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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기업 독점 ‘의료용 로봇’, 국산로봇 개발·판매 저조한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9-16 05:52:53
  • 수정 2020-09-17 1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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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튜이티브서지컬·스트라이커 90% 점유 … 국내 기업, 기술개발 후 사업화 연계 안돼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로봇수술 장비 ‘레보아이’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으로 떠오른 로봇수술은 피부절개 범위가 작고 손떨림으로 인한 정상 혈관·신경의 손상이 덜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외과 치료법으로 꼽힌다. 문제는 비용이다. 로봇장비 자체가 대당 20억~30억원으로 비싼 데다 수술용 로봇팔이 소모품이라 규모가 큰 대학병원이 아니면 제대로 운용하기 힘들다. 장비 도입에 소요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수술비가 비싸져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것도 흠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료기기 회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이 독점하고 있는 수술용 로봇시장에 ‘저비용·고효율’을 내세운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면서 수술비용 절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의료계에서 시장을 선점한 다빈치로봇을 넘어서려면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0년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처음 다빈치로봇 시스템을 선보인 이래 로봇수술 시장 규모는 꾸준히 확대돼왔다. 시장조사 기관 윈터그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수술로봇 시장은 2017년 기준 26억6200만달러(약 3조1717억원) 규모로 연평균 3%씩 성장하고 있으며, 2023년엔 31억1000만달러(약 3조7055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로봇수술 시장의 약 70%를 인튜이티브서지컬이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다빈치’ 시리즈는 전세계에 4400여대 이상 보급돼 4만3000명 이상의 의사가 사용 중이다. 국내에서의 위상도 압도적이다. 2005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최초로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전국 59개 병원에 85대가 보급됐다. 국내의 경우 전립선암·방광암·신장암(비뇨기과), 갑상선암·대장암·직장암·담낭암·췌장암·위암(외과), 인후암(이비인후과), 자궁암·자궁근종·자궁내막증(부인과), 심장질환·폐암(흉부외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매년 1만건의 다빈치 로봇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비싼 비용 탓에 장비를 갖추는 데 의료기관의 재정적 부담이 상당하다. 다빈치로봇 가격은 대당 20억~25억원에 이르고,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에 매년 2억3000만원가량의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로봇장비 중 로봇팔은 소모품으로 약 10회 사용 후 300만~400만원을 들여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크다.
운용 비용이 비싼 데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영역이라 수술비가 700만~100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2010년대 들어선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이 저렴한 비용이 강점인 로봇수술 기기를 잇따라 개발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기업 중 대표적인 게 미래컴퍼니와 큐렉소다.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복강경 수술로봇 ‘레보아이’는 다빈치와 유사한 제품으로 피부를 1cm가량 최소절개하고 수술용 카메라와 4개의 로봇팔을 삽입한 뒤 3차원 영상을 보며 의사가 수술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담낭암과 전립선암 수술에 적용할 수 있다.
 
이 회사는 2013년 약 14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며 본격적으로 수술용 로봇산업에 뛰어들었다. 정부 국책과제로 선정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3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았고 연세대의료원,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카이스트(KAIST), 전자부품연구원, 삼성전기 등이 레보아이 연구개발에 참여했다.
 
2017년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주도로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같은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2018년 3월 레보아이를 공식 론칭했다.
 
미래컴퍼니 측은 레보아이의 임상시험 결과를 대외비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식약처의 최종 허가를 취득한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다빈치 못잖은 성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나군호 교수는 “레보아이는 다빈치로 집도 가능한 외과수술 대부분을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며 “전립선암처럼 섬세한 시술이 요구되는 분야에 레보아이를 이용하면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시스템당 30억원 정도인 다빈치로봇 도입 비용의 70% 선에서 레보아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의 수술비 부담도 다빈치 로봇수술보다 42%가량 낮아지게 된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경쟁사인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고가의 다빈치를 부담스러워하는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판매실적은 아직 저조한 실정이다. 출시된 지 1년 반이 지난 현재 판매실적은 외과 중소병원인 기쁨병원 한 곳에 그치고 있다. 이 병원은 2018년 8월 레보아이를 도입해 담낭절제술에 활용하고 있다. 미래컴퍼니 관계자는 “레보아이는 다빈치로봇보다는 저렴하지만 여전히 고가장비라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이 길 수밖에 없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용 로봇 전문회사인 큐렉소는 다빈치나 레보아이와 달리 정형외과수술에 특화된 로봇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자금난에 빠진 미국 의료기기 개발회사인 인터그레이티드서지컬시스템(ISS)를 인수, 인공관절수술 로봇 ‘로보닥(ROBODOC)’의 핵심 특허와 판매권을 확보하며 로봇수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중소기업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활로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1년 의료용 로봇시장에 주목한 한국야쿠르트가 2000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 17개 병원이 19대의 로보닥을 수술에 활용하고 있다. 누적 수술건수는 국내만 2만5000건에 이른다.
 
2017년엔 현대중공업 의료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자체 로봇 연구개발에 들어가 로보닥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티솔루션원’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인공관절수술 로봇으로 3차원 이미지를 통해 수술 계획을 세우고 가상수술을 실시한 뒤 계획한 대로 뼈를 깎는다. 로보닥보다 더 복잡한 구조의 뼈도 절삭할 수 있다. 2017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밖에 큐렉소는 올 하반기 척추수술로봇인 ‘큐비스 스파인’, 2020년엔 관절수술로봇인 ‘큐비스 조인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공관절수술 로봇 시장을 절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들과 경쟁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인공관절수술 로봇 시장은 미국의 ‘스트라이커(Stryker)’와 영국의 ‘스미스앤네퓨(Smith & Nephew)’가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트라이커는 인튜이티브서지컬에 이어 전세계 수술보조로봇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2013년 마코서지컬(MAKO Surgical)을 약 1조9450억원에 인수하며 수술용 로봇 시장에 진출했다. 스미스앤네퓨는 2015년부터 무릎 인공관절전치환술에 사용하는 수술로봇 ‘내비오(Navio)’를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카이스트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은 인체를 절개하지 않고도 사람의 몸속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하는 내시경로봇 ‘케이-플렉스(K-FLEX)’ 개발하고 있다. 이 수술로봇은 외부절개가 아닌 내부절개 방식이 적용돼 흉터가 남지 않고 수술 후 통증 및 회복시간, 세균감염 위험이 적다.
 
전남대 로봇연구소의 ‘혈관치료 마이크로로봇’, 고영테크놀러지의 ‘이비인후과·신경외과 수술로봇’과 3D 뇌수술용 의료로봇 ‘제노가이드’, 서울아산병원의 ‘영상유도 중재시술로봇’,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안과 미세수술 로봇’이 연구 단계에 있다.
 
국내 의료용 로봇 개발업체들은 글로벌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연구개발 및 상용화 과정에서 정부와 대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의료용 로봇 개발업체 관계자는 “의료로봇은 제품 개발, 임상 및 허가, 판매 과정이 복잡하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중소기업들이 전부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임상 과정에서 사용자인 의료진으로부터 계속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개선해야 하는데, 다소 보수적인 의료진의 국산 제품에 대한 편견과 비협조로 기술 개발만 완료되고 임상 및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은 제품이 적잖다”고 설명했다.
 
이병주 대한의료로봇학회 이사장(한양대 공대 교수)은 “글로벌 대기업이 90% 이상 독점하고 있는 수술용 로봇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자리잡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누구도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해외기업은 1년에 300억~400억원씩, 10년간 투자가 이뤄져 로봇 연구개발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국내에선 대규모 투자를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용 로봇 분야는 개발 속도가 중요해 늦게 들어갈수록 성공 기회가 더욱 낮아진다”며 “정부와 대기업이 의료용 로봇에 관심을 갖고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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