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현 이대목동병원 교수, 700례 돌파 국내 최다 … 혈관신경 손상, 항생제 사용 최소화
“방광암 환자는 처음 암을 진단받을 때 한 번,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정상적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고 소변주머니를 차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또 한 번 좌절감을 경험합니다. 소변주머니를 차면 수시로 살펴보고 갈아야 하고, 날씨가 더운 여름철엔 냄새가 날까 두려워 외출도 꺼리게 되죠. 인공방광수술은 정상적인 소변은 물론 가벼운 등산이나 성생활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미관상 겉으로 보이지 않아 환자만족도가 높은 획기적인 술기입니다.”
흔히 오줌보로 불리는 방광은 소변의 저장과 배출을 담당하는 속이 빈 주머니 같은 근육기관이다. 아래로는 요도, 위로는 요관과 연결되며 정상 성인은 400~500㏄ 정도의 소변을 저장할 수 있다. 이 기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방광암이라고 한다.
방광암에 걸리면 암세포가 퍼진 방광을 수술로 떼어내야 한다. 이럴 경우 오줌을 저장할 공간이 없어 요관 대신 소변을 배출하는 길인 요루를 배 안쪽(복벽)에 만들고 소변주머니를 만드는 요루형성술이 필요하다.
소변주머니를 차면 수시로 소변주머니를 갈아야 하고 대중목욕탕 이용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여름이면 소변 냄새 탓에 외출도 꺼리게 돼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조금이라도 관리에 소홀하면 수술 부위 피부가 헐어 소변주머니 부착이 힘들어지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적잖다. 이런 방광암 환자에게 한 줄기 빛이 된 게 인공방광수술이다.
인공방광수술 권위자 … 700례 돌파, 국내 최다 기록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광방광센터 비뇨기과 교수는 인공방광수술 국내 최고 권위자로 1996년 첫 수술을 시작한 이래 최근 700례를 돌파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공방광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연간 수술 건수는 2016년 102건, 2017년 134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인공방광수술은 방광암 환자의 소장을 이용해 새롭게 방광을 만들어 수술 후 소변주머니 없이 소변을 볼 수 있게 하는 치료법이다. 등산, 조깅 등 가벼운 운동과 일생생활이 가능하고 소변주머니처럼 겉으로 눈에 띄지 않아 미관상으로나 기능적 측면에서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동현 교수는 “보통 소장을 잘라 인공방광을 만드는데 배를 열고 하는 술식이 일반적”이라며 “배꼽 아래쪽에 세로로 13~15㎝를 절개하면 수술로 인공방광을 만드는 데 큰 지장이 없고 흉터도 크게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인공방광이 원래 방광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단점도 존재한다. 인공방광은 자연방광과 달리 자연 수축기능이 없어 소변을 볼 때 배를 짜내 듯 눌러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신경·혈관 손상, 장 폐색·협착 최소화
이 교수가 인공방광수술에 처음 도전한 것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의로 일하던 1996년이었다. 당시 수술 소요시간은 8∼10시간으로 하루종일 수술에 매달려야 했지만 지금은 임상경험이 쌓여 길어야 4시간이면 수술이 끝난다.
여기에 신경 및 혈관 손상을 최소화해 무수혈수술을 실현했다. 덕분에 70대 이상 고령 환자,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고 발기기능도 유지해 수술 후 성생활이 지장을 주지 않는다. 수술 전 발기신경이 정상적이었던 남성은 10명 중 7명 정도가 수술 후 발기력이 돌아온다. 여성에선 병기에 따라 환자의 질을 최대한 보존해 마찬가지로 수술 후 성생활이 가능하다. 수술 후 상처 크기가 작아 미관상 좋고 일상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그는 또 방광암 및 인공방광수술 후 장 내부가 막히거나 좁아지는 장 폐색·협착을 거의 없애는 방광·요관 역류방지수술기법을 고안해 적용하고 있다. 방광 등을 떼내는 수술을 하면 방광이 받쳐주던 복막 아래쪽에 구멍이 나 장이 골반쪽으로 쏟아져 내려가기 쉬워진다. 이렇게 되면 장 폐색·협착이 동반돼 음식물·소화액·가스 등 장 내용물이 정상적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된다. 이 센터장의 수술법은 장간막(腸間膜) 일부를 복막의 뒷부분과 꿰매 빨래를 널듯이 장을 걸어줌으로써 장 폐색·협착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는 이 방법을 적용한 120례가량의 임상 결과를 지난 3월 국제학술지 ‘외과학저널’(journal of surgery)에 발표했다.
항생제 사용 줄여 내성 부작용 문제 해결
인공방광에 요관·콧줄 등 각종 관을 삽입하지 않고 수술 후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동현 센터장은 “인공방광수술은 다른 수술처럼 소독한 상태에서 이뤄지므로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방광 등을 떼어내고 소장을 잘라 인공방광으로 성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국내외 다른 병원에선 감염을 우려해 여러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는 수술 시 예방적 차원에서 수술 당일에 하루만 단일 항생제를 투여하고, 이후엔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 내성 및 부작용 문제로부터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약 100례의 무항생제 수술결과를 정리해 지난 3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유럽비뇨기과학회(EAU, European Association of Urology)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항생제를 쓴 환자가 내성균에 감염되면 고가의 항생제를 또 써야한다”며 “무항생제 수술은 결과적으로 의료비용과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방광수술 술기, 전세계 평균보다 2~3년 앞서
그는 이대목동병원의 인공방광수술 수준을 세계 최고라고 자신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의 인공방광수술은 해외 어떤 병원보다도 최소 2~3년 앞선다고 볼 수 있다”며 “1년에 인공방광수술을 100건 이상 실시하는 의료기관은 우리가 유일하며 그만큼 노하우가 쌓여 합병증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 진료과간 협진도 인공방광센터만의 강점이다. 이 교수 외에 김광현 비뇨의학과 교수, 강병철 영상의학과 교수, 최희정 감염내과 교수, 박상희 병리과 교수, 이희성 외과 교수 등 5개과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컨퍼런스를 갖고 환자 사례별 적합한 치료법이 무엇인지 논의한다.
방광암 유발 1순위 흡연, 방치시 신장까지 망가져
방광암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연령, 흡연, 각종 화학약품 노출, 진통제 및 항암제, 감염 및 방광결석, 방사선치료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흡연은 방광암의 가장 중요한 단일 위험인자로 꼽힌다. 흡연자는 방광암에 걸릴 확률이 비흡연자보다 2~7배 높고 남성은 방광암의 50~65%, 여성은 20~30%가 흡연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방광암 발생빈도는 금연과 동시에 감소해 금연 후 1~4년 내에 약 40%, 25년 후 6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센터장은 “담배의 발암물질은 폐를 통해 흡수돼 피로 들어간 뒤 신장에서 걸려져 소변에 포함된다”며 “방광 내 소변이 직접 닿는 점막세포가 발암물질에 의해 손상되면 암세포로 변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광암은 초기 증상으로 통증 없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소변 색깔은 간장색에서 선홍색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밖에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배뇨시 통증, 소변이 급하거나 너무 급해서 소변을 지리는 급박성 요실금 등이 동반된다.
병기가 악화되면 체중이 줄면서 골전이에 의한 뼈 통증이 발생하고 아랫배에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방광암이 요관 입구를 막아 신장에서 소변이 내려오지 못하면 수신증이 생겨 옆구리통증이 느껴진다. 이 상태가 만성화되면 신장기능이 손상돼 요독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동현 센터장은 “인공방광수술을 받은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요루형성술을 받은 방광암 환자들과 달리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고, 정상적인 성생활도 가능해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그동안 축적해 온 역량을 바탕으로 환자맞춤형 진료서비스를 강화해 국내 대표 인공방광센터로 도약하고, 나아가 해외 방광암 환자 유치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李東炫)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 프로필
1991년 연세대 의대 졸업
1998년 연세대 대학원 의학석사
2001년 연세대 대학원 의학박사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 전립선암 연수
미국 베일러컬리지(Baylor College) 의대 방광암·신장암·전립선암 연수
미국 남가주 어바인(Irvine) 의대 내시경수술 및 로봇수술 연수
미국 뉴저지대 의대 복강경수술 및 로봇수술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