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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가짜 수상’ 논란 충격파 … ESMO 2019서 3904개 논문 중 최고였다고?
  • 송인하 기자
  • 등록 2019-11-29 18:00:03
  • 수정 2020-09-10 13: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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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라이트 논문을 베스트 논문으로 부풀린 듯 … 국내 언론 검증 못하고 美 블룸버그 문제제기
지난 10월 초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관련 임상연구가 ‘Best of ESMO 2019’로 선정됐다는 보도가 진실이 아니었다는 외신의 문제 제기에 HLB 주가가 하락하고 한국 바이오업계의 신뢰가 무너지는 부정적인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Bloomberg)이 지난 26일(현지시간) 국내 제약사 에이치엘비(HLB)의 위암치료제 리보세라닙(rivoseranib, 중국에선 Apatinib)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The Best of ESMO 2019’에 선정됐다는 보도가 허위라고 보도에 충격파가 일고 있다.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19)는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일(현지시간)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됐다. HLB의 리보세라닙 임상 3상 연구인 ANGEL 연구가 29일 PP(Proffered Paper) 세션에서 발표됐다.
 
HLB는 학술대회가 종료된 10월 2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자회사 엘리바의 리보세라닙 위암 임상 3상시험 결과 발표가 진행성 식도·위암 분야에서 유럽종양학회를 빛낸 ‘Best of ESMO 2019’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ESMO는 마지막날 발표된 3904개의 논문 중 ‘The best of ESMO 2019 Session’을 선정하는데 리보세라닙 3상 연구내용이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심사위원 중의 한 명인 차우 박사의 코멘트도 보도자료에 넣었다.
 
블룸버그는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ANGEL 연구가 The Best of ESMO 2019에 선정됐다고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HLB 주가가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며 “그러나 루이즈 트로앵(Louise Troeng) ESMO 대변인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줬다는 명목으로 ‘하이라이트’ 목록에 포함됐을 뿐, ESMO 2019에 공식적인 상은 없었다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ESMO 대변인은 블룸버그의 취재에서 “ANGEL 임상시험은 ESMO 총회 기간 어떠한 공식적인 상으로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사실을 잘못 해석해 발생한 불편함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논란은 ‘수상’이라는 표현에서 빚어졌다. 이에 HLB 측은 블룸버그에 “리보세라닙 임상3상 연구가 The Best of ESMO 2019에 선정된 것은 사실”이라며 “ ‘상(award)’이라는 단어를 전혀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즉 “최고 논문으로 선정됐다고 했지만 ‘수상했다’고 한 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HLB는 “블룸버그에 ESMO 최고 논문(The best ESMO 2019)에 선정된 게 사실이며, 명확한 증빙자료를 제시해 선정된 사항 및 관련 보도내용이 사실관계에 부합함을 확인시켜줬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면서 ESMO 최고 논문 선정과 관련한 사진 등 현장 증빙자료는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HLB 관계자는 “ESMO 보도자료 지침에 의거해 증빙자료는 공개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HLB 관계자는 국내 M 의약전문지의 취재에 “보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The Best of ESMO 2019 연구 내용으로 진행성 식도암 2차 치료제 옵디보, 진행성 위암 1차 치료제 키트루다, 진행성 위암 3차·4차 치료제로 리보세라닙이 위암 및 식도암 분야에서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항상 사실에 근거해 정확한 사항만을 공개했으며 다만 증빙자료는 ‘ESMO 보도자료 지침’에 의거해 공개하지 않았다”며 “향후 리보세라닙의 미래와 관련해 지켜야 할 모든 규정과 지침을 준수하고자 하나, 이를 이용한 악의적인 루머와 왜곡된 보도가 지속될 경우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30일 HLB 주가는 최근 4개월 중 최저치인 주당 2만1800원이었다. 홈페이지에 ESMO 선정 발표하기 이전인 지난달 1일엔 6만9000원이었다. ESMO2019 연구 선정 발표 시점 즈음 진양곤 HLB 대표는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3차 또는 4차 치료제로서의 리보세라닙 신약 허가를 자신했다. 언론은 ‘임상 성공’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후 The Best of ESMO 2019에 선정됐다는 발표와 함께 7일 주가는 1일 대비 58% 상승해 10만8900원으로 올랐다. 그 후 몇 주간 상승세는 지속돼 10월말이 되기도 전 주가는 18만5000원까지 솟구쳤다. 주가는 더 올랐을 수도 있었으나 금융당국은 급격한 주가 상승에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 바이오 전문지 피어스바이오텍은 27일(현지시간) “HLB가 주가가 급상승하거나 급락할 수 있는 갈림길에 접근하고 있다”며 “HLB는 내년 상반기 FDA에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며, 임상지표가 충족되면 내년 말에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어스바이오텍은 “HLB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미미한 ESMO 분쟁보다 신약 규제 절차를 통과하는 게 더 중요한데, 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소한 스캔들이 한국 바이오산업에 한번 더 부정적인 헤드라인을 달았다”며 “코오롱생명과학과 신라젠은 올해 ‘가치파괴적 좌절’(value-crushing setback)을 겪었으며,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에서 약물 혼용이라는 불명예를 겪었다”고 평가했다.
 
국내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HLB 수상 논란을 계기로 개인이나 회사 수상인지, 학술상·노력상·공로상·감사패 중 무엇인지, 최우수논문 또는 하이라이트 논문인지 명확하게 영어 원문과 함께 표기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인은 총회 구두발표가 가장 높은 위상이고, 그 다음으로 위성강연을 통한 구두발표가 중요하고, 포스터 발표 등은 상대적으로 격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는데 이를 악용한 ‘업적 부풀리기’는 당사자 스스로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HLB는 코스닥 시장에서 25일과 26일 4.32%, 2.91%의 상승폭을 나타냈으나 외신 기사가 난 하루 뒤 27일 1.79%, 28일 7.43%, 29일 5.7%로 3일 연속 하락했다. 29일 종가는 11만5100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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