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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 냉동해도 3년 생존 … ‘북한 발생설’ 확산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9-25 11:41:39
  • 수정 2020-09-17 1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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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체엔 무해, 사육돼지 폐사율 100% … 바이러스 단백질 200종 달해 백신 개발 난항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는 소금에 절인 상태에서 약 180일, 수분이 없는 완전 건조 상태에서 300일이나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국내 최초로 확진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V)이 1주일 만에 연천, 김포, 인천 강화 등 경기 북서부 지역을 휩쓸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기준 확진 사례는 총 5건이다.
 
명확한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1차 방역망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경기 이남 및 충청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돼지와 분뇨 이동을 제한하는 중점관리지역을 경기, 인천, 강원 전체 지역으로 대폭 확대했지만 늦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성 전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전파된다. 발병 원인인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ASFV)는 멧돼지 등 돼지과 동물에만 감염되며 다른 동물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라 인체에도 무해하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종류가 아니다”며 “아직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평소처럼 돼지고기를 섭취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선 인체에 유해하진 않지만 사람이 숙주로서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사람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돼지 흑사병’이라는 별명답게 돼지에겐 치명적이다. 급성일 경우 출혈, 고열, 반점, 고름 등이 나타나다 발병 후 10일 이내에 100% 가까이 폐사하게 된다. 급성보다 증상이 덜한 아급성형은 발병 후 20여일이 지나면 최대 70% 폐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유행하는 바이러스는 중국과 북한을 휩쓸었던 ‘유전형Ⅱ’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휴전선 접경 지역인 경기 서북부에 발병이 집중되면서 북한에서 넘어온 멧돼지·파리·모기·축산폐수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북한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이 처음 신고된 지난 5월 이후 전 지역에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보인다”며 “특히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는 유독 생존력이 강하다. 특히 추운 환경에서 오래 살아남는다. 상온에서는 105일, 냉장보관 시에는 110일, 냉동보관 시엔 1000일 동안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소금에 절인 상태에서 약 180일, 수분이 없는 완전 건조 상태에서 300일 살아남는다.
 
열에 대한 내성도 만만치 않다. 섭씨 56도에서 70분, 60도에선 30분 이상 생존한다. 엄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는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래도 돼지고기를 먹기가 찝찝하다면 70도 이상 고열로 30분 이상 바싹 익히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국 사례에선 △공항·항만을 통한 익히지 않은 돼지고기 및 부산물 △감염된 야생 멧돼지 △감염된 진드기 등으로 확인됐다. 특이한 것은 아프리카지역 야생돼지인 혹멧돼지(Warthog)와 숲돼지(Giant Forest Hog)는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보균·숙주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열병(classical swine fever, CSF)과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기 쉽지만 원인바이러스부터 다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원인인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African Swine Fever, ASFV)는 아스파바이러스과(Asfarviridae), 아스피바이러스속(Asfivirus) DNA바이러스다.
 
돼지열병의 발병원인인 돼지콜레라바이러스(cholera virus)는 토가바이러스과(Togaviridae) 페스티바이러스속(Pestivirus) RNA바이러스다. 같은 돼지 감염병인 구제역을 유발하는 구제역바이러스(foot and mouth disease virus, FMDV)는 피코나바이러스과(Picornaviridae), 애프도바이러스속(Aphthovirus) RNA바이러스다.
 
돼지열병과 구제역은 백신이 개발돼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덜하다. 북미, 오세아니아, 유럽 일부 지역에선 박멸돼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수공통감염병이 아니라 인체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는 총 23개 유전형으로 구분되며 200여개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단백질 종류가 많을수록 변이 양상이 확연하게 달라져 백신 개발이 어렵다. 아프리카를 휩쓸며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에볼라바이러스의 단백질 종류가 7개, 소와 돼지에 치명적인 구제역바이러스가 10개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대응이 어렵다.
 
다양하게 변이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경우 대부분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유행한 데다 사람에겐 영향을 주지 않아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있었다.
 
최근에야 미국, 중국, 유럽의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23개 과제에 15억2000만원을 투입해 백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엔 이개호 농립축산식품부 장관이 연내 본격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연구에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100년간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대륙을 차례로 괴롭혔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수십 년째 퇴치되지 않고 풍토병으로 계속 진행 중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98년 전인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서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으로 퍼져나가 여전히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풍토병으로 남아 있다.
 
1957년엔 포르투갈을 통해 유럽 대륙으로 건너간 뒤 포르투갈·스페인 등 이베리아반도를 초토화시켰고, 이어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 등에 퍼졌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 사르데냐섬에서는 아직까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채 지역 풍토병으로 남아있다.
 
1960~1995년엔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아이티 등 남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로 전파됐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카프카스산맥에 위치한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을 거쳐 우크라이나·벨라루스·리투아니아·폴란드·에스토니아·라트비아·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를 강타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아시아에 모습을 드러내 전세계 최대 돼지 생산 및 소비국인 중국을 강타했다. 전세계 돼지고기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에선 지금까지 1억5000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돼 돼지고기 값이 47%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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