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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카페에서 공부가 될까 … 집중력 향상시키는 소음 있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6-16 07:16:37
  • 수정 2023-07-28 21: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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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색소음, 숙면·스트레스 해소에 도움 … 싸락눈내리는소리·진공청소기소음 등 유익

대학원생 박모 씨(28·여)는 시끌벅적한 카페에 앉아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나 일을 하는 사람)’이다. 처음엔 도서관처럼 조용한 곳이 아닌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차 약간의 소음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조용한 곳에서는 약간의 소음에도 신경이 쓰이고 예민해졌지만 오히려 카페에선 이런 불편함 없이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았다.  


박 씨처럼 카페를 찾거나, 인터넷사이트 또는 스마트폰앱을 통해 생활 속 소음을 찾아 들으며 공부 또는 일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원래 소음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여겨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이 개인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을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음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대화방해, 수면방해, 스트레스 증가, 지속적 집중 방해, 복잡한 계산 및 판단능력 저하, 공격성향, 아동의 학습능력 저하, 우울증 등이 있다. 이는 개인의 성향이나 감수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소음의 물리적 노출 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40㏈(데시벨) 이상이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50㏈을 넘으면 호흡 및 맥박수가 증가한다. 60㏈이 넘으면 수면장애가 오고, 70㏈ 이상에선 말초혈관이 수축되며, 80㏈을 넘으면 청력장애가 시작된다.

하지만 시끄러워 피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찾게 되는 소음도 있는데 이를 ‘백색소음’이라고 부른다. 백색소음은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특정 청각패턴을 갖지 않는 소리다. 특정 주파수를 유지하는 ‘색상소음(color noise)’과 구별되며 여러가지 빛을 섞으면 흰색이 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백색(白色)’이란 이름이 붙었다. 여기엔 파도소리나 빗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뿐만 아니라 카페 소음, 진공청소기나 헤어드라이기 소음,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냉장고 작동 소리 같은 환경음도 해당한다.

백색소음은 마음을 안정시켜 숙면을 돕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며, 집중력과 암기력을 높인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전자정보공학부 교수)은 “소리는 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백색소음의 특징으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듣는 배경음”이라며 “백색소음을 들으면 정신을 집중했을 때나 안정을 취했을 때 알파(α)파 배출량이 증가하고, 뇌가 불안할 때 나오는 베타파(β)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뇌파는 주파수대에 따라 델타파(4㎐ 미만)와 세타파(4∼8㎐), 알파파(8∼13㎐), 베타파(13∼30㎐)로 나뉜다. 베타파는 불안하고 흥분할 때 두드러진다. 알파파는 마음이 고요하거나 눈을 감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을 때 발생한다. 세타파는 얕은 수면상태일 때 나온다. 참선이나 명상처럼 마음이 아주 평화로운 상황에서도 활발해진다. 델타파는 깊은 수면에 빠졌을 때의 뇌파다.
한 해외연구 결과 백색소음 청취 시 세타파와 델타파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졌다. 백색소음의 잔잔하고 반복적인 소리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백색소음을 들으면 흥분할 때 나오는 교감신경이 줄고 편안함을 느끼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한다. 뇌파가 안정·동기화하면서 심신이 편안해져 잠을 유발한다.

백색소음은 귀에 쉽게 익숙해져 주변 소음을 덮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역할도 한다. 인간은 너무 조용하면 아주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반대로 백색음은 소음 자체가 무의미하다 보니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는다. 한국산업심리학회 연구결과 정적 상태보다 백색소음을 들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향상되고 스트레스는 27.1% 감소한다. 또 학습시간은 13.6%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이경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싸라기눈 떨어지는 소리, 새소리, 계곡물소리 같은 소리를 이용해 명상을 하면 심신이 잘 이완된다”며 “이같은 백색소음은 몸이 긴장하면서 나타나는 두통, 위장장애, 근육통, 불면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호흡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백색소음은 층간소음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 따르면 여러 소리 성분이 합쳐진 백색소음은 층간소음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2013년 연구소가 실제 층간소음과 백색소음을 녹음해 들려준 뒤 스트레스지수를 측정한 결과 백색소음을 함께 들었을 때 스트레스지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층간소음과 비례해서 백색소음을 사용해야 중화효과를 볼 수 있다. 즉 층간소음이 100Hz 이하라면 백색소음도 100Hz 이하로 사용해야 시끄러운 소음으로 느끼지 않는다. 홍성광 한림대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백색소음의 특성이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편안한 소리여서 층간소음이나 이명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칭얼거리는 신생아를 진정시키는 데이도 효과적이다. 울음을 쉽게 그치지 않는 어린아이에게 진공청소기 소리를 들려주면 뚝 그친다고 한다. 진공청소기 소리가 태내에서 임신부의 옷이 배를 스치는 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영유아에게 이런 소리를 들려주면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다. 크게 보채거나 쉽게 잠들지 못할 때 10~20분만 짧게 들려주고 소리를 귀에 가까이 대지 않는다. 
단 백색소음의 부작용에 대한 견해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에드워드 창 박사는 “언어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유아가 백색소음을 자주 들으면 뇌가 멍해져 언어장애가 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잠잘 때 백색소음을 자주 듣는 사람은 오히려 의존성이 커져 백색소음 없이 못 자는 입면장애가 올 수 있으므로 수면을 도와주는 보조도구로만 이용해야 한다. 불면 증상이 2주 넘게 지속되면 만성질환이 될 수 있어 백색소음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근본치료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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