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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르탄 사태로 수십억원 손해 본 제약사 … 건보공단 상대 소송전 돌입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12-09 18:15:41
  • 수정 2022-03-29 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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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개사 “불법 판명할 기준 없는데 기업에만 책임 전가” … 라니티딘·니자티딘서도 NDMA 검출 더욱 긴장
건보공단 “제조물책임법 상 결함 사유 인정, 구상금 미납 제약사에 추가 손해배상 청구”
 
지난해 7월 ‘발사르탄 사태’로 각기 최대 수십억원의 매출 감소를 겪었던 제약사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구상금을 청구받자 지난달 27일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해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소송엔 공단으로부터 결함 있는 의약품을 생산·유통한 책임이 있으므로 처방에 따라 지출된 진찰료·조제료 관련 금액을 손해배상하라는 내용의 구상권 청구를 받은 69개 제약사 중 36개사가 참여했다. 법적대리인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았다.
 
발사르탄(Balsartan) 사태는 이 성분의 고혈압약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NDMA)’이 검출되면서 시중에 공급됐던 발사르탄 성분 약에 대해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 대체처방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건보공단은 부담하지 않았어도 될 제반 비용에 대해 제약사 69곳을 대상으로 총 20억3000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제약사들은 새롭게 발견되는 불순물에 대한 책임을 기업 몫으로만 돌리는 게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발사르탄 사태에 이어 올해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 성분에서 NDMA 검출이 이어지면서 이같은 사태가 반복될 때마다 제약사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송에 참여하는 제약사는 건일제약, 국제약품, 구주제약, 광동제약, 넥스팜코리아, 다산제약, 대원제약, 대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마더스제약, 명문제약, 바이넥스, 삼일제약, 삼익제약, 신일제약, 씨엠지제약, 아주약품, 이든파마, 이연제약,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종근당, 진양제약, 테라젠이텍스, 하나제약, 한국휴텍스제약, 한림제약, 한국콜마, 유니메드제약, 휴온스글로벌, 한화제약, 환인제약, 휴온스메디케어, JW중외제약, JW신약, SK케미칼 등이다.
 
매출액 상위권인 LG화학은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G화학이 빠진 이유는 가급적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기 위한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판매사인 한국화이자제약과 협의해 구상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르탄 성분 약을 공급해 온 제약사의 처방실적은 전멸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올해 8월까지 구상금이 청구된 69개사 84개 품목의 원외 처방규모는 약 19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055억원 대비 약 81% 감소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처방액 1·2위였던 한국휴텍스제약의 ‘엑스포르테정’, 대원제약의 ‘엑스콤비정’은 각각 83억원, 82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 각각 6000만원, 0원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구상금도 각각 1억8000만원, 2억2000만원이 부과돼 막대한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같은 기간 LG화학 ‘노바스크브이정’(72억원), JW중외제약 ‘발사포스정’(61억원), 한국콜마 ‘하이포지정’(46억원), 명문제약 ‘엑스닌정’(42억원), 아주약품 ‘아나퍼지정’(41억원) 등 판매 상위권 제약사들의 처방액이 0원으로 나타나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에 비해 휴온스 ‘발사렉스정’은 47억원에서 42억원으로 약 10% 감소에 그쳤으며, 뉴젠팜 ‘뉴젠포지정’, 메디카코리아 ‘메디로텐정’, 오스틴제약 ‘뉴사탄정’, 한국프라임제약 ‘엑스디핀정’ 등은 오히려 처방 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출액으로 보면 상승폭이 최대 3억5000만원에 그쳤다. 이같은 실적은 지난 5월 판매가 중지됐던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 175품목 중 106품목에 대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즉시 공급에 나선 제약사가 반짝 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사례에 비춰보면 정부가 청구한 구상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서는 것은 드물다.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매우 억울한 처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증명하듯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실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9개 제약사 중 26개사가 4억3600만원을 납부해 징수율이 21.5%에 그쳤다.
 
D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구상금에 청구에 대한 불만도 크지만 기존에 NDMA 등 유해물질 관련 기준이 없었고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 오랜 기간 문제없이 처방되던 약에서 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발사르탄 사태로 당장 수십억원의 매출 감소로 타격이 큰데다 장기적으로 유사한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토로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 제조물책임법 상 제조물 결함 사유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구상금을 미납한 43개사에 대해 한 번 더 약 16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단 측이 언급한 제조물책임법 제2조 2호 가목에는 ‘제조상의 결함이란 제조업자가 제조물에 대하여 제조상·가공상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관계없이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라고 나와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제조자가 제조물에 대해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제약사 측은 같은 법 제4조 면책사유 조항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 제2호에는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제3호에는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해당 제조물을 공급한 당시의 법령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하였다는 사실’ 등이 명시돼 있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소송전에 돌입한 가운데 오리지널약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발사르탄 성분 단일제인 노바티스 ‘디오반필름코팅정’의 처방실적은 3분기 누적 매출액 22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9.3% 성장했다. 암로디핀·발사르탄 성분 복합제인 ‘엑스포지정’은 같은 기간 556억원을 기록해 13.8% 증가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발사르탄 제네릭의 수익률이 높지 않은 점, 환자 입장에선 신뢰를 잃어버린 약제라는 점 등 복합적인 이유로 재출시를 고려하지 않은 제약사가 많다”며 “발사르탄을 대체할 동일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 약물 처방에 무게를 두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리지널약을 처방하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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