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A씨는 어느 날 갑자기 왼쪽 새끼손가락과 약지손가락이 심하게 저려오면서 피부감각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증상이 손가락을 따라 어깨 쪽으로 올라가면서 손바닥, 손등, 팔꿈치 부위까지 심하게 저리고 감각까지 없어졌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오히려 증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검사 결과 목을 뒤로 젖히는 경추 신전과 외회전 자세에서 좌측 팔, 특히 팔꿈치 안쪽에 방사통이 나타났다. 팔꿈치 내측 상과에 압통이 관찰됐고, 손목 가운데 부분을 가볍게 두드리는 티넬검사(Tinel’s test)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주관절터널증후군 소견을 보였다.
정밀검사를 위해 X-레이와 초음파검사를 실시한 결과 신전 자세에서 경추 4·5·6번 분절의 불안정성이 확인됐다. 또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와 총굴곡근건이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절터널증후군(Cubital Tunnel Syndrome)은 팔꿈치 안쪽과 뒤쪽의 팔꿈치터널을 지나는 척골신경이 압박받아 생기는 질병으로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내측과 손가락 4·5번을 따라 통증이나 저림 등이 발생한다.
심재현 청담마디신경외과 원장은 “팔꿈치를 구부릴 때 척골신경이 원래 위치를 벗어나는 아탈구가 있는 사람은 팔꿈치를 구부린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면 척골신경이 눌려 주관절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며 “심할 경우 전화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고, 손가락을 모아주는 동작에 힘이 없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주관절터널증후군뿐만 아니라 경추의 불안정성이 동반돼 먼저 경추에 프롤로치료를 받았다. 두 번째 치료는 주관절(팔꿈치) 주변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주사치료 후 저림과 마비 증상이 사라졌다. 프롤로치료를 3~4회 거듭할수록 손가락과 팔꿈치 주위의 저림과 마비 증상이 풀렸고, 5회 치료 후에는 손가락 끝부분에만 얼얼한 느낌이 조금 남았다.
심 원장은 “팔꿈치의 프롤로치료는 먼저 초음파검사로 팔꿈치 인대나 힘줄에 염증·파열 또는 신경을 누르고 있는 결절종이 있는지 확인한다”며 “신경을 피해 안전하게 주사를 놓아 인대와 힘줄을 증식시키는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사치료 후에는 통증이 생기는 동작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픈 동작을 지속하면 인대나 힘줄이 자극돼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관절터널증후군이 의심될 땐 자가검사를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팔꿈치 안쪽에 볼록 튀어나온 내측상과의 안쪽을 눌렀을 때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전기가 오는듯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엄지와 검지 사이에 종이를 끼워 꽉 잡는 게 힘들다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