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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유튜브 홍보 열풍에 방송 제작 실무자들 ‘아이고 나 죽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10-30 18:25:54
  • 수정 2020-09-15 16: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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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프렌즈 등 인기 고공행진 … 대학병원도 유튜브 열중, 홍보업무 +α에 피로감 호소
의료·건강 관련 콘텐츠는 임상근거가 부족하거나 자극적인 정보는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흥미를 유도하기가 쉽지 않아 실무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송 플랫폼인 유튜브 사용 인구가 급증하면서 의료계에서도 병원 홍보에 유튜브 방송을 적극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의사 개인은 물론 중소병원, 대학병원 가릴 것 없이 유튜브 방송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적잖은 병원 홍보담당자들이 바이럴마케팅, 언론홍보, 광고 등 기존 업무에 유튜브 방송 제작까지 더해지면서 진땀을 빼고 있다.

헬스·메디컬 분야 유튜브채널 중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닥터프렌즈’다. 친구 사이인 오진승 정신의학과 전문의(33),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34), 우창윤 내과 전문의(35)가 지난해 5월 개설한 이 채널은 1년 반만에 구독자 40만1000명(2019년 10월 30일 기준)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사회적 이슈 또는 유행하는 영화·드라마에서 나온 의학 관련 정보나, 일반인이 평소 궁금해하는 건강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만담 형식으로 설명해 구독자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오프라이드’는 오가나 오가나피부과의원 원장이 작년 2월부터 개설한 채널이다. 다른 메디칼 채널과 달리 피부질환 정보 외에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구입 및 시승 후기를 보여주거나, 최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해 시식평을 하는 등 상류층 의사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줘 구독자가 빠르게 늘었다. 방송 초기에는 럭셔리한 사생활 노출에 ‘위화감’을 준다는 악플이 많이 달렸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방송을 내보내는 오 원장의 뚝심에 오히려 구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의사 유튜버도 있다. 강창용 그린서울치과 원장은 ‘양심치과’를 모토로 2017년부터 유튜브 방송을 통해 충치·임플란트 과잉진료 등 치과계 문제를 적나라하게 폭로, 구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현재 구독자수는 20만5000명, 동영상 업로드수는 311개에 이른다.

하지만 같은 치과의사들에겐 ‘내부고발자’로 찍혀 온라인과 유튜브에서 악플 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과잉진료 정보를 공유했던 페이스북 계정은 알 수 없는 이유로 타의에 의해 폐쇄됐다. 치과의사 단체들의 지속적인 폐쇄 요청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그는 진료비를 낮추기 위해 간호사나 수납직원등을 따로 두지 않고 모든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고 있으며, 하루에 20명 이하의 환자만 진료하고 있다.

건강 콘텐츠 관련 유튜브방송이 대세가 되자 병원들도 뒤늦게 방송에 뛰어들었지만 ‘빅5’나 유명 종합병원을 제외하고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

빅5 중에선 서울아산병원이 구독자 5만7900명(동영상 1800개)으로 압도적 1위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2만5700명(702개),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2만400명(695개), 서울대병원 1만600명(238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3054명(224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 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병원들은 대부분 구독자 50~1000명 정도로 이제 막 콘텐츠를 늘려 나가는 단계다.

개원가에선 ‘지방이’ 캐릭터로 친숙한 365mc병원이 비만 환자 및 지방흡입 증가에 힘입어 유명 대학병원보다 많은 10만6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의사단체의 경우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12월 27일 유튜브 채널 ‘닥터in’을 개설하고 10대 여학생의 추락사고로 논란이 된 ‘타미플루 복용 부작용’을 주제로 첫 방송을 내보냈다. 현재 매달 2~3건의 동영상만 올라오는 등 활성화가 덜 된 상태다.

유튜브 방송을 촬영 및 편집하는 실무자들은 초기 정착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C 대학병원 관계자는 “밤을 꼴딱 세워 만든 동영상 조회 수가 100도 안나오면 허탈하다”며 “유튜브 방송에서 의학 관련 콘텐츠로 승부를 보려면 늦어도 2~3년 전엔 시작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비슷한 내용이 너무 많아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K 대학병원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 채널이 아닌 이상 구독자와 조회 수를 단기간에 확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의료·건강 관련 콘텐츠는 특성상 임상근거가 부족하거나 자극적인 정보는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 ‘노잼(재미없다는 의미의 신조어)’이 되기 쉬워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사정을 모르는 병원 경영진이 방송 초창기의 저조한 성과만 보고 질책하거나, 아예 유튜브를 접으라고 지적할까봐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보수적인 의료진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원로 교수들 중에선 방송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들이 적잖다”며 “다행히 젊은 교수진은 대부분 방송 출연에 긍정적이라 젊은 교수들 먼저 인터뷰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방송에 의욕을 보이는 원로 교수진도 많다. K 대학병원 관계자는 “한 교수님은 방송 출연을 부탁드렸더니 아예 진료실 컴퓨터에 직접 캠코더를 달고 질병 관련 정보를 설명해주는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다”며 “다만 한정된 방송시간에 너무 많은 의학정보를 담으려다보니 내용은 유익했지만 재미가 너무 없어 편집하는 데 밤새 애를 먹었다”고 귀띔했다.

방송으로 인한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C 대학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2년 전 회의 때 유튜브를 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인력은 언제 충원되냐고 물었다가 핀잔만 들었다”며 “방송 관련 업무경험이나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다짜고짜 방송 콘텐츠를 만들라고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결국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동영상 강의를 보며 방송 촬영·편집법을 배웠고 이제는 웬만한 동영상은 반나절이면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방송 편집은 외부업체에 외주를 주기도 하지만 의료진 섭외, 대본 작성 등 전체 업무의 70%는 홍보팀이 도맡고 있는 상황”이라며 “‘남들이 하니깐 우리도 하자’는 생각에 별다른 지원 없이 성과만 바라는 경영진이 많은데, 어차피 유튜브 방송을 지속할 계획이라면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에 필요한 재정적·인적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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