과 전지의 제조 및 수·출입이 금지되고, 수은혈압계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조약은 1956년 일본 미나마타시에서 집단 발병한 미나마타병(Minamata disease)에서 비롯됐다. 이 질환은 수은 중독에 의해 발생하는 공해병으로 사지·혀·입술 떨림, 혼돈, 보행장애, 발음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경우 수 개월 안에 사망할 수 있다. 당시 공장에서 폐수와 함께 바다로 흘러나온 수은이 크릴새우, 정어리 등을 거쳐 참다랑어에 축적됐고 이를 먹은 사람들이 미나마타병에 걸려 총 1982명이 사망했다.

물처럼 흐르는 은이라는 뜻의 수은(Mercury, Hydrargyrum, 水銀)은 상온에서 액체를 유지하는 유일한 금속으로 독성이 매우 강하다. 몸으로 흡수되는 속도에 비해 배출 속도는 극단적으로 느려 인체에 쉽게 축적된다. 체내에 쌓인 수은은 폐와 중추신경계를 망가뜨리고 발열·오한·오심·구토·호흡곤란·두통·흉통 등이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위질환, 폐부종 등 각종 폐질환 등으로 진행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선 혈압이나 온도를 측정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혈압 측정기기는 크게 수동식(청진법)인 수은혈압계와 아네로이드혈압계, 자동식(진동법)인 전자혈압계로 구분된다. 숙련된 의사가 사용한다는 가정 아래 수은혈압계가 가장 정확한 것으로 평가된다.
 
수은혈압계는 1905년 러시아 군의관 니콜라이 코로토코프가 개발한 ‘청음 방식’을 적용한다. 팔에 공기주머니인 커프를 감은 뒤 공기를 넣어 부풀리면 팔이 점점 압박되면서 어느 순간 피가 흐르지 않게 된다. 이후 서서히 커프의 공기를 빼주면 막혀있던 혈관이 넓어지고 혈액이 소용돌이치듯 빠져나가면서 거친 소리가 들리는데, 이 때 수은주가 가리키는 눈금이 수축기혈압이다. 이완기혈압은 커프의 공기가 완전히 빠져 압박이 풀리면서 혈액이 흐르는 소리가 나지 않을 때 측정한 값이다. 혈압 측정에 수은을 사용하는 이유는 물보다 밀도가 13배나 높아 적은 양으로도 압력을 일정하게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네로이드혈압계는 측정 눈금이 수은주 대신 동그란 초시계 형태인 것으로 작동 원리는 수은혈압계와 같다. 전자혈압계는 팔을 압박한 뒤 혈액이 혈관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감지해 혈압을 자동 측정한다. 최근엔 수동식 청진법이면서 수은주 압력계 대신 전자식 압력계가 장착된 하이브리드혈압계도 출시되고 있다.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의료기관은 대부분 수은혈압계를 전자혈압계로 대체했지만 의원급은 아직 교체하지 않은 곳이 적잖다. 의료계에선 개원가의 30%가 아직 수은혈압계를 사용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수동식 중 아네로이드혈압계는 오차 문제로 점차 사용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라 대안이 하이브리드혈압계와 전자혈압계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전자식의 경우 대당 가격이 100만~400만원에 달해 비용 부담이 크고, 하이브리드형은 수은혈압계보다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라 고민하는 개원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은혈압계 퇴출 건을 아예 모르고 있는 의사도 적잖다. 대한임상고혈압학회 관계자는 “학회나 연구회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진료에만 매진하다보니 내년부터 수은혈압계 사용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미나마타 협약 시행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아 학회 차원에서 개원의를 대상으로 혈압계 교체를 권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자혈압계 오차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전자식(진동법)보다 수은혈압계 등 수동식 청진법이 더 정확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대한고혈압학회가 실시한 혈압계 선호도 조사에서도 학회 회원의 80%가 ‘청진법이 진동법보다 더 정확하다’고 답변했다.
 
전자혈압계와 수은혈압계의 정확도를 직접 비교한 연구도 있다. 2017년 제니퍼 링로스 캐나다 엘버타대 의대 내과 전문의팀이 고혈압 환자 85명을 대상으로 전자혈압계와 수은혈압계의 정확도를 비교한 결과 전자혈압계는 수은혈압계보다 측정값이 5~15mmHg 더 높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팔이 두꺼운 남성일수록 격차가 컸다. 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전자혈압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 범위가 커지기 때문에 1~2년에 한 번씩 추가비용을 들여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고혈압학회, 대한임상고혈압학회 등 학술단체는 전자혈압계의 정확도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고혈압학회도 “수은혈압계가 자동전자혈압계에 비해 정확하다는 것은 오해”라며 전자혈압계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전자혈압계는 측정 의사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재현성이 높아 유리하다”며 “다만 부정맥 환자, 임산부, 고령자, 팔둘레가 두꺼운 사람 등은 기존의 청진법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혈압계를 사용하면 수은혈압계보다 혈압이 5~10mmHg가량 높게 나오기 때문에 향후 고혈압 진단 가이드라인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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