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 dipeptidyl peptidase-4)억제제가 전년 대비 19.5% 증가한 4340억원을 기록해 대세를 이어갔다. DPP-4억제제는 국내 당뇨병치료제 시장에서 매출 기준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MSD의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 sitagliptin)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 linagliptin)가 이 시장을 리드하는 가운데 LG화학의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 gemigliptin)와 한독 ‘테넬리아’(성분명 테네리글립틴, teneligliptin) 등 두 국내 제약사 의약품의 성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MSD의 ‘자누비아’ 단일제와 메트포르민(MET, metformin) 복합제 ‘자누메트’·‘자누메트XR(서방정)’ 시리즈가 전년 대비 2.5% 증가한 총 1463억6100만원으로 1위를,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 단일제와 MET 복합제 ‘트라젠타듀오’가 7.4% 늘어난 1128억1800만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LG화학의 제미글로 단일제와 MET 복합제 ‘제미메트(서방정)’ 시리즈는 101.7% 증가한 557억3100만원으로 한국노바티스의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vildagliptin)와 MET 복합제 ‘가브스메트’ 시리즈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가브스 시리즈는 534억5100만원을 기록해 4.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단일제의 경우 가브스는 1일 2회 1정씩 아침·저녁에 투여해 자누비아, 트라젠타, 제미글로, 테넬리아 등 1일 1회 1정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하는 경쟁약보다 투여 편의성이 떨어진다.
한독의 테넬리아 단일제와 MET복합제 ‘테넬리아M서방정’ 시리즈는 전년 대비 622.8% 증가한 152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테넬리아는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이 개발한 약으로 국내에는 2015년 8월 출시됐다. 테넬리아M은 한독이 자체 개발한 개량신약으로 테넬리아 출시 2개월 후에 발매됐다. 이들 약은 발매된 지 1년 만에 100억원을 돌파했다.
자누비아는 DPP-4 억제 계열 최초의 약으로 2008년 12월 급여 출시됐다. 출시 당시 기존 치료제보다 저혈당 위험이 매우 낮고, 체중 증가없이 혈당을 조절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으로 화제를 모았다. 3년간의 대규모 임상연구인 ‘TECOS’에서 위약 대비 심혈관계 안전성을 입증했다. 가장 먼저 출시된 만큼 임상연구 데이터와 누적 처방경험이 풍부한 게 장점이다.
트라젠타는 자누비아를 바짝 뒤쫓고 있는 대형 품목으로 국내에는 2012년 6월 출시됐다. 크레아티닌 청소율(creatinine clearance, CrCl)이 30㎖/분 미만인 중증 신장애 환자에서 용량 조절이 필요없는 게 자누비아와 차별화된 장점이다. 트라젠타는 신장 배설률이 약 5%로 나머지 대부분은 간을 거쳐 담즙으로 배설된다.
자누비아는 흡수된 약물의 87%가 신장으로 배설돼 중등도(CrCl 30~50㎖/분) 및 중증 신장애 환자에서 일반 용량(100㎎)에서 절반(50㎎), 4분의 1(25㎎)으로 줄여야 한다.
트라젠타 이후로 나온 제미글로(2012년 12월 발매)와 테넬리아(2015년 8월)는 신장 배설률이 각각 63%, 45%로 비교적 낮아 중증 신장애 환자에서 용량조절이 필요없다.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5~30%는 미세단백뇨로 신장이 서서히 손상되면서 당뇨병성 신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합제의 경우 트라젠타듀오는 일반 정제로 1일 2회 복용해 다른 경쟁약보다 투여 횟수가 많다. 자누메트XR, 제미메트, 테넬리아 등은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정으로 1일 1회 복용한다.
박철영 성관관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지’에 게재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제미글로의 임상적 사용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제미글로는 당화혈색소(HbA1c) 강하 효과가 다른 약의 연구결과에 비해 뛰어났다. 치료 24주째 감소폭이 제미글로 1.24%p(약물투여 전 기저치 8.66%), 테넬리아 0.9%p(기저치 7.63%), 자누비아 0.61%(기저치 8.01%), 트라젠타 0.44%p(기저치 8%) 순으로 컸다.
DPP-4억제제에 메트로포민을 추가한 연구에선 제미글로는 치료 52주째에 당화혈색소 감소한 정도가 1.06%p(기저치 7.89%), 테넬리아가 치료 16주째에 0.87%p(기저치 7.79%)이었다. 자누비아는 치료 24주째에 0.67%p(기저치 7.96%), 트라젠타는 24주째에 0.49%p(기저치 8.09%) 감소했다.
테넬리아는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 141명을 대상으로 한 3상 허가임상 결과 복용 환자의 69.4%가 24주째에 목표 혈당치인 당화혈색소(HbA1c, 적혈구내 혈색소에 당이 붙어 있는 상태로 3개월간의 혈당수치 변화 추이를 반영한 척도) 값이 7% 미만에 도달해 주목을 받았다. 기존 DPP-4억제제의 HbA1c 7% 미만 도달률은 40% 전후로 알려져 있다. 테넬리아는 베타세포 기능 지표인 HOMA-β(homeostatic model assessment of beta-cell function)가 위약 대비 12.2%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DPP-4억제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장관호르몬 인크레틴이 DPP-4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반응을 막는다. 다른 기전의 약과 비교해 혈당강하 효과가 강력하지는 않지만 부작용이 적어 2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경구제로 복용이 간편하고 신장 또는 간 기능 저하자, 고령자 등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평가다.
메트로포민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인다. 다른 기전의 치료제보다 혈당강하 효과가 뛰어나고 저렴해 표준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 약 하나만으로는 지속적인 혈당 조절이 어려워 DPP-4억제제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2·3제 병용요법이 쓰인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적거나 기능이 떨어져 혈액 속에 포도당이 쌓여 소변으로 넘쳐 나오는 질환이다. 제1형 당뇨병은 인슐린의존성 당뇨병으로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발생한다. 주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많이 발견되며 전체 당뇨병의 5~10%를 차지한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 당뇨병으로 인슐린이 분비되지만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몸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발생한다. 주로 40대 이후에 발병한다.
인슐린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생성되며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으로 음식을 섭취하면 혈액으로 분비된다. 혈중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켜 에너지로 쓰거나 간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한다.
당뇨병 치료제는 기전에 따라 경구약인 △메트포르민 제제 △DPP-4억제제 △SGLT-2억제제 △치아졸리딘디온(TZD, thiazolidinedione) 제제 △설포닐우레아(SU, sufonylureas) 제제와 주사제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glucagon-like peptide-1) 제제 △기저인슐린제 등으로 나뉜다.
SGLT-2억제제는 신장 사구체여과 과정 중 포도당 재흡수를 차단해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킨다. 체중감소 효과가 덤으로 있지만 흔 한 부작용으로 비뇨·생식기계 감염, 탈수 등이 보고된다.
치아졸리딘디온 제제는 근육·지방 조직에서 포도당 소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인다. 췌장 베타세포를 보호하고 혈당강하 효과가 뛰어나지만 주요 부작용으로 체중증가, 부종 등이 있다.
설포닐우레아 제제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치아졸리딘디온 제제와 같이 혈당강하 효과가 우수하지만 체중증가, 관절염, 요통 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GLP-1 제제는 DPP-4 효소에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합성 인크레틴 성분으로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한다. 부가적으로 체중감소 효과가 있지만 주사제여서 환자 선호도가 낮다.
메트로포민은 주요 부작용으로 오심·구토·설사 등 소화장애가, DPP-4억제제는 비인두염, 상기도 감염 등이 보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