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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강하 특효약? ‘천연 당뇨병치료제’ 광고가 알려주지 않는 것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1-27 09:38:00
  • 수정 2020-09-10 11: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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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장 합병증 동반시 스피루리나·여주 섭취 삼가야 … 계피가루·밀크씨슬·크롬 등 장기 임상연구 부족
여주는 혈당 강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칼륨 함량이 매우 높아 신장 합병증이 동반된 환자는 섭취를 삼가야 한다.
당뇨병은 한두 번의 수술로 완치되는 게 아니라 평생 유지관리가 필요해 환자가 치료를 중도 포기하거나, 근거없는 민간요법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식사요법이나 약물치료를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제 복용으로 대체하는 등 치료 순응도도 낮은 편이다. 실제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제대로 된 약물치료를 받는 비율은 63%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혈당조절 지표를 반영하는 당화혈색소(HbA1C)가 7% 미만인 경우가 67.9%나 된다.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은 계피가루, 스피루리나(spirulina), 여주, 밀크씨슬(milk thistle), 크롬(chromium)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국 국립보완의학통합센터(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NCCIH) 등 전문가 단체는 이들 음식의 당뇨병 예방 및 개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매우 취약하다는 이유로 섭취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천연 당뇨병 치료제’나 ‘항당뇨병 약제를 대신할 건강보조제’ 등 허위광고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흔히 쓰이는 계피는 녹나무과(Lauraceae) 육계나무의 껍질를 말린 것으로 이것을 갈면 계피가루가 된다. 계피는 크게 실론계피나무(Cinnamomum verum, Cinnamomum zeylanicum)에서 얻는 일명 실론(Ceylon) 계피 또는 스리랑카(zeylanicum은 스리랑카 및 실론의 옛 지명) 계피, 중국 및 베트남 등의 육계나무(Cinnamomum cassia)에서 얻는 카시아(Cassia) 계피로 나뉜다. 실론 계피는 유제놀(Eugenol)이 풍부해 바닐라향이 나서 식용으로, 카시아 계피는 유제놀이 없고 주로 약용으로 쓰인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계피는 거의 대부분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한 카시아 계피다.
 
참고로 달나라에서 토끼가 방아찧는 설화, 과거 급제자가 나뭇가지를 꺾어 관모에 꽂았다는 계수나무(Cercidiphyllum Japonicum)는 이파리가 하트 모양이다. 계수나무과(Cercidiphyllaceae)로서 국내의 관상용 계수나무는 주로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계수나무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달콤한 향기가 난다고 하여 연향수(連香樹)라 부른다. 또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의 머리에 올려주는 월계관은 월계수(Laurus nobilis, 월계나무)의 가지로 녹나무과에 속한다. 지중해 연안에 자생하는 상록 활엽수로서 성경에 나오는 감람나무, 감람수가 바로 이것이다.
 
계피가루에 포함된 항상화성분인 폴리페놀은 혈당 수치를 낮추고 당뇨병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체내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해 제2형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효과도 나타낸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인간영양연구센터(Human Nutrition Research Center) 리처드 앤더슨(Richard Anderson)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계피를 매일 먹은 사람은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과 밀접하게 연관된 혈중 포도당 수치가 18~29%, 중성지방은 23~30%,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은 7~27%, 총콜레스테롤은 12~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간에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계피에 포함된 쿠마린(coumarin) 성분은 간 독성을 유발해 간세포를 손상시켜 간염, 간경화, 간암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당뇨병이면서 평소 간이 좋지 않거나 간질환을 함께 앓는 환자는 계피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 건강한 사람은 하루에 6g 이하 정도 섭취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는 전문가와 상담한 뒤 계피 섭취량을 결정해야 한다.
 
‘바다의 초록 보물’로 불리는 스피루리나도 당뇨병 환자 사이에서 ‘핫’한 슈퍼푸드다. 약 35억년 전부터 아프리카·하와이 등 더운 지역의 염도가 높은 호수에서 자생해 온 청록색 해조류로 60~70%(100g당 70g)가 식물성 단백질로 이뤄진 고단백 식품이다. 비슷한 클로렐라보다 단백질 함량이 훨씬 높으며 면역력 증강, 콜레스테롤 저하, 항산화기능, 체중감소 등 효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수퍼모델 미란다 커가 아침마다 요구르트에 한 스푼씩 넣어 먹는다고 해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주로 당뇨병 환자의 식사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러 해외연구에 따르면 식물성 단백질 함량이 많은 스피루리나는 당뇨병 환자의 허기를 해결해 식이요법 순응도를 높이고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과를 나타냈다. 하루 스피루리나 권장량은 3~5g 정도다.
 
하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은 만큼 당뇨병 합병증으로 만성신장병이 동반된 환자는 섭취를 삼가야 한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신장병 등으로 신장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다량의 단백질을 섭취하면 단백질의 노폐물인 요소, 요산, 크레아티닌 등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축적돼 요독증이나 신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스피루리나를 과다 섭취하면 복통, 위염, 설사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으로 인해 간이 손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이후 당뇨병 환자들이 많이 찾는 여주는 박과(Cucurbitaceae) 식물로 오이처럼 길쭉한 형태에 혹같은 돌기가 있어 초록색 도깨비 방망이를 연상시킨다. 특유의 쓴맛으로 서양에서는 ‘쓴 멜론(bitter melon)’, 한의학에서는 고과(苦瓜)로 불린다. 주요 성분 중 식물인슐린(p-insulin)은 체내에서 인슐린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펩타이드의 일종이다. 간에서 포도당이 연소되도록 돕고, 포도당이 체내에서 재합성되지 않도록 해 혈당을 낮춰준다. 카란틴(charantin)은 손상된 췌장세포를 재생하고 췌장기능을 촉진해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한다.
 
하지만 칼륨 함량이 100g당 284㎎으로 매우 높아 신장병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는 섭취를 삼가야 한다. 또 여주에 함유된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은 쓴맛을 내는 박과 식물 특유의 스테로이드 핵을 갖고 있는 배당체로서 위장이 약한 사람에서 구토,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또다른 인기 식품인 밀크씨슬은 국화과 서양엉겅퀴로 지중해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국내에선 흰무늬 엉겅퀴로 불린다. 잎을 빻으면 우유 같은 수액이 나와 ‘밀크’라는 명칭이 붙었다.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당뇨병에 좋다며 밀크씨슬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정작 당뇨병보다는 간기능 개선과 연관된다.
 
핵심 성분인 실리마린(silymarin)은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간세포막을 안정시켜 간세포를 보호하고 세포벽을 보강해 독성물질의 침투를 막아 해독효과를 낸다. 여러 연구에서 간 기능이 저하되거나 간이 손상된 사람에게 밀크씨슬 추출물을 섭취케 한 결과 간기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요소(AST, aspartate aminotransferase, 옛 GOT)와 알라닌 아미노전이요소(ALT, alanine aminotransaminase, 옛 GPT) 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당뇨병이나 혈당 관련 효과는 특별히 입증된 게 없다. 오히려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인 당뇨병 환자가 밀크씨슬을 섭취할 경우 약효를 떨어뜨리면서 혈당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가 자주 찾는 크롬 보충제도 효과가 과대 포장된 측면이 크다. 이 영양소는 인슐린의 보조인자로 작용해 포도당 대사의 항상성을 이끌어낸다. 즉 인슐린의 활성을 높여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다만 육류·해조류·감자·치즈·과일·채소 등 다양한 음식에 소량씩 함유돼 음식만 골고루 섭취해도 결핍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보충제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통해 과다 섭취하면 간·신장·신경을 자극하고 위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2013년 네덜란드 엘살라클리닉 클리프스트라 박사팀이 당뇨병 환자 57명을 대상으로 하루 400㎎의 크롬을 투여하고 3~6개월간 관찰한 결과 위약군과 공복혈당 수치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 혈당조절 지표인 당화혈색소, 혈압, 체지방 비율, 체중, 인슐린 반응성 등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크롬은 산화 상태에 따라 3가 또는 6가 형태로 존재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3가 크롬은 독성이 낮아 식품이나 약 등에 첨가된다. 반면 산업장 공기 중에 포함된 6가 크롬은 독성을 띤 중금속이다.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알레르기성피부염, 피부궤양, 기관지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원종철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질환 특성상 병원 치료의 효과가 다이나믹하게 나타나지 않아 인터넷에 떠도는 민간요법을 맹신하거나, 적잖은 비용을 들여 건기식이나 약초 등을 구입해 먹는 환자가 적잖다”며 “하지만 당뇨병에 좋다고 알려진 식품이나 약초 등의 과량 및 장기 섭취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매우 빈약하며 오히려 면역력이 약한 당뇨병 환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정기적인 합병증 검사와 유지관리가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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