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각종 중증 만성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건강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 인구의 1~5%로 추정되는 건강염려증 의심 환자는 건강검진에 집착 또는 맹신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웰빙 전성시대를 맞아 ‘상품화’된 건강검진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병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500만원이 넘는 패키지 상품이나 병원 숙박검진 등도 적잖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건강검진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자기공명영상(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포함한 고가 검진을 반복하다 보면 몸과 정신이 피폐해질 수 있다.
40여년 동안 10만명을 진료한 일본 의사 마쓰모토 미쓰마사(73)는 저서인 ‘건강검진의 거짓말-당신이 몰랐던 건강검진의 불편한 진실’에서 “건강검진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받는 것인데 검진 후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돼 수명까지 짧아지는 사람을 적잖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후 복용하지 않아도 될 약을 복용하고, 받지 않아도 될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검진 결과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스트레스도 건강을 망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매출 상승에만 혈안이 된 검진기관이나 병원들은 이런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건강검진에 대한 맹신이 치명적인 오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2~2015년 접수된 오진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480건이며 이 중 암 오진 피해가 296건(61.7%)으로 가장 많았다.
암 검진 결과에 따라 겨우 치료받았는데 뒤늦게 암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피해 구제를 호소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폐암이 의심돼 폐절제술을 받았으나 조직검사 결과 폐렴으로 진단되거나, 반대로 건강검진에선 정상이었는데 4달 뒤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다.
드문 확률로 부작용도 나타난다. 위·대장내시경은 출혈이나 천공, CT 등 영상검사는 방사선 과다 노출의 우려가 존재한다. 영상검사 전 투여하는 조영제는 두드러기 등 과민반응이나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수치가 조금 높다는 이유로 하루종일 불안에 사로잡히거나 건강검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규칙적인 운동 및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만으로도 사소한 건강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