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9일 연매출이 약 1500억원에 달하는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B형간염치료제인 ‘비리어드’(성분명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르산염, tenofovir disproxil fumarate, TDF)의 물질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연간 처방액이 2500억원에 달하는 국내 B형간염치료제 시장이 올 하반기에 재편될 전망이다.
일동제약의 신약 ‘베시보’(베시포비르 디피복실 말레산염, besifovir dipivoxil maleate), 길리어드의 비리어드 개량신약인 ‘베믈리디’(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Tenofovir Alafenamide, TAF), 비리어드의 제네릭으로 종근당의 ‘테노포벨’(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아스파르트산염, tenofovir disproxil aspartic acid)·동아ST의 ‘비리얼’(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오로트산염, tenofovir disproxil orotate) 등이 올 하반기에 급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종근당과 동아ST 등은 비리어드의 염 성분을 변경해 특허 회피에 성공했다.
B형간염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간염 유형으로 간암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B형간염바이러스(HBV)는 간세포의 세포질에 머무는 C형간염바이러스(HCV)와 달리 핵 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복제한다. HBV 유전자(DNA)가 사람유전자와 섞여 완치가 어려워 한 번 진단받으면 수십년간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최근 출시된 약은 공통적으로 바이러스 억제 효과와 약제내성이 개선돼 치료제 선택 시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국내 B형간염치료제 시장은 길리어드의 비리어드와 한국BMS제약의 ‘바라크루드’(엔테카비르, entecavir)가 시장을 주도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석 결과 비리어드는 지난해 연간 처방액이 1477억원으로 발매 5년 만에 급여 의약품 중 처방실적 1위에 올랐다. 2015년까지 7년 연속 처방액 1위를 유지한 바라크루드는 2015년 10월에 물질특허가 만료된 후 지난해 3위(854억원)로 내려갔다.
비리어드와 바라크루드는 기존 치료제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의 ‘제픽스’(라미부딘, lamivudine)·한국노바티스의 ‘세비보’(텔비부딘, telbivudine)·부광약품의 ‘레보비르’(클레부딘, clevudine) 등에 비해 내성발현율이 낮아 국내외 학회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1차치료제로 권고된다. 비리어드는 5년 이상 복용해도 내성발현율이 0%, 바라크루드는 1% 이하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픽스를 1년간 복용한 환자 중 14~32%, 5년 동안 투여한 환자 중 60~70% 이상은 약제내성이 발생해 치료제를 교체해야 했다. 세비보의 임상연구 결과 내성발현율은 치료 1년째에 약 4.4%, 2년째에 약 21.6%로 보고됐다. 레보비르는 1년째에 1.3~3.6%, 2년째에 7.3%로 확인됐다.
비리어드는 발매 이후 전세계적으로 내성발현율 0%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이 기록이 깨졌다. 이정훈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지난 6월 대한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테노포비르 내성을 유발하는 3중 유전자 돌연변이 확인’(Identification of a Triple Mutation that confers Tenofovir Resistance in chronic Hepatitis B patients)을 주제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환자 2명에서 rtL269I 유전자 변이로 인한 비리어드 내성이 확인됐다.
비리어드는 내성발현율이 거의 0%일 정도로 낮은 반면 장기간 복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골밀도 감소·신기능 저하 등이 지적돼 왔다. 바라크루드는 비리어드와 비교해 골밀도 감소·신기능 저하 우려가 없지만 제픽스·세비보·레보비르 등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는 투여가 권장되지 않아 적용 범위가 좁다.
일동제약의 베시보는 국내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뉴클레오티드 계열 만성 B형간염치료제로 환자 총 193명을 대상으로 비리어드와 직접 비교한 3상 임상연구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연구 결과 복용 48주차에 HBV DNA가 69단위(IU)/㎖ 미만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85.33%로 비리어드의 88.75%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섬유화가 진행되지 않고 간조직 내 염증이 Knodell necroinflammatory score(1~18점, 점수가 높을수록 심각) 기준 2점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은 베시보가 77.8%로 비리어드의 36.4%보다 높은 반면 골밀도(BMD) 감소율은 대조군보다 낮았다(-0.02 vs -0.1). 이번 연구에서 혈청크레아티닌(sCr)이 0.5㎎/㎗ 넘게 증가하거나 유전자 변이로 약제내성이 발생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베시보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조건부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조건부 비급여는 회사가 제시한 약가보다 약평위가 책정한 낮은 가격을 수용한다면 급여 적정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올 하반기 경쟁약이 대거 쏟아지는 상황에 일동제약이 발매를 미룰 이유가 없어 연내에 급여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길리어드는 비리어드 제네릭 공세에 대비해 골밀도·신장 부작용을 개선한 개량신약 베믈리디를 내놨다. 베믈리디는 새로운 테노포비르 표적화 전구약물로 혈장 안정성이 향상돼 비리어드보다 효율적으로 간세포에 약효 성분인 테노포비르를 전달한다. 비리어드 300㎎의 10분의 1 이하인 25㎎ 용량으로 비열등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낸다.
성인 만성 B형간염 환자 1298명을 대상으로 48주간 비리어드와 직접 비교한 3상 임상연구인 ‘108’과 ‘110’ 두 건을 통합분석한 결과 베믈리디 복용군은 48주차에 측정한 척추 및 고관절의 골밀도 감소율이 각각 0.57%, 0.16%로 비리어드 복용군의 2.37%, 1.86% 대비 개선됐다. 또 비리어드 대조군에 비해 사구체여과율 추정치(eGFRCG)와 혈청크레아티닌 변화가 적었다.
하지만 베믈리디 복용군은 48주차에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인 트리글리세라이드(triglyceride, TG) 수치가 기저치(baseline) 대비 각각 6㎎/㎗, 11㎎/㎗ 올랐다. 비리어드 복용군이 11㎎/㎗, 10㎎/㎗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베믈리디 복용군은 48주차에 LDL-콜레스테롤이 190㎎/㎗을 넘는 환자 비율이 4%로 1% 미만인 비리어드 복용군보다 많았다.
업계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 B형간염치료제의 특성 상 베시보·베믈리디·제네릭 등 신제품은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기존 1차치료제인 비리어드와 바라크루드의 아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원외처방액 조사업체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바라크루드 제네릭의 올 1분기 합산 처방액은 전년 동기 대비 70% 성장했으나 51억원에 그쳤다. 오리지널 품목인 바라크루드는 제네릭 출시·약가 인하 등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1.5% 감소했지만 184억원을 기록했다. 바라크루드의 제네릭으로 동아에스티의 ‘바라클’·부광약품의 ‘부광엔테카비르’ 등 총 24개 품목이 출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