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랑 최모 씨(35)는 얼마 전 상견례 자리에서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양가 어른들에게 본의 아닌 실례를 범했다. 상견례 내내 딸꾹질이 반복돼 대화는커녕 밥조차 제대로 먹기 힘들었다. 예비 장인·장모는 너무 긴장해서 그렇다며 웃어 넘겼지만 이후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인터넷에 나오는 민간요법으로도 효과가 없자 병원을 찾은 결과 치료가 필요한 난치성 딸꾹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보통 숨을 들이마시면 폐 속 공기주머니에 공기가 들어가 폐 용적이 커진다. 폐가 커지면 갈비뼈가 위로 올라가고 횡경막(가로막)은 아래로 내려가며, 음성기관인 성대가 닫힌다. 반대로 숨을 내쉬면 폐가 작아지면서 갈비뼈는 내려가고 횡경막이 올라간다.
딸꾹질은 횡격막과 늑간근육이 어떤 자극에 의해 갑자기 수축돼 성대가 닫히는 과정에서 들숨이 성대에 약 0.35초간 막혀 기괴한 소리가 나는 증상이다. 보통 1분에 4~6회 ‘힉(영어로 hiccup)’ 비슷한 소리가 난다. 살면서 흔히 겪는 생리현상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급히 먹었거나, 구역질·구토를 했거나, 술을 많이 마셨거나, 과도하게 웃거나, 추운 곳에 장시간 노출되면 발생할 수 있다. 영유아는 배뇨 후 체온이 급변하면서 딸꾹질을 한다.
대부분 외부요인에 의해 인두·후두·식도·횡경막이 위치한 미주신경이 자극을 받아 딸꾹질 증상이 나타난다. 미주신경은 뇌 가운데 아래쪽 연수(숨뇌)에서 시작돼 목 정맥구멍을 통과한 후 횡경막을 통해 복부까지 이어져 있다. 이밖에 과도한 스트레스, 긴장감, 불안감 등으로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되는 것도 딸꾹질 원인 중 하나다.
딸꾹질은 코를 막고 한참 동안 숨을 쉬지 않으면 몇 분안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증상이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원인질환에 의한 난치성 딸꾹질일 확률이 높아 전문적인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앨라배마 주에 사는 여성 다니엘 커클랜드(Danielle Kirkland, 28)는 무려 8년째 딸꾹질을 달고 살고 있다.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심지어 모친의 장례식에서도 딸꾹질이 멈추질 않아 조문객들의 실소를 유발하기도 했다. 근육이완제를 복용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하루 6~7번의 딸꾹질이 30분간 지속되고 있다.
김정은 고려대 구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난치성 딸꾹질의 원인은 미주신경 손상, 뇌졸중·뇌출혈에 의한 뇌손상, 뇌종양, 두부외상, 위식도역류염, 식도탈장, 폐렴, 늑막염, 복막염, 간염, 알코올중독 등 100여 가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난치성 뇌질환은 특히 딸꾹질과 깊게 연관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메디컬센터의 연구결과 가슴통증과 동반되는 딸꾹질은 뇌졸중을 알리는 신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경부종양이나 편도선염 등에 의한 미주신경 손상도 주요 발병원인이다.
당뇨병이나 신장질환을 장기간 앓아도 난치성 딸꾹질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신장이 제기능을 못해 독성 노폐물이 체내에 쌓이면 횡격막 주변 신경이 자극받아 딸꾹질이 나오게 된다. 특히 갈증, 피부 창백함, 근육경련 등이 동반되면 신장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난치성 딸꾹질을 개선하려면 약물치료와 횡격막신경·경막외신경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하는 신경차단술을 실시하고, 원인이 되는 기저질환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약물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클로르프로마진’으로 복용 후 졸리거나, 갑작스러운 저혈압으로 어지럼증이 동반될 수 있다.
평소 딸꾹질이 심할 땐 미주신경과 횡격막신경을 적절히 자극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셔 미주신경이 지나가는 식도를 자극한다. 따뜻한 물은 자극이 덜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물을 마실 때 컵을 잘 안쓰는 손으로 잡으면 효과가 배가된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코를 막고 호흡을 참는 ‘발살바 호흡법’도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딸꾹질 증상은 동맥 내 이산화탄소가 적을수록 횟수가 많아진다. 숨을 몰아쉬면 체내 이산화탄소가 줄어 딸꾹질을 많이 하게 되고, 반대로 숨을 참거나 봉지를 입에 대고 숨을 쉬면 체내 이산화탄소가 늘어 딸꾹질이 줄어든다. 종이심지 등으로 콧구멍을 간지럽히면 재채기가 나오면서 증상이 멈추기도 한다.
김정은 교수는 “설탕물을 마시거나, 혀나 귀를 잡아당기거나, 눈 주변을 손바닥으로 꾹 눌러주거나, 무릎을 가슴 쪽으로 당겨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하지만 인위적으로 너무 자주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내성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2일 이상 딸꾹질이 지속될 땐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