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치료제 ‘더마틱스울트라’, 흉터 높이 낮춰 … ‘콘트락투벡스겔’, 붉기 개선
상처치료와 흉터치료를 혼동해 흉터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한국메나리니와 시장조사기업 닐슨코리아가 흉터가 있는 25~44세 여성에 설문조사한 결과 상처치료제와 흉터치료제를 정확히 구분해 알고 있는 사람은 8% 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
상처 부위가 세균에 감염되면 곪거나 덧나 흉터가 남는다. 상처처치료제 다수는 주성분이 항생제로 세균 감염을 방지해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한다. 상처가 생긴 직후에 발라야 흉터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항생제는 세균의 생존에 필요한 세포벽·단백질·핵산(DNA 또는 RNA 유전물질) 등의 합성을 방해하거나 세포막의 작용을 차단해 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대상 세균 중 일부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해 항생제의 효과가 떨어지는 내성이 생길 수 있다. 항생물질(-접미사로 흔히 마이신, mycin이 붙어 명명됨)이 함유된 상처연고는 경구제·주사제보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할 위험이 낮지만 용법을 지켜 이를 주의해야 한다. 눈 주위에는 바르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 대표적인 상처치료 연고로는 △동화약품의 ‘후시딘연고’(이하 성분명 퓨시드산나트륨, sodium fusidate) △동국제약의 ‘마데카솔케어’(네오마이신황산염·센텔라아시아티카정량추출물, neomycin sulfate·titrated Ext. centella asiatica) △한올바이오파마의 ‘박트로반연고’(무피로신, mupirocin) △녹십자의 ‘바스포연고’(바시트라신·네오마이신황산염·폴리믹신B황산염, bacitracin·neomycin sulfate·polymyxin B sulfate) 등이 있다.
이들 치료제는 절상(칼·종이 등에 베인 상처), 열상(넘어지거나 외부 자극으로 피부가 찢어진 상처), 화상, 자상(못·창 등 끝이 예리한 물체에 찔린 상처), 봉합창(꿰맨 상처), 식피창(피부이식 후 생긴 상처) 등에 사용된다.
각 항생제 성분은 세균의 종류에 따라 반응 정도에 차이가 있어 약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적합한 상처치료제를 선택하도록 한다. 예컨대 후시딘의 퓨시드산과 박트로반의 무피로신은 포도상구균(포도알균, Staphylococcus)·연쇄상구균(사슬알균, Streptococcus) 등 화농균(pyogenic bacillus)의 증식을 억제해 고름이 생기는 피부질환인 농피증·모낭염에 효과적이다. 화농균은 세포벽이 두꺼운 그람양성균으로 분류된다. 마데카솔케어와 바스포의 네오마이신은 녹농균(Pseudomonas) 등 주로 세포벽이 얇은 그람음성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후시딘의 퓨시드산은 피부질환 치료제에 흔히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딱지를 뚫고 흡수될 정도로 피부 침투력이 우수해 깊은 상처에 효과적이다. 박트로반의 무피로신은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의 증식을 억제한다. 마데카솔 시리즈의 주성분인 센텔라아시아티카정량추출물은 손상된 피부의 콜라겐 합성을 유도해 새살이 잘 돋게 한다. 바스포는 네오마이신·바시트라신·폴리믹신B 등 3가지 항생제 성분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 경미한 상처를 입었을 때 세균 감염을 예방한다.
흉터는 정상 피부보다 수분 증발량이 많아 생긴다. 상처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1~2년이 지난 후 점점 작아지는 비후성반흔(비대성, hypertrophic)과 1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고 상처 범위를 벗어나 정상 피부까지 침범하는 켈로이드성(keloid)으로 나뉜다.
흉터치료제는 손상된 피부의 수분 손실량을 줄여 상처가 아문 후 붉거나 솟아오른 흉터를 흐리고 평평하게 한다. 흉터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2년 안에 생긴 흉터에 3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하면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약사의 주된 평가다.
실리콘겔(silicone gel) 성분의 대표 제품으로는 한국메나리니의 ‘더마틱스울트라’, 영국 스미스앤드네퓨사의 ‘시카케어’(인포메디로지스 판매)가, 양파추출물(Ext. cepae)·헤파린(heparin)·알란토인(allantoin) 복합제로는 멀츠코리아의 ‘콘트락투벡스겔’(Contractubex), 태극제약의 ‘벤트락스겔’ 등이 있다. 실리콘겔은 몸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다른 치료제와 달리 의료기기(창상피복제)로 분류된다.
손상된 피부는 수분이 부족해 표피세포(케라티노사이트, keratinocyte)를 활성화한다. 이에 콜라겐이 과다하게 합성돼 흉터가 솟아오르거나 단단해진다. 실리콘겔은 흉터를 평형하게 하고 피부의 콜라겐 합성을 정상화한다.
더마틱스울트라는 실리콘겔 성분의 기존 ‘더마틱스’에 비타민C가 추가됐다. 비타민C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붉기를 흐리게 한다. 1일 2회 흉터에 도포한다. 7g 용량 기준 가격은 약 2만원이다. 양재천 한국메나리니 이사(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대부분의 국내외 흉터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흉터 유형과 무관하게 실리콘겔을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케어는 더마틱스와 같은 실리콘겔 성분으로 흉터 크기에 맞춰 시트를 잘라 쓴다. 하루에 1~2회 물로 세척한 후 다시 붙여야 한다. 시트가 닳거나 접착력이 느슨해지면 새 것으로 간다. 교체 주기는 10~14일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사용하기가 번거로울 수 있다. 12㎝ x 6㎝ 크기 기준 가격은 약 5만원이다.
콘트락투벡스겔의 양파추출물은 아미노산, 식물성플라보노이드, 비타민A·B군·C, 코발트, 철분 등을 함유하고 있어 항균·항염증 작용을 한다. 또 섬유아세포의 과다증식을 억제하고 흉터의 붉기를 흐리게 한다. 섬유아세포는 피부의 진피층 윗 부분에 많이 분포하며 콜라겐과 결합조직 등을 합성한다. 헤파린은 양파추출물과 같이 섬유아세포의 과다증식을 억제하고 상처조직에 수분을 공급한다. 이와 함께 상처로 인한 가려움을 완화한다. 알란토인은 상처 조직에 수분을 공급하고 각질을 제거한다. 알란토인은 주로 여러해살이 풀인 캄프리, 상수리나무, 밀의 싹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분이다.
콘트락투벡스겔은 지속시간이 짧아 1일 2~3회 이상 마사지하듯 바른다. 10g 용량 기준 가격은 약 1만8000원이다. 벤트락스겔은 콘트락투벡스겔의 제네릭으로 가격이 40%가량 저렴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약 1만1000원에 판매된다.
양인규 약사(충청남도 천안시 불당동 펜타포트약국)는 “화상환자 45명을 대상으로 실리콘겔 성분의 더마틱스울트라·시카케어와 콘트락투벡스겔 등 세 치료제의 효능을 비교한 임상연구 결과 실리콘겔이 콘트락투벡스겔보다 뛰어났다”며 “실리콘겔 타입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흉터 환자 60명이 참여한 다른 연구결과 콘트락투벡스겔은 흉터의 붉기를 없애는 데, 실리콘겔은 흉터의 높이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며 “두 치료제를 병용하기 어렵다면 콘트락투벡스겔을 먼저 쓰고 실리콘겔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