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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색전 등 혈관질환, 공황장애로 오진되는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6-29 21:45:22
  • 수정 2023-02-11 21: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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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 건강검진 받아도 놓치기 쉬워 … 유방암 오진에 유방절제 등 불필요한 치료 이어져

최근 의학의 중심이 치료에서 예방과 조기발견으로 옮겨지면서 건강검진이 건강관리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게 됐다. 유독 건강염려증이 심한 한국인의 건강검진 사랑은 대단해 연초와 여름휴가 등 비수기를 제외하고 연중 내내 병원이나 건강검진기관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건강검진으로 모든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폐암이나 유방암 등 일부 질환에서는 여전히 치명적 오진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암뿐만 아니라 아토피피부염, 편두통, 근육통 등도 오진 탓에 질환을 가볍게 여기거나 반대로 무리하게 치료받아 질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2∼2015년 2월 접수된 오진 관련 피해구제 건수(480건) 가운데 암 오진 피해(296건)가 61.7%를 차지했다. 피해 사례 296건 중 진료 과정에서 오진을 받은 경우가 218건(73.6%)으로 건강검진의 78건(26.4%)보다 많았다. 암 오진 가운데 폐암 오진이 60건(20.3%)으로 가장 많았고 유방암은 48건(16.2%), 상부위장관암 39건(13.2%), 간담도췌장암 36건(12.2%) 등이 뒤를 이었다. 

폐암의 경우 단순 방사선검사(X-ray)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확진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 필요하다. 하지만 초기 방사선 판독부터 잘못되면 제 때 치료받을 기회를 잃는 경우가 많다. 김태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흉부 X-레이는 1㎝ 이상의 폐암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조기폐암의 40% 이상을 놓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상이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 CT 등으로 추가 검사를 해야 하지만 자세한 설명 없이 정상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에서는 ‘0기 유방암’으로 불리는 유관상피내암(D.C.I.S, ductal carcinoma in situ)의 오진 위험이 높아 유방 절제 등 불필요한 치료로 이어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성메리메디컬센터의 마이클 라지오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 유방조직검사로 유관상피내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약 20%가 오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관상피내암은 종양이 유관 벽을 뚫고 유방의 지방세포로 침범하거나 유방 밖으로 전이되지 않는 ‘비침윤성 유방암’으로 0기 유방암으로도 불린다. 환자의 60~70%는 그대로 둬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30%는 암으로 악화돼 수술로 절제해야 한다. 

마이클 바움 영국 런던대 외과 명예교수는 “유방암 오진율이 높은 것은 여러 나라에서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유방암 검진률이 높아졌지만 ‘그냥 놔둬도 암으로 발전하지 않을 이상’을 ‘현재 진행 중인 유방암 초기’로 진단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방암 조기검진에서 오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불필요한 유방절제술로 이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냥 놔둬도 괜찮은 암이라도 보통 의료진은 ‘떼어내야 한다’고 진단하고 유방 전체를 떼어내는 절제수술을 시행한다는 게 바움 박사의 지적이다. 

공황발작과 폐색전도 의외로 헷갈리기 쉬운 질환이다. 스페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폐색전 환자의 33.5%가 공황발작으로 오진을 받는다. 피가 굳어 생기는 덩어리인 혈전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혈전이 폐혈관을 막으면 ‘폐색전’이 생기는데, 이 때 나타나는 호흡곤란 및 불안발작이 공활발작과 유사하다.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의학적 검사 없이 증세만으로 공황장애로 진단할 경우 폐색전 치료가 늦어져 심혈관질환 등 각종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진드기에 물려 생기는 감염질환인 ‘라임병’은 단순 근육통으로 오진을 내리기 쉽다. 라임병은 피부병변 가장자리는 진하게 붉고 가운데는 연한 홍반이 일반적인 증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절반 가까운 환자에서는 홍반 없이 두통, 관절통, 발작, 뒷목통증 등이 나타나므로 증상이 비슷한 단순근육통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라임병 환자의 30~40%가 섬유근육통으로 오진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편두통과 뇌졸중도 분별이 어렵다. 편두통 증상 중 눈앞에 빛이 번쩍이거나, 반점이 보이거나, 팔·다리가 얼얼한 느낌은 뇌졸중과 유사하다. 두 질병 모두 뇌에서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병하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진단 정확도를 높이려면 환자의 나이, 질병 이력, 증상의 지속기간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뇌졸중은 증상이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지만 편두통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관찰되는 점이 다르다. 

아직 정확한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편두통이 뇌졸중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 두통을 호소하는 비율이 18~32%에 달한다. 또 편두통 환자는 뇌졸중 발병 위험이 2배, 특히 여자인 경우는 3배 이상 높다. 45세 이하이면서 흡연을 하고 피임약을 먹은 여성 편두통 환자는 발병 위험이 배가된다. 


박기덕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머리 한쪽 또는 양측이 아프면서 욱신거리는 증상이 4~72시간 지속되고, 눈앞이 뿌옇게 되거나 번쩍이는 선이 보이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편두통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뇌졸중이나 중추신경계 감염이 원인인 경우 고열, 구토, 편마비, 발음 이상, 의식 변화 등이 동반므로 두통 발생 시 증상발현 속도나 주기 등 전반적인 양상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붉은 반점이나 가려움증 등 단순 피부질환을 아토피피부염으로 오진해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아토피로 잘못 진단될 경우, 가려움, 홍반, 상처 등의 증상이 정확한 원인규명 없이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만 중점을 두게 된다. 이런 경우 피부질환이 만성화돼 난치성 아토피로 악화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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